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지쳐 일단 수용 비정규직 근본 해결책 있어야”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1.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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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선 KTX 승무원노조 교육선전부장 인터뷰
 
● 코레일측과의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되었는가?

역무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는 큰 틀에는 의견을 함께 했다. 우리가 요구했던 승무직의 정규직 채용이 아니다. 이것도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코레일이 몇 번에 걸쳐 말을 번복한 것을 보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역무계약직’을 받아들인 것은 투쟁한 명분을 잃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우리의 정규직 승무원 채용 요구에 코레일은 묵묵부답으로 버텨왔다. 차선책으로 제시해온 것이 ‘역무계약직’이다. 역시 비정규직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왜 싸웠느냐”라며 우리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는 오랜 기간의 싸움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병들었다. 당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입장에서 봐주었으면 좋겠다.
● 민주노총에서 여러 지원이 있었을 텐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나?
그렇지 못했다. 자신들의 정치 세력화에 치중하다 보니 우리까지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고 본다. 우리는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투쟁해왔다. 철도노조가 약해지다 보니 더 힘이 빠졌다. 우리보다 더 어렵고 힘들게 싸우는 곳이 많다. 민노총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싸워야 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없애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은 해법이 아니다.
● 투쟁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세상을 보는 눈이 작았다. KTX 승무원으로 일할 때만 해도 서울역 앞에서 천막치고 농성하는 사람들을 보면 노숙자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이번 투쟁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잃은 것이 있다면 ‘시간’과 ‘돈’이다.
● 가장 힘들었던 때는?
매 순간순간 힘들고 어려웠다.
● 승무원 직에 대한 미련은 없는가?
(눈물을 글썽이며) 왜 없겠는가. KTX 승무원은 선망의 대상이다. 승무원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2년을 일하면서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이제 승무원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에게 왜 이런 현실이 닥쳤는지 모르겠다.
● 이철 사장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대단한 분이다. 학생·노동 운동을 해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실망감을 맛보았다. 오히려 다른 사업장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노동운동 탄압이) 덜하지는 않았다. 사측의 입장이라는 것을 십분 이해해도 앞뒤가 너무 달랐다. 우리를 믿게 해놓고 뒤통수를 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한테 너무 많은 신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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