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의용수비대 만들자
  • 김성전 (군사 평론가) ()
  • 승인 2008.08.0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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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상황 발생하면 군 병력으로 제압 불가능…민간인이 더 큰 힘 발휘할 수도
ⓒ연합뉴스

1996년 1월 필자가 공군 중령으로 전역하기 직전에 근무했던 곳이 공군 전투발전단이다. 전역을 앞두고 몇 개월간의 짧은 근무를 하기 위해 보직 신고를 하니 단장이 마지막으로 독도 방어계획을 만들고 제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몇 날 밤을 혼자서 고심한 끝에 독도 방어 계획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역 직전 보고서를 완성한 후 당시 단장이던 이한호 소장(공군참모 총장역임)에게 워룸(War Room)에서 보고했다. 이단장은 보고서 순서 몇 가지를 보완해 공군 수뇌부에 직접 보고하라고 명령했고, 나는 보고를 한 후 전역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독도 탐욕이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독도 방어는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기에 필자가 생각하는 독도 방어와 대응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국민은 ‘일본이 독도를 침탈하려고 시도하면 한국이 군사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칫 필자를 패배주의에 젖었다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군사적인 관점에서 일본과 한국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 만약 일본이 한반도 본토를 침략할 경우 방어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면 방어할 능력이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독도는 아니다.

한국의 능력으로 독도를 방어할 수 없는 이유는 지리적·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어서다. 특히 일본 오키 섬에 있는 민간 비행장은 평상시 하루에 한두 편 민항기가 취항하고 있지만, 유사시 한국이 독도를 방어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독도는 지상군을 투입할 수 없는 먼 거리에 있다. 때문에 실전에서는 해전 중심의 전투가 예상된다. 일본은 해양 국가여서 한국보다 월등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한국이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해군력을 갖추려고 하면 한국은 병영 국가가 되어야 하고 경제 발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더욱이 현대 해전이 항공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공군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 일본과 대등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결과는 뻔하다.


여기에서 간단한 워게임을 해보자. 한국 공군이 독도를 방어하려면 포항의 해병대 기지나 대구 강릉 예천 비행장의 전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반면 일본은 오키 섬으로 전력을 이동시켜 작전이 가능하다. 연료 부족 상황에 맞딱뜨리는 한국 공군은 대응이 불가능하다. 혹자는 항공모함이나 공중 급유기를 이용한 대응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가 약소국일 때나 가능한 것이다. 국방은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조정이 출정을 권유했음에도 출정하지 않은 일이 있다. 참군인은 패배가 명백한 지역에는 전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차후 작전을 생각하면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만 전력을 투입하고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독도는 분명 방어해야 할 한국의 영토이지만 일본이 군사적으로 침탈하려고 시도한다면 대통령과 군 지휘관은 냉철해야 한다. 국민도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군사학적으로 국지 전쟁은 힘 있는 국가의 승리로 종결되었다. 이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영국이 초기에 아르헨티나의 상륙을 허용했으나 결과적으로 포클랜드를 탈환하고 실효적 지배를 연장하고 있다. 국지 제한 전쟁은 철저히 강자의 이익에 따라 좌우된다.

▲ 1954년 독도 표지석 제막 후 기념 촬영하는 독도 의용수비대원들. ⓒ연합뉴스

남북한 연대해 공동 전선 구축하는 것도 바람직

독도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가. 군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할 때는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거기에 따라 대응책을 만들어간다. 필자가 생각하는 독도 분쟁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독도에 경찰을 파견하고,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가려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유사시 일본은 해상자위대가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민간인들 특히 시네마 현 주민들과 우익 테러주의자들을 앞세우고 독도 상륙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국 정부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경찰을 통해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군을 동원할 것인지가 첫 번째 고민이다. 또 독도에 상륙하는 일본 민간인들을 상대로 발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두 번째 고민이다. 일본 민간인들의 독도 상륙을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경찰력이나 병력을 추가로 파견할 것인지 하는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또 일본 민간인들을 한국 본토로 압송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일본 민간인들의 독도 침탈에 대해 한두 번은 해결한다고 해도 대규모로 조직화되면 한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이런 상황을 적극 이용하리라는 것이 필자가 보는 시나리오다.

필자가 생각해본 시나리오는 거의 상상 수준의 잡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전계획 자체가 미래를 예측하면서 출발한 것이어서 현실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분쟁의 양상을 이야기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일본이 군사적으로 독도를 침탈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분쟁은 민간인을 내세워 명분을 쌓은 다음에 이루어질 것이다.

독도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민간인들이 주가 되어야 한다. 제2, 제3의 독도 의용수비대만이 독도의 침탈을 막아낼 수 있다. 독도 의용수비대는 어떤 군사력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가시화하는 시점에 미국이 독도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제2의 카스라테프트 조약과 같은 수준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북한이 핵무기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침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동북아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이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이 시점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미래 지향적으로 가자고 하는 정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독도 문제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견지해왔던 한국 정부, 특히 외교부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야말로 친일파와 친일 역사를 청산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의 침탈로부터 독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남북한이 힘을 합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꼬여가는 남북한 문제를 독도를 통해 해결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국민에게는 독도 수비에 힘을 보태면 어떨까 하고 묻고 싶다. 필요하다면 국민의 성금을 모아서 체계적인 의용수비대를 만드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요란한 구호는 필요 없다. 유사시 독도가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독도에 자신의 뼈를 묻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영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키려고 하면 멀어지는 신기루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아주 조그마한 잘못된 대응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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