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진실이 더 중요하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11.04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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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제기한 당사자 박 아무개씨 인터뷰“나는 본 것을 본 대로 말할 뿐이다”

▲ 여동생 명의로 된 비밀계좌라고 박씨가 주장하는 11개 계좌의 거래 내역서 사본 중 하나.

신한은행 비밀 계좌’ 의혹을 주장하는 박 아무개 여인을 대신해서 현재 ‘진실 게임’에 뛰어든 친오빠 박 아무개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비교적 차분해 보였다. “솔직히 선생의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럴 것이다. 그래서라도 꼭 진실을 밝힐 것이다. 사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형제들은 지금 돈에 궁핍함 없이 다 잘살고 있다. 돈은 전액 다 국고에 환수시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힘 없는 한 개인을 속여온 비도덕성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와의 몇 차례 만남을 통한 대화 내용을 정리했다. 

이력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박○○의 둘째오빠이다. 1952년생이다. 한국에 가족들이 있고, 나는 오래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직장 생활과 사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 직장은 어디이며, 하는 사업은?

(명함을 제시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A라는 회사에 부사장 직함으로 있다. 사무실은 제일의 무역항인 제다에 있다. 중동 지역의 기업체가 대개 그렇듯이 우리 회사 역시 오너는 왕족의 자손인 왕자이다. 한국을 오가며 무역과 관련된 사업도 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사무실이 있다.

신한은행 공동 창업주라고 하는 고 황덕룡씨를 잘 아는가?

잘 알 밖에. 1970년대 후반부터 내 여동생을 만나서 1985년 일본에서 사고를 당할 때까지 사실상 부부 생활을 했다. 솔직히 난 매제의 첫인상이 무척 마음에 안 들었다. 항상 보디가드들을 세 명씩 데리고 다니고, 야쿠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 열다섯 살이나 나이가 위였지만 내게 깎듯이 형님으로 존칭했다. 신한은행 설립 과정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신한금융 라응찬 회장도 그때 자주 만나 식사도 함께했다. 사실 매제에 대해 공동 창업주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내가 알기로는 사실상 그가 창업주이다. 

여동생의 비밀 계좌에 대한 실체는 언제 처음 인지하게 되었나?

외국에 있던 내게 여동생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자꾸 자신을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매제가 죽기 전 동생 앞으로 남겨놓은 은행 잔고에 대한 냄새를 맡고 브로커들이 쫓아다니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 직접 보니 뭔가 이상한 것이다. 단순한 브로커들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내가 직접 나서서 이 일을 파헤치고 있다.

왜 이 비밀 계좌를 DJ 비자금과 연결 짓는 것인가?

괜한 정쟁에 휘말릴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진실만을 쫓을 뿐이다. 국내 은행의 해외 송금이 중간에서 한 단계를 거친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도 내가 사업하는 여기 중동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분들의 도움을 받아 거래 내역에 대한 모니터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이희호 여사 이름과 그의 사촌동생인 이○○씨 이름으로 조 단위의 돈이 모두 네 차례 수표로 인출되어 나간 기록이 있었다. 프린트가 안 된다고 해서 메모를 했다. 각각 길동역지점과 서여의도지점이었다.

현재로서는 DJ 비자금과의 관련성에 대해 선생의 증언이 유일한 것 아닌가? 그것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나도 잘 안다. 내 일을 도와주는 국내외 지인들이 있고, 때가 되면 그들에게 증언을 부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직 결정적인 증거들을 더 확보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난 그쪽(DJ)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그런 엄청난 분들을 대상으로 내가 싸울 이유도 없다. 오히려 우리 남매의 목적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본 것을 본 대로 진실만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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