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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 법조인이 무색한 ‘차별의 나라’

반도헌 ㅣ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10.28(Tue) 15: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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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 10월21일 제50회 사법시험 2차 합격자 1천5명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이 중에는 3급 시각장애인인 최영씨(27)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법시험이 생긴 이래 최초의 시각장애인 합격자였다.

최씨는 인간 승리의 새로운 족적을 남겼다. 후천적 시각장애인으로 점자에 익숙하지 않은 그가 한글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을 이용해 오로지 귀만으로 비좁은 합격의 관문을 뚫은 것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이다. 

최씨에게 쏟아지는 각계의 격려를 접하다보면 금방이라도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가 구현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게 성숙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소식도 있었다. 지난 10월14일과 15일에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된 일제고사를 치르면서 일부 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제외시켰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민주당의 김영진 의원은 인천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부천의 모 고등학교 2개 학급이 체험학습을 실시했고, 부천의 모 중학교 2개 학급이 시험 대신 수업으로 대체했다”라고 지적했다. 장애 학생들이 학교 평균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게다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계획에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판정된 학생의 응시 여부는 학교시행 책임자가 판단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이같은 행위를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경쟁이 심화되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 도덕과 윤리의식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점점 더 인색해지고 있다. 평균을 깎아 먹는다는 이유로 장애 학생에게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는 학교에서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의 17.7%가 “감옥에서 10년을 살더라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라고 답한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사람들이 최영씨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승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승자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일부가 낙오자로 인식되고 있는 장애 학생들에게 돌려진다면 우리는 더 많은 최영씨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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