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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픈 무대에는‘스타’가 최고야!

뮤지컬계, ‘스타 마케팅’에 열 올려…매니지먼트사 개입하며 배우 몸값 올리는 부작용도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ㅣ 승인 2008.06.03(Tue) 15: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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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최근 세종 M씨어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소나기>는 아이돌 스타인 그룹 빅뱅 멤버의 출연으로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뮤지컬 산업이 이른바 빅뱅 시대를 맞으면서 해가 갈수록 작품들 간에 티켓 판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작품의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총탄만 날아다니지 않을 뿐이지 매일매일 피가 마르는 전장에 내던져진 투사와도 같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표가 알아서 매진되는 그런 이상적인 상황을 꿈꾼다. 가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한다.

인기 스타인 조승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의 경우 객석 규모에 관계없이 그가 출연하는 횟수의 좌석은 예매 개시 이후 수십 분에서 수 시간 만에 동이 난다. 이 경우 홍보팀의 미션은 따로 있다. 표를 팔기 위해서 홍보를 하기보다는 쏟아지는 매스컴의 인터뷰 요청을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노하우를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따라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오늘도 묵묵히 전장에 나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그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요인이 있다면, 딱 한 줄로도 요약이 가능한 작품의 선명한 특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스타 배우. ‘누가 나오는 뮤지컬’은 가장 자극적이면서 유혹적인 문구로서, 인구에 쉽게 회자되며 티켓 구매 부동층을 공략하는 데 유리하다.

조승우 출연 뮤지컬은 수십 분 만에 동나기도

뮤지컬계를 쥐락펴락하는 스타 배우의 출신은 가수, TV 탤런트, 영화배우, 개그맨 등 다양하다. 탤런트나 영화배우의 경우는 촬영 스케줄이 없는 시기에 맞추고, 가수들은 앨범 활동 사이의 공백 기간에 맞춘다. 특히 가수는 이미 뮤지컬의 핵심인 노래를 구사하는 면에서 유리하므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는 점에서도 가장 유리하다. 최근 수년간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유명 가수들이 ‘소박한’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대략 2004년 이후만 해도 <지킬 앤 하이드> <마리아 마리아>의 소냐, <달고나>와 <온에어>의 조민아, <뱃보이>의 슈, <헤드윅>의 서문탁, <알타보이즈>의 김태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JK 김동욱·김종서·이혁, <동물원>의 홍경민, <골목길 이야기>와 <사랑은 비를 타고>의 리치, <싱글즈>의 이현우·손호영, <아이다>와 <시카고>의 옥주현, <시스터 소울>의 김미려, <댄서의 순정>의 유진, <뮤직 인 마이 하트>의 앤디, <텔미 온어 선데이>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최성희(바다)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수들이 노래만 부르지 않고 힘든 연기까지 선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작 발표회장에서 이들의 단골 멘트로 등장하는 ‘종합 엔터테이너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하여’일까? 물론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동안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의 수백 번의 더빙 작업을 통해 탄생한 가수라면 노래·춤·연기의 삼박자를, 그것도 생생한 라이브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뮤지컬 배우가 된다는 것이 크나큰 도전일 수 있다. 좀더 근본적으로 기저에는 최근 요동치는 연예 산업의 향방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바로 매니지먼트사에 의한 계획된 개입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나 콘서트 무대에서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뜸하다고 생각되는 가수들이 주로 재기의 무대로 뮤지컬을 활용하는 인상이 짙었으나, 요즘에는 매니지먼트사의 철저히 준비된 전략 아래 소속 가수가 커리어를 쌓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뮤지컬 무대에 ‘투입’시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세종 M씨어터에 올려진 뮤지컬 <소나기>는 매진을 기록했다. 아이돌 스타인 그룹 빅뱅의 승리가 주인공이었기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소녀팬들이 객석을 점령했다. 올 가을 개막을 앞두고 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재너두>를 제작하는 SM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소속의 ‘슈퍼주니어’ 멤버 중 강인과 김희철을 출연시키기로 한 것도 대표적인 경우다. 공연은 음반이나 영화와는 달리 한 번 성공하면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타를 활용한 초기 흥행을 통해서 공연 브랜드의 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여주인공 에스메랄다 역을 맡은 가수 바다.

MP3의 대중화 이후 가수들의 주 수입원에서 음반 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음원 로열티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따라서 매니지먼트사에서는 TV 혹은 CF 출연과 같은 일반 연예 활동이나 라이브 콘서트에 커다란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뮤지컬 출연 역시 사업 다각화의 측면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뮤지컬 배우들이 매니지먼트사의 관리 대상으로 편입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뮤지컬 배우들은 공연 관람 계층에만 인지도가 있는 준(準) 연예인 신분이었는데 이제 매니지먼트사가 개입되면서 단숨에 연예인의 위상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라이브 무대에서 관객과의 긴 호흡이 요구되는 뮤지컬을 경험한 배우라면 비록 낯선 얼굴이지만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과 순발력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평소에 노래·춤·연기를 함께 구사하므로 다른 분야에 대한 적응력도 남다르다. 매니지먼트사의 개입은 소속 배우들의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 반면 필연적으로 출연료 상승을 불러왔다.

최근 우리나라 TV 방송에서 얼굴을 선보인 뮤지컬 배우 출신 연기자들의 출연 사례를 보면 그렇다. 박해미·오만석·김성기·엄기준·김소현·김무열·홍지민 등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공중파 TV의 주역에서부터 케이블 TV의 단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작품 수가 날로 늘어나는 와중에 개런티는 늘고, 계약 절차는 까다로워지자 캐스팅에 목마른 공연 제작사들은 ‘배우 구인난’에 직면해 아예 공연 제작과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병행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의 TV 출연도 두드러져

뮤지컬 배우들도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요즘 TV 출연이 유행처럼 번지며 조금만 유명해지면 너도나도 뮤지컬과 관계가 없는 TV 프로그램 출연을 선호하는 현상은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 배우들이 일단 보수도 높고 유명세도 보장되는 방송국으로 한 번 가버린 후 좀처럼 힘이 더 드는 무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연극이나 뮤지컬 업계도 스타 배우의 개런티가 제작비의 발목을 잡는 한국 영화계와 같은 딜레마에 얼마든지 빠질 수 있다. 뮤지컬계 처지에서 가장 황당한 경우는 매니지먼트의 힘으로 가까스로 TV 출연에는 성공했지만 무대에서의 연기 패턴을 카메라 앞에서도 그대로 반복해 미스 캐스팅 논란을 불러오는 일부 배우들이 친정으로 돌아오면서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갑자기 높은 개런티를 요구할 때다.

다행히 관객은 냉철하다. 관객들이 스타의 이름을 보고 큰 기대감을 품고 표를 샀지만, 실력 없는 무대를 보고 나면 급속히 외면하게 되고 그 스타는 오히려 이미지만 악화될 뿐이다. 기존의 유명세를 흥행으로도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매체에서도 팬을 끌어 모을 수 있어야 진정한 배우라고 할 수 있다. 휴 잭맨이나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자신의 조국인 호주와 스페인의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 할리우드 영화의 단역으로 출발해서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른 끝에 오늘날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대스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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