삼겹살 좋아하는 애주가들 노린다
  • 이성희(인제의대 교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
  • 승인 2007.1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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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야채 등 섬유소 섭취로 예방…내시경 검사 필수

 
잦은 변비로 고생하던 47세 여성 김 아무개씨는 요즘 1주일 이상 변을 전혀 보지 못하고 이유 없이 체중이 4kg 정도 빠져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최근 1년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변비와 무른 변이 반복되고 헛배가 부르며 항상 아랫배가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자주 찾았는데 과민성 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아 약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평소에는 약물 복용 후 3일 이내로 증상이 호전되었지만, 이번에는 증상 호전이 전혀 없고 변에 피가 묻어나오는 등 이상 소견을 보여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유받았다. 검사 결과 S상결장 부위에 장 내경을 거의 막고 있는 종물이 관찰되어 조직 검사를 시행했으며, 그 결과 대장암으로 판명되어 수술을 받게 되었다.

앉아서 일하는 샐러리맨들도 조심해야

대장암은 최근 급격한 속도로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암으로 국내에서 지난 20년간 12배 이상 발생 건수가 증가했다. 2005년 암 발생 등록 자료에 의하면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조기 발견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5대암(위암, 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중의 하나로서 중요한 관리 대상이지만 발생 건수나 사망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장암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육류 등의 지방 섭취가 증가하고 섬유소 섭취가  감소하는 따위의 식생활 변화를 들 수 있다. 트랜스 지방이 많이 함유된 라면, 도넛, 치킨 같은 각종 튀김 음식은 담즙산의 분비를 증가시켜 대장을 자극한다.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 잡곡 등의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의 섭취가 감소하고 고지방 음식의 섭취, 음주, 흡연, 비만 등도 대장암 발생 증가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하루 한 잔 이상의 술을 마신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변비가 있거나 운동이 부족한 경우,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장 운동이 약해져 발암물질이 장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위험이 증가한다.
대장은 속이 비어 있는 장기이므로 종양이 발생해 상당한 크기로 자랄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 따라서 조기 발견이 어렵다. 항문에 가까운 좌측 대장에 암이 발생한 김 아무개씨의 경우 변을 보는 습관의 변화, 대변 굵기 감소, 배변시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우측 대장에 발생한 경우에는 증상이 전혀 없다.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느낌, 하복부 불쾌감, 배변시 출혈 등의 증상이 있어 과민성 대장 증상과 혼돈되기도 하고, 아무런 대장 증상 없이 빈혈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증상 여부에 상관없이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조기 발견을 위해 중요하다.
현재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권고 지침은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으면 만 40세부터, 가족력이 없으면 50세부터 5~10년 주기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내시경 검사는 대장암 발견을 위한 표준 검사로 대장 전체를 내시경으로 조사하므로 진단 정확도가 높고, 염증성 장 질환이나 대장암의 전구 단계인 선종 등을 발견할 수 있으며, 병변 발견시 바로 조직 검사를 시행하거나 크기가 작은 용종의 경우 조직 검사와 동시에 제거까지 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검사 방법이다.

사전 처치 힘들어 젊을 때 검사받는 것이 유리

그러나 대장을 완전히 비운 뒤에 검사해야 하므로 검사 전날 저녁식사부터 죽으로 가볍게 먹고, 설사를 유도하는 약물 복용 후 수분을 2ℓ이상 섭취해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장 청소를 해야 한다. 이런 사전 처치 과정이 힘들고 특히 노인이나 만성 질병이 있는 경우 탈수에 빠질 위험이 있다. 검사 시간이 위 내시경보다 4~5배 길게 소요되며, 제왕절개술이나 복부 수술, 또는 부인과 수술을 한 병력이 있어 장 유착이 된 경우 검사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매우 드물지만 장 천공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결과에 의하면 대장 내시경 검사 시 약 20%에서 대장암의 전구 병변인 선종이 발견되었다. 선종은 양성 종양으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서서히 자라서 일부가 암세포로 전환된다. 선종에서 암으로 전환되는 데는 조직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5~10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발견된 선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암 예방 방법인 것이다. 선종을 제거한 후에는 그 크기에 따라 매 1~3년마다 재발을 확인하기 위해 추적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며,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5~10년 뒤에 재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치료 성적이 뛰어나며, 전구 단계인 선종 상태에서 제거하면 확실하게 예방까지 가능한 암이다. 50세가 넘도록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면 지체하지 말고 당장 받아보자! 선종이 발견되어 제거한 후라면 당장 흡연과 음주를 줄이고, 육류 대신 야채, 과일, 쌈, 잡곡 등의 섬유질을 많이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여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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