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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돈보다 위대한 것이 상상력이다”

소설가 이외수/“물고기나 인간이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다 하악하악”

김진령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08.09.09(Tue) 1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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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황문성

왠지 궁색하게 보이고 안쓰럽게 여겨진다. 얼굴은 물론 긴 말총머리, 왜소한 몸 전체가 그렇다. 소설가 이외수씨(62)는 평생 그런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에 남아 있었다. 지난 1975년 중편 소설 <훈장>으로 문단에 입문한 뒤 간간이 언론에 노출되며 있는 듯 없는 듯했던 그가 요즘 뜻하지 않게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설가로 데뷔한 지 무려 33년 만의 일이다. 10대들을 노린 상품 광고에 모델로 등장하는가 하면 텔레비전 인기 시트콤에 배우로도 등장했다. 지난 3월 펴낸 잠언집 <하악하악>은 무려 40만부 가까이 팔려 올해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다. 그는 3년 전부터 춘천을 떠나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에서 살고 있다. 감성마을은 소설가 이외수에게 새로운 둥지다.

자신의 문학을 설파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는 화천군의 지원을 받아 자택과 사랑채를 장만했다. 지금은 이곳에서 세상을 향해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화천 감성마을을 찾아 소설가 이외수를 만나보았다.

요즘 대중의 인기가 높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내가 잘 노니까. 젊은 세대건 나이든 세대건 자유로움에 대해서는 동경을 갖고 있다. 내가 권위가 없게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보면 거리감이 없고, 어려움을 얘기하면 잘 들어줄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기(감성마을)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 제작진이 이외수의 어떤 점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보나?
‘시키면 잘할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역시 만만함 때문이 아닐까? (웃음)

방송 작업은 재미있나?
농사꾼이라고 해서 밤이나 낮이나 꼭 논바닥에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쪽이다. 농사꾼은 가끔 윷놀이도 하고, 이웃집 마실도 가고, 이러는 것이다. 그렇게 노니는 모습, 그것이 여유라고 생각한다. 여유를 즐기는 것, 이런 것을 가지고 내 소설의 치열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글을 쓸 때만큼은 치열했다고 자부한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내 작품 중 정치나 역사가 주제가 된 소설은 없다. 대신 소설 곳곳에 문명이나 현실을 비판한 것은 많다. 데뷔 초기부터 그런 대목이 많은데, 주목받지 못하다가 새삼스럽게 최근에 와서 내가 그런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 발언을 안 해온 것이 아닌데….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면?
많은 국민이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나 문화 수준을 비하해서 자괴적인 발언을 하는데, 내가 볼 때 우리 사회나 민주주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 때도 탐관오리와 간신배가 있었다.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은 바뀌지 않았다. 그것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바라면 안 된다. 좀 긍정적인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 경제가 어렵다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보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해 많은 사람이 기대를 했다.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 역시 국민이 도덕성을 내팽개쳐도 좋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 궁핍한 시대는 아니지 않나?
그 풍요 때문에 정신적 빈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작품 중에 판타지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 많은데 상상력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나야 뭐 사실, 내 상상력 때문에 세인들한테 손가락질 많이 받았다. 비현실적·비과학적이라고. 하지만 예술에서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부모들은 돈이 안 생기면 다 쓸데없다고 하는데, 돈보다 위대한 것이 많다. 그 숱한 상상력이 시대를, 역사를 바꿔왔다.

그야말로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킨 계기가 모두 상상력에서 나왔다. 예술에서 상상력이 없으면 형이하학으로 전락한다.

<장수하늘소>(1981년 발표) 같은 작품을 지금 내놓으면 그때와 비슷한 반응이 나올 것 같나?
지금은 감상을 가르치지 않고 분석을 가르친다. 감상보다 분석을 중요시한다. 독자들도 소설을 겉에서 뜯어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수능에 대비한 글읽기가 생활화되었다. 그래서인지 일단 비판부터 하고 따지기부터 한다. 옛날보다는 좋은 반응이 안 나올것 같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귀여니’가 쓴 책도 여전히 인기가 있지 않나?
귀여니가 주는 즐거움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소설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한다. 머리를 쓰지 않고도 빠른 전달력을 발휘하고 한눈에 딱 들어오니까 모두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런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따지고 분석하는 것에 치중해야 하는 수능이 다 망쳐놨다고 보면 된다.

1970년대 말부터 젊은 층과 작품으로 꾸준히 만나왔는데, 그 시절 젊은이와 지금 젊은이를 비교하면 어떤가?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각박해졌다고나 할까, 무엇이든지 서두른다. 성공도 서둘러서 해야 하고. 여유가 안 느껴진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 자기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것으로 인해 심리적 압박을 심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긴 글을 쓰지도 못하고 읽지도 못한다.

