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업체 늘고, 자영업 줄었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10.0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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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기준 사업체 기초 통계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사업체 수는 2000년과 비교해 25만여 개 늘어났다. 사업별로는 교육서비스업이 58% 급증했고, 법무·회계 법인 등 사업서비스업도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기준 사업체 기초 통계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사업체 수는 2000년과 비교해 25만여 개 늘어났다. 사업별로는 교육서비스업이 58% 급증했고, 법무·회계 법인 등 사업서비스업도 38% 증가했다. 하지만 도·소매업은 5% 줄어들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시사저널>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통계를 바탕으로 전국의 산업 변화를 입체 분석했다.


통계청에서는 매해 지도를 발간한다. 사업체 지도이다. 땅 위에 위치한 모든 것을 표기하는 지도와 달리 표와 숫자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사업체를 파악하고 산업 분야를 진단하는 데 매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올해도 통계청은 사업체 지도를 발표했다. 지난 9월29일 공개한 ‘2007년 기준 사업체 기초 통계조사 잠정 결과’가 그것이다.

<시사저널>은 통계청의 발표와는 별도로 ‘2000~06년’까지의 사업체 기초 통계조사를 분석하고 있었다.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문제 의식 때문이었다. 사업체는 고용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게다가 내 고장이 발전했는지 혹은 퇴보했는지를 알아보는 데도 통계청의 결과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만 가득했던 2000~06년이었지만 사업체 수는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2007년 말 전국의 총 사업체 수는 3백26만2천7백81개로 2000년과 비교하면 약 25만여 개가 늘었다. 8.28%가 증가한 셈이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우선 순위별로 살펴보자. 교육서비스업이 10만2천여 개에서 16만2천여개로 58%나 급증했다. ‘불패의 사교육 시장’이 다시 한 번 증명되는 결과이다. 부동산 광풍과 함께 불어닥친 건설 붐은 건설업체의 증가를 가져왔다. 6만6천여 개의 건설업체는 7년 뒤 9만3천여 개로 늘어 40%나 증가했다.

IT, 전문과학 연구 업종,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이 포함된 사업 서비스업이 38%나 증가해 그 뒤를 이었다. 건설업체가 바늘이라면 부동산업체는 실이다. 건설업의 덩치가 커진 만큼 부동산업도 26%나 늘어났다. 반면, 1차 산업은 몰락했다. 광업(-14%)과 농업 및 임업, 어업 관련 업체(-27%)는 줄어들고 있었다.

도·소매업(-5%)도 줄어들었다. 도·소매업은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기존에도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 지수는 지난 7년 동안 따뜻하지 못했다. 내수 부진도 도·소매업의 하락에 한몫했다.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숙박업체와 음식업체는 1.8%의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오히려 전체 사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에서 19%로 줄어들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

지역별로는 일부 지역에 편중돼 ‘증가세’…여성 사업자 비중은 36.5%

체감 경기가 나쁠 때 부침이 많은 업종 중 하나인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 업체들은 이 기간 동안 무려 15.8%, 2만개 정도가 사라졌다. 하지만 ‘기타 분류 안 된 오락관련 산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7백33%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장이 만들어낸 숫자이다. 전통적인 일자리 창출 업종인 제조업의 경우 2000년에 비해 2만여 개의 업체가 늘어나 6.8%의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에는 전체 사업체 중 10.4%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2007년에는 10.2%로 감소했다.

여성의 산업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2007년 현재 총 사업체 중 36.5%에 해당하는 1백19만여 개의 사업체는 여성이 주인이다. 2000년의 33.9%에 비해서 2.6%가 늘어났다. 여성 업주의 비중이 가장 급격하게 높아진 부문은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 사업체였다. 2000년 27.51%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41.36%의 업체가 여성이 대표였다. 노래연습장(63.5%)이나 독서실 운영업(47.9%) 등에서 특히 여성 대표자의 비율이 높았다. 비중이 50%가 넘어 남성보다 여성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많은 분야는 숙박·음식점 업체와 교육서비스업이었다.


지역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8% 남짓의 사업체가 늘어났다지만 이는 전 지역에 골고루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전국 평균인 8.28%보다 사업체의 증가세가 높은 곳은 경기(31.2%), 울산(15.7%), 제주(13.9%), 인천(11.43%), 광주(10.9%), 충청남도(9.19%) 등 여섯 곳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도·소매업만 소폭 하락했을 뿐 모든 업종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건설업이 63.4%나 증가해 경기도를 휩쓴 건설 붐을 증명한다. 건설 붐이 일면 당연히 부동산 관련 업종도 급증한다. 경기도의 부동산업 및 임대업도 56.9%나 증가했다. 전통적인 일자리 창출 업종인 제조업체도 30.8%나 새로 만들어졌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직군을 이루고 있는 사업서비스업체의 증가가 59.9%에 이른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1년 전인 2006년까지의 결과를 놓고 2000년과 비교했을 경우 지역별 사업체 증가율의 순위는 경기, 울산, 제주, 광주, 인천 순이었다.

충남의 경우 2006년까지의 전국 평균인 7.07%보다 사업체의 증가율이 낮았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인천은 광주를 추월하고 충남은 전국 평균을 훌쩍 넘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바야흐로 ‘광역 수도권’이 도래한 셈이다.

사업체 기초 통계조사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사업체를 조사 대상으로 하는 통계조사의 모집단을 제공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한국표준산업분류 중 농림(개인경영), 어업(개인경영), 국방, 가사 서비스업, 국제 및 기타 외국 기관을 제외한 전 사업체, 약 3백만개 업체를 조사한다. 사업체명, 대표자명, 소재지, 조직 형태, 사업체 구분, 사업장 변동, 사업의 종류, 종사자 수 등이 조사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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