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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유월이면 가슴이 뛴다

1960년대 6ᆞ3 항쟁부터 오늘까지 이어져온 함성…거리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김지영 ㅣ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06.09(Mon) 13: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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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항쟁의 시작은 1960년대 6ᆞ3 항쟁이다(왼쪽). 이 시위에 참가했던 대학생 이명박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정부기록사진집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지금도 기억할 것이다. 신학기가 시작되어 한 달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교정을 가득 매웠던 최루탄 가루 냄새를 말이다. 4월이면 4·19 혁명, 5월에는 5·18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6월에는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당시 학생회에서는 기념식을 마치고 교문 밖으로 진출하려다 저지하는 전경들과 일대 ‘전투’를 벌였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시대의 아픔을 상징했던 시절이다.

1990년대 중반쯤부터 6월은 1년 12개월 가운데 평범한 한 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 있던 6월13일, 중학교 2학년이었던 신효순·심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끔찍하게 희생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효순·미선의 죽음은 ‘강 건너 불’에 불과했다. 월드컵이 끝나면서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으로 모였다. 저마다의 손에는 촛불이 하나씩 들렸다. 그렇게 그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주말이면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이 모여 효순·미선의 넋을 기렸고, 한미 행정협정의 문제점을 성토했다. 6월의 역사가 또 하나 쓰여진 것이다.


월드컵 열기로 묻힌 효순ᆞ미선의 죽음

6월의 거리는 뜨거웠다. 1960년대에는 6·3 항쟁이 있었다. 굴욕적인 한·일 회담을 저지하기 위한 학생 시위였다. 1964년 3월24일, 서울대에서는 ‘민족반역자 화형식’을 가졌다. 민족반역자는 바로 김종필씨였다. 이날 시위로 서울대·고려대 학생 등 2백명이 연행되었다. 이후 시위는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갔고, 마침내 6월3일 ‘박정희 정권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1만5천여 명의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6·3 항쟁의 불꽃이 당겨진 것이다. 이날 박정희 대통령은 서울 지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그해 7월29일에 해제했다.

당시 계엄사는 서울대 정치학과 김중태·김도현 등을 검거해 군법회의에 회부했다.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학생들 가운데 고려대생 이명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해 9월22일 서울형사지법 합의21부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이명박 등 5명의 피고인은 “대일 굴욕 외교를 반대하고 위정자의 잘못을 각성시키기 위해 나섰다”라고 진술했다.

그해 10월 재판에서 김중태·김도현 등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되었다. 12월22일 공판에서 피고 이명박 등 5명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렇게 해서 6·3 항쟁은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6월의 거리를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바로 1987년 6월 항쟁이었다. 6월 항쟁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미 잉태되었다. 다만, 87년 1월14일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 연행되어 조사받던 중 물 고문으로 사망한 것이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을 뿐이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던 차에 전두환 대통령은 4월13일 ‘개헌 논의를 유보한다’는 이른바 ‘4·13 호헌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자 김수환 추기경 등 각계각층에서 시국 성명을 발표하며 직선제 개헌을 강하게 요구했다.


가장 뜨거웠던 6월은 1987년 6ᆞ10 민주항쟁

   
▲ 신효순ᆞ심미선 양이 사망한 후 3년 후에 열린 추모 촛불 집회.
ⓒ연합뉴스
그리고 5월27일 민주당과 종교계·재야단체 등 발기인 2천1백91명이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발대식을 거행하면서 6월 항쟁의 서막이 올랐다.

그런데 6월9일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학교 앞에서 시위를 하던 중 직격 최루탄에 피격되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6월 항쟁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마침내 6월10일 아침이 밝았다. 국본 주최로 ‘박종철 군 고문치사 조작·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가 전국 18개 도시에서 열렸다.

이날 경찰에 연행된 시위 참가자만 무려 3천8백51명. 이날은 민정당이 전당대회를 개최해서 노태우 대표위원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날이기도 했다. 6월10일 시위대 가운데 3백50여 명이 명동성당으로 들어가 농성을 벌이면서 항쟁의 불꽃을 이어갔다. 6월10일을 기점으로 시위대 규모는 날이 갈수록 불어났고 더 격렬한 시위 양상을 띠었다. 급기야 6월26일에는 전국 37개 도시에서 6·10 항쟁 이후 최대 인원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고, 이날 경찰에 연행된 인원만 무려 3천4백67명에 달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전두환 정권은 민중의 저항에 무릎을 꿇었다.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은 이른바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김대중 사면·복권 등 8개항의 시국 수습을 위한 특별 선언’을 발표했다. 6월 항쟁은 그렇게 일단락 지어졌다. 이후 7월부터는 전국의 노동자들이 ‘민주 노조 쟁취’를 외치며 대대적인 농성과 시위를 전개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대선에서 김영삼·김대중 이른바 ‘양김 후보 단일화’가 실패함으로써 어부지리로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에 6월 항쟁의 주역들은 한동안 허탈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6월이 돌아왔다. 올해 6월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 5월2일부터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정부의 미온적인 해명과 조치로 민심 이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찰의 강경 진압은 시위대와 국민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6·4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도 현재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다.

2008년 6월이 점점 달궈지고 있다. 6·10 민주항쟁은 21주년이다. 이날 100만명이 거리로 나가서 촛불을 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6월13일은 효순·미선 사망 6주기다. 특히 효순·미선 사망 사건에는 미군이 연결되어 있다. 가뜩이나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어서 자칫 반미 구호가 나올 수도 있다. 이래저래 6월의 거리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64년 6월3일, 거리로 뛰쳐나가 박정희 정부의 한·일 회담을 강하게 ‘비난했던’ 이명박 대통령. 그로부터 44년이 지난 지금, 이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비난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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