그런 현상은 1970년대에도 있지 않았나?
물론 그때도 있었다. 좋은 대학 나와 취업 못하는 백수도 있었고, 취업 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당시는 사회 현상 자체를 시인하고, 무엇인가 노력을 하고 얻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불로소득이라고 할까, 무통 분만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질풍 노도의 시기가 아니라 요즘은 질풍 로또의 시대다. 인생 역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인생 역전의 주요 무기가 요즘은 로또다.

예전 젊은이들은 도덕성, 최소한의 양심 이런 것들은 지키려고 애를 썼다. 옛날 대학생들은 초등학생들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면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지금은 다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 초등학생이 즐겨 사용하는 휴대전화 고리, MP3, 게임기를 다 같이 공유하니까. 이번 문학 연수에서도 초등학생 6학년짜리가 대학생과 교육을 같이 받았다. 이들이 제출한 과제를 보면 대학생 것인지 초등학생 것인지 구별이 안 된다.

그런 대학생의 부모가 이외수씨의 과거 독자가 아닌가?
그때 젊은이들도 그 나이에는 서툴렀지만 지금은 깊어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 대학생들에게도 자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서두른다. 조급하다는 강박증 같은 게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젊은 시절에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한 적이 있나?
나는 방황성 외톨이였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느라 젊어서는 거의 은둔을 못했다.

문단에서 주는 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제도권 문학상에 후보로도 오른 적이 없다. 제도권에서 나에게 이단이라는 딱지를 붙여놓지 않았나.

<하악하악>은 잠언집 같다.
그렇게 생각 안 하는 독자도 있었다. 글은 적고 그림은 많고, 그래서 이외수가 돈독이 올랐다고….(웃음)

책 제목이 인터넷 신조어다.
인생만 고달픈 것이 아니라, 어생(魚生)도 고달프다. 하악하악에는 이런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하나는 힘들 때 나는 소리이고, 또 하나는 침대에서…. 물고기나 인간이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다 하악하악이다.

언제부터 인터넷을 접했나?
199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언어도 완벽하게 구사한다.
나도 룰이 있다. 인터넷 신조어 중 내가 언어라고 인정하는 것이 있고, 인정하지 않는 것도 있다. 언어라고 인정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형태 면에서 초·중·종성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자음만 갖고 있는 것은 기호이지 언어가 아니다. 하악하악에 기호는 없다. 신조어라고 해서 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조어 나름대로 기능과 특유의 전달력이 있는 것은 즐겨 쓴다. 가령 ‘떡실신’ 같은 말은 그 말에서 장면이 떠오른다. 강세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두사 역할을 ‘떡’이라는 글자가 해주니까. 나름대로 새로운 맛을 풍기거나 활력을 일으킨다.

신조어를 만든 사람과 즐겨 사용하는 세대의 의도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지못미’가 그런 말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인데, 설명을 해야만 전달이 가능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면 마음의 분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느껴진다. 또 자기 자신의 무력감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그 안에 다 들어가 있기도 하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독자를 직접 만나볼 생각은?
내가 연재물로는 성공해본 적이 없다. 체질에 안 맞는다. 마감을 맞추는 일은 전혀 안 된다. 다 도중하차했다.

야동도 보나?
그럼. 내가 야동을 통해 인터넷을 익힌 사람인데. (웃음)

몸은 좋아졌는가?
화천으로 이사 와서 하도 기침이 심해 담배도 끊었다. 호흡 곤란이 와서 숨을 못 쉴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끊었는데 내가 건강이라는 것을 과소 평가했다. 갑자기 끊으니까 몸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곳곳에 저항이 나타났다. 후유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기침이 두 배로 더해지고 나중에는 수술까지 했다. 그래도 죽기를 각오하고 버텼는데 석 달 쯤 지나고, 어느 날 오후에 산책을 하는데 기침이 딱 그쳤다.

술도 끊었다. 어느 날 아침에 취한 상태에서 마신 술을 세보니까 일곱 병 반이더라. 반 병을 마저 마실까 말까 하다가 이렇게 화천의 공기와 물만 믿고 살다가는 내가 죽겠다 싶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끊었다.

인터뷰 말미에 <시사저널>의 연중 기획물인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나는 거의 비시사적인 인물이다. 조류나 동향과는 상관없이 내 스타일대로 살아왔는데, 이번에도 보니까 영향력 10위 안에 들었더라.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와 의외였다. 이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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