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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예언을 믿지 않는다

미국발 경제 위기·중국의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국내 시장에 집중하라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ㅣ 승인 2008.03.24(Mon)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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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미국발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1600선 이하로 하락한 지난 3월17일 오후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의 전광판.  
 
장부가의 1.2% 가격이라는 베어스턴스의 땡처리 매각과 FRB의 기준금리 75bp 추가 인하,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라더스를 필두로 한 미국 투자은행(IB)들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의 1막이 끝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끝까지 부실 채권의 규모를 숨기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켜왔던 IB들의 강제적인 고백성사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베어스턴스는 매각되기 이틀 전까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며 시장을 호도해왔다. 이처럼 서브프라임 문제가 확대된 데에는 부실을 감추고 모르쇠로 일관한 미국의 금융 관리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동이 터진 지난해 8월 이후 미국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1천5백20억 달러의 세금 환급 방안 발표 등 시장이 기대하면 어떤 정책이라도 만들어내겠다는 태세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달러화 약세의 득실이나 인플레이션 등의 후유증은 안중에도 없다.
베어스턴스가 쓰러지던 날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주장하던 1천6백선을 뚫고 내려갔다. 1천5백선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마저 들린다. 당일 필자가 즐겨보는 한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제목은 ‘어금니 꽉 깨물어라’였다. 
지난해 11월1일 기록한 장중 고점 2085를 기준으로 하면 약 25%에 해당하는 5백11 포인트가 빠진 상황이다. 아직 끝은 아니다. 베어스턴스 다음으로 부실 규모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릴린치, 씨티그룹의 실적 발표는 한 달쯤 뒤에나 나올 예정이다.
지난주에 한 증권사에서 나온 펀드런 지수대의 추정치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과거 두 차례의 펀드런 경험에 비추어볼 때 주식형 펀드에서 본격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시점이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하며 대세 하락 가능성이 인정되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므로 펀드런이 가능한 손실률을 20%로 가정할 경우 펀드런 포인트는 1천4백80 포인트로 추정된다는 것이 요지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10월 말 2천65 포인트를 기준으로 하면 20%가 하락한 지수는 1천6백52 포인트다. 최근 오르락내리락 장세에서 자주 보이는 수치다. 물론 최고점에 들어온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펀드런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적립식 투자의 정착이나 장기 투자에 대한 인식의 보편화뿐만 아니라 손실이 20% 가까이 발생한 현재 시점까지 인내할 수 있었던 투자자 혹은 자신이 투자한 펀드에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관심을 접고 묻어두는 투자자들이 상당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펀드런의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펀드런은 손실이 커지는 시점이 아니라 원금이 회복되는 구간이나 원금에 가까워지는 시점에 대량 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 구간이 국내 증시의 단기적인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우려하는 것처럼 손절매성의 펀드런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20%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 상태인데 추가로 5% 정도 손실이 더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무슨 큰 차이를 가져오겠는가. 더구나 돈을 빼도 마땅히 갈 곳도 없는데.

장기 투자 인식 보편화로 펀드런은 없을 것
매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펀드 평가 금액을 보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하는 얘기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의 비난도 이어진다.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한때 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애비 효과(Abby effect)’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던 골드만삭스의 수석 투자전략가 애비 조셉 코언을 은퇴시켰다. 그녀는 1990년대 미국 증시의 장기 호황을 예견해 주목을 받았고, 강세론자라는 별명답게 올해 말 S&P500 지수가 1천6백75까지 갈 것이라며 주식 투자 비중을 75%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미국의 3월19일 종가 기준 S&P500 지수는 1천2백98이었다.
시장은 언제나 예언가를 기다리지만 누구이든 그 예언이 맞을 확률은 50%에 그친다. 반복적이라면 지속적으로 맞힐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시장 예측이나 전망을 하는 사람들의 견해는 결국 시장을 이해하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줄 뿐, 정확한 미래를 그려주지 않는다. 지금은 비관론자들이 득세하는 시기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편의 논리도 중요하다. 아무리 오묘한 이론을 도입해도 사람들의 마음은 해석되지 않는다. 특히 많은 정보가 발생해서 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의 모든 분석 방법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일 수도 있다.
필자에게도 이런 장에서 뭐가 좋으냐는 질문이 가끔 들어온다. 지금은 국내 시장에 집중하라고 하고 싶다. 전세계가 미국발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의 영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해와 전망이 용이하지만 외국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의 불확실성은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커지고 있다. 이 어두움이 동트기 직전의 것인지 한밤의 시작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겨울을 지나면서도 과연 봄이 올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기업이 살아 있으면 시장은 죽지 않는다. 다소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우리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는 아직 괜찮은 수준이다. 1천5백선의 지수대는 앞으로 다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행동 요령은 단순하다. 적립식 투자는 유효하다. 자금이 필요한 분들은 분할 환매를 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도 1천7백대 부근에서 기회가 올 것이다. 신규 자금이나 여유 자금이 있다면 국내 펀드부터 들어가보자. 상품이나 원자재 펀드는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심장이 약하신 분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특히 단기 투자 목적으로 매일매일 장을 확인하면서 매도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시장에 피로를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지막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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