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해외파 태극 마크 가물가물
  • 민훈기 (민기자닷컴) ()
  • 승인 2008.06.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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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출전 한국 야구, 박찬호 등 빼고 팀 짜야 할 듯
▲ ⓒ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이 이제 50일도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전체 28개 정식 종목 가운데 배구, 소프트볼, 트라이애슬론 등 3개 종목을 제외한 25개 종목에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예선전과 올림픽 기준 기록, 국가별 쿼터 등의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한 선수단은 일단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구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 그리고 수영의 박태환과 양궁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격투기와 다른 기록 경기 등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겠지만 야구와 축구 등이 최고 인기 종목임은 분명하다.

그중에 야구는 미국, 쿠바, 일본 등과 함께 메달권 진입을 다투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그들과 맞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최상의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여 불안하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갖추려면 해외파들의 합류가 필수적이다. 지난 2006년 WBC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팀에는 국내 최고 선수들과 함께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등 해외파들이 합세해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일본을 두 번 꺾고 미국을 격파하는 데는 해외파가 국내파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발휘한 활약이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태극 마크를 단 해외파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인 박찬호(35·LA 다저스)와 추신수(26·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과 같이, 김경문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국내 야구계가 원하는 선수들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MLB 사무국은 원칙적으로 빅리그 25명 정원에 들어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은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대표팀도 트리플A 등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된다. 또한, 각 팀에 어느 정도의 결정권을 주고 있다고 해도 시즌 중반에 주축 선수들을 풀어줄 이유가 없다. LA 다저스의 조시 로위치 홍보실장은 “우리 팀뿐 아니라 모든 팀들이 25명 로스터에 들어있는 외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다. MLB의 방침이 그런 데다 시즌을 치르면서 8월은 아주 중요한 시기인데 찬호나 구로다, 사이토 같은 선수들이 빠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9월 말에 정규 시즌이 끝나는데 8월 한 달은 가장 치열한 페넌트 레이스가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가 대충 가려진다.

한 예를 들어 박찬호의 경우 지난 스프링 캠프 기간에도 올림픽 최종 예선에 나가게 해달라고 구단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시범 경기가 벌어지는 캠프 기간에도 그랬을 정도니 정규 시즌의 중요한 시점에 박찬호를 내줄 리 없다.

▲ ⓒAP연합

추신수의 경우는 약간 다를 수도 있다. 인디언스 구단은 추신수를 애지중지하고 있어서 병역 문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런데 팀이 의외로 부진해 포스트 시즌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군 문제 등이 걸려 있는 추신수를 보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는 올림픽 출전을 불허한다는 방침이 걸린다. 그렇다고 추신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도 없다. 이미 옵션을 다 사용했기 때문에 추신수는 웨이버 공시를 거쳐야 마이너로 갈 수 있다. 그럴 경우 다른 팀에 빼앗길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인디언스 구단이 그런 실수를 저지를 리는 없다. 구단을 제대로 설득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다. 인디언스가 상승세를 타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메이저리그 선수는 올림픽에 못 나가

김병현(29)도 후보지만 현재는 소속팀 없이 홀로 운동을 하고 있다. 김병현의 능력이야 이미 검증되었지만 몇 개월간 실전 감각이 전혀 없는 선수가 국가대표로 제 몫을 해준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파 중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더블A에서 뛰는 정성기(31) 정도가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크게 알려지지 않은 선수라 국가대표 선발위원회의 레이다망 밖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기는 언더에 가까운 우완 사이드암 투수인 데다 1백48km의 강속구를 던져 쿠바나 미국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임창용(32)의 경우 전력에 큰 보탬이 되겠지만 야쿠르트 구단에서 내줄 이유가 없다. 국내 프로야구는 올림픽 기간 중에 경기를 쉬지만 일본은 그대로 리그를 진행한다. 따라서 17세이브를 거두며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마무리 투수를 내줄 리가 없다. 6월18일 현재 팀이 거둔 28승 중에서 임창용이 17세이브를 기록했다.

올해 일본에서 첫 시즌을 맞은 임창용도 구단의 결정을 무시하고 국가대표로 출전할 입장은 아니다.

최근 임창용이 약간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1백57km까지 나오던 강속구의 최고 구속이 1백50km 초반으로 떨어졌다. 초반 오버페이스를 한 것이라면 8월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병규(34)도 마찬가지다. 최근 부상에서 돌아와 주니치 라인업에 합세했는데 올림픽 차출은 난망이다. 주니치는 야쿠르트보다 더욱 성적에 신경을 쓰는 팀이고, 주전 선수의 공백을 원치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승엽(32)은 구단에 미리 올림픽 출전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제는 본인의 컨디션과 분위기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 빠진 후 2군에 내려간 이승엽은 6월19일까지도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자존심 상하는 ‘대타 복귀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기약은 없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본인이 국가대표를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나마 세 명 중에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큰 것이 이승엽이지만 우선 컨디션을 회복하고 1군에 복귀해 좋은 활약을 보여주어야 한다.

부진에 빠진 이승엽, 대표팀 고사할 수도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의 국가대표 차출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바로 일본팀의 심장에 칼을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창용, 이승엽, 이병규가 일본 격파의 선봉에라도 서게 된다면 일본의 소속팀이나 리그는 여론의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본파의 올림픽 출전도 쉽지 않다.

일단은 국내 프로 선수들을 중심으로 최상의 전력을 짜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한, 출전 팀들의 전력 파악도 필수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중국, 캐나다, 일본, 타이완, 쿠바, 네덜란드와 차례로 만난다. 중국을 제외하면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일단 일본, 미국, 쿠바와 함께 한국이 4강으로 꼽히고 있다.

그중에도 일본은 프로 구단주들이 모여 전폭 지원을 약속하는가 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경비를 투자해 상대팀 전력 분석에 여념이 없다. 실력 차가 많지 않은 팀들 간의 격돌이 많아 어쩌면 전력 분석팀의 정보가 승패에 결정적일 수 있다. 해외파가 출전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최상의 국내 멤버를 구성하고, 또한 철저하게 상대팀을 분석해야만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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