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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주변의 유령 진동 증후군

김홍신(소설가) ㅣ | 승인 2008.08.26(Tue) 11: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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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진동하지 않았는데도 바지 주머니가 드르륵 떨리는 듯 느껴져 얼른 휴대전화를 펼쳐보는 ‘유령 진동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도 종종 유령 진동에 속으며 씁쓸히 웃곤 한다. 베이징올림픽 VIP석에서 위 아래가 바뀐 태극기를 거침없이 흔든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필요 없는 상황에서 굳이 진동을 감지하듯 대통령과 정권 때문에 국민이 유령 진동 증후군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청와대는 교포 응원단에게서 얻은 태극기 10여 장 중 하나를 전반 종료 3분 전쯤 도착한 대통령이 무심코 흔들었다고 변명했다. VIP석은 실무자들의 좌석과 떨어져 있어 체크하지 못했다고 애써 잘못을 실무자에게 덮어 씌웠다.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문양과 괘를 그려보기 때문에 태극기의 바른 모습을 익히 알며 태극기를 잘못 다루면 비애국자 취급을 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대통령이 ‘거꾸로 만들어진 태극기’의 잘못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국민적 부끄러움이자 국가적 망신이었음에도 대통령은 진솔하게 사과하지 않았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 대통령

1919년의 독립 선포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해서 만방에 건국을 선언한 것은 역사적 사실임에도 이명박 정부는 1948년의 정부 수립을 건국 60년으로 왜곡하는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렇게 역사가 변질되어도 일언반구조차 없는 대통령의 역사관을 어찌 보수 단체들에게 흔들린 유령 진동 증후군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흔들려야 이득을 보는 자들이 하도 많기 때문에 대통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측근이나 측근 그룹들의 비위를 맞춰 스스로 유령 진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권력의 매력은 절대 복종을 맹약하는 총신(寵臣)들의 들끓음인지 모른다. 복종을 담보로 출세의 지름길을 찾는 자들은 대통령 주변에 촉수(觸鬚)를 늘어놓고 아낌없이 투자하기 마련이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장담하고 무려 30여 억원을 챙긴 것은 정권의 상징적 유령 진동 증후군 사건이다.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핑계로 비리를 저지른 것은 상식에 속할 정도였지만 김옥희씨 사건은 남다른 데가 있다. 대통령 측근보다 청와대의 베갯머리 송사가 훨씬 완벽하고 수월하다고 여긴 듯하기 때문이다. 사촌언니의 청을 대통령 부인이 차마 거절하랴 싶어 수십억 원을 맡긴 기이한 사건이다.

잇따라 서울시 의원의 뇌물 수수 사건, 한나라당 유한열 상임고문의 국방 장비 납품 청탁 비리가 터졌다. 이번 가을에는 공천 비리를 비롯해 권력 핵심의 비리가 천하를 뒤흔들 것이라는 입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대통령에게 줄을 댄 사람들은 무수하다. 그들은 분수 이상의 보상을 바라며 맹렬하게 자리 다툼을 하고 있다. 고소영, 강부자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음에도 총선 낙천·낙선 인사들에게 낙하산을 태워 국민을 조롱했다.

국민에게 비난받을 줄 뻔히 알면서 내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는 대통령의 강박감 때문에 생긴 ‘유령 진동 증후군’은 도대체 어떤 치료가 필요한가. 촛불이 더욱 거세지면 그때야 치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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