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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과거’를 끝까지 묻겠다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 추적한 일본인 교수의 기록

ㅣ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8.08.05(Tue) 16: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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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일본 국가와 민중의 책임>야마다 쇼지 지음 /이진희 옮김 / 논형 펴냄
독도 문제로 한·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만행’이 어디 그뿐이었던가. 이참에 일제 강점기에 일본정부와 일본인들이 저지른 ‘범죄’들을 죄다 까발리며 집중 ‘포격’을 시작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눈 멀어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나약하고 비굴한 자세를 물리치고, 집요하게 일본의사죄와 배상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내 일부 양심적인 지식인들도 일본 정부에 지속적으로 사죄와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중 한사람이 간토(關東) 대지진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야마다 쇼지 일본 릿쿄 대학 명예교수다.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출생한 그는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 릿쿄 대학 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1964년 한·일 회담반대 운동에 참가한 뒤부터 종군 위안부와 강제 연행 전후 보상 소송 운동 및 양심수 석방 운동 등 한국의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왔다.

일본 제국주의 정책과 전후의 사회 변화를 몸소 체험한 그는, 간토 대지진과 관련된 자료를 샅샅이찾아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일본 국가와 민중의 책임>이라는 책을 펴냈다. 저자는 대지진 이상으로 조선인 학살을 커다란 문제로 여겼고, 학살 자체만이 아니라 그 책임을 묻어버리려고 해온 것이 이중의 범죄이자 수치를 덧칠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물고 늘어진 그의 저술 활동은 재구성해야 할 일제 강점기 역사의‘문서 사료관’인 셈이다.

1923년 간토 대지진 직후 조선인의 독립운동을 두려워한 당시 일본 치안 당국은 ‘조선인 폭동’이라는 오보를 유포했다. 게다가 계엄령을 내리고 군대를 앞세워 조선인을 학살함으로써 일본 민중으로 하여금 조선인을 학살하도록 유도했다. 80년이 넘도록 일본 정부뿐 아니라 학살을 자행한 일본 민중 또한 이에 대한 직접적인 반성을 회피해왔다. 이 책은 학살 자체보다는 일본 정부와 일본 민중들이 사건 이후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또 반성하는 모습은 어느 정도인지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저자는 “학살된 조선인 대부분은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필시 몇만 명이나 되는 조선의 육친들은 일본에 건너간 부모 형제가 귀국하기를 헛되게 기다리다가 그들이 죽게 된 장소조차 알 수 없는 슬픔과 원한을 안고서 긴긴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일본 국가는 학살 피해자의 유해를 찾으려 하기는커녕, 이를 극구 감추며 조선인에게 내어주지 않도록 조치했었다. 조선인들의 슬픔과 분노마저도 일본 국가의 노골적인 탄압에 의해 암흑에 묻혀버렸다. 그묻혀진 조선인 유족들의 마음을 역사의 표면 위로 떠올려 드러내는 작업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추도인 것이다”라며 책을 엮는 심정을 밝혔다.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재일 조선인들을 권총으로 쏘아 죽이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연합뉴스
‘범죄’ 은폐한 일본의 국가적 ‘사후 책임’ 중대해

저자는 일본이 져야 할 국가적 책임은 조선인 학살 책임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의 책임을 은폐한 사후의 책임 또한 중대하다고 말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중대한 ‘사후의 책임’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있다.

첫째, 유언비어 유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은폐해 온 점이다. 둘째, 조선인을 학살한 일부 자경단원을 형식적인 재판에 부치는 것으로써 법치 국가로서의 국가 책임을 다한 듯이 겉치레하며 얼버무린 점이다. 셋째, 군대와 경찰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했다.
넷째, 조선인들이 행하던 조선인 희생자 수 조사를 방해하고, 학살당한 조선인의 유해를 숨겨 이를 조선인에게 인도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나 일본의 우익 인사들은 일제가 저지른 징병·징용 등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꺼리지만 그 문제에 대해 논의라도 할라치면 민족 차별 측면은 철저히 무시한다. 야마다 쇼지 교수는 관련자료까지 감추기 바쁜 일본 정부에 맞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9월17일 조·일 평양선언에서 북한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에 대한 보상 요구를 포기하고 일본이 주장하는 경제 협력 방식을 받아들였다. 식민지 지배에 대해 ‘유감’ 정도는 표명하는 일본 정부가 경제 협력을 앞세워 사죄와 책임 부분에 대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시도에 넘어간 것이다. 한국도 그런 실수를 매번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훗날 일제 강점기 역사를 송두리째 왜곡당할 수 있고, 독도도 잃어버릴 수 있다. 독도에 대해 일본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처럼 한국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 문제가 걸리니까, 양국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서, ‘과거는 묻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기를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은 기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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