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경영’을 누가 흔들랴
  • 번역 정리·최미애 (일본어 번역가) ()
  • 승인 2008.11.25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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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케이비즈니스>가 분석한 미국 우량 기업들의 ‘성공 조건’

▲ 미국의 한 대형 마트에 델 컴퓨터 제품이 눈에 띄는 장소에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변혁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변혁의 중심에 서 있는 그가 가장 먼저 당면한 과제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극복이다. 오바마는 시장 경쟁을 우선한 지금까지의 정책이 경제 파탄의 주범이라고 역설하며 미국형 자본주의에 메스를 들이댈 태세이다.

오바마는 새로운 미국형 자본주의로 가는 최우선 과제로 차입경영으로부터의 탈피를 주장한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고 효율적인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영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재무 레버리지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 은행인 골드만 삭스의 재무 레버리지는 26.9배, 모건 스탠리는 32.3배이다. 이들이 서브프라임 론 등 금융 상품으로 거액의 손실을 보고 자금 조달로 고통받은 것은 과잉 레버리지에 기인한다. 반면 델, 에머슨, 캐터필러 등 우량 기업 3곳의 재무 레버리지는 상당히 낮다. 델의 재무 레버리지는 약 6배, 에머슨은 2배, 캐터필러는 7배이다. 이 회사들은 자기자본이익률에서도 델이 71%, 에머슨이 25%, 캐터필러가 45%로 미국 기업 평균인 18%를 훌쩍 넘는다. 그에 비해 골드막 삭스와 모건 스탠리는 각각 31%, 7%이다.

델, 에머슨, 캐터필러는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미국의 뿌리 깊은 경영 사례를 보여준다. 일본의 경제지 <니케이비즈니스> 최근호에서는 이들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우량 기업으로 뿌리 내렸는지를 특집 기사로 다루었다. 일본의 시각으로 본 미국의 우량 기업 유전자는 어떤 것일까. 

강한 리더십과 팀워크의 좋은 점만 발췌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은 생산에서 판매까지 일관되게 효율을 추구하는 직판 모델로 급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컴퓨터의 대중화로 고객이 다양화되면서 2006년 후반에는 휴렛 팩커드에 추월당하기도 했다. 델은 즉각 직판 모델의 개선에 착수했다.

먼저 제품을 다양화했다. 중소기업이나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의 고객 확보를 위해 기능을 단순화시킨 기업용 노트북을 개발하고 개인용으로도 다양한 기종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둘째로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그 결과 1년 전에는 소매 판매가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세계 1만5천개 점포에서 델 회사의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다. 셋째로 일반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디자인 부문을 확충했다. 디자인 팀 인원을 5년 전 5명에서 1백20명까지 늘리면서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 지향적이 되었다. 고객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신설했고, ‘Idea Storm’이라는 사이트에서는 소비자들로부터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모집해 이를 반영한다.

그렇다고 델이 직판 모델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소매점에서도 직판 모델을 적용해 실제 수주에 기초해 제품을 배송하고, 판매점을 엄선해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했다.

공업용 기계 제조업체인 에머슨을 이끄는 것은 5명의 최고 책임자들로 이루어진 최고경영회의(Office of Executive, OCE)이다. CEO를 비롯해 COO(최고 집행책임자), CFO(최고 재무책임자) 등이 최고경영회의에서 해결할 문제에 대해 정보와 의견을 교환한 후 합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한다. 각각의 고유한 재능과 경험을 살려 서로를 보완하며 사내의 여러 가지 의견을 모으는 것이 CEO 단독으로 결정하는 원맨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데이빗 파 회장 겸 CEO는 “거대하고 광범위하게 전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에머슨을 CEO 혼자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최고경영회의는 인재 유출도 방지한다. CEO로 선출되지 않은 CEO 후보와 그 지지자가 회사를 떠나는 일을 막아 그로 인한 회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몬더 COO는 “강한 리더십과 팀워크의 좋은 점만 발췌한 시스템이다”라고 평가한다.

유연한 고용 정책으로 ‘종신 고용’ 보장도

에머슨은 제어 장치, 산업용 오토메이션, 네트워크 전원, 공조 설비, 가전제품용 부품 등 5개의 사업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다각화 경영을 펼치고 있다. 예전에는 각 부문이 독립을 유지했지만 부문을 횡단하는 업무의 공동화를 도입했다. 이로써 고객은 품질 좋고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조합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건설기계 제조사이자 글로벌 기업인 캐터필러는 고용을 유지하는 경영 방침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래서 캐터필러에서는 높은 보수를 찾아 떠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16세에 입사해서 80세가 된 현역 사원도 있고, 아버지와 아들, 친척이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다. 고용 유지는 사내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기반이 된다. 제임스 오웬즈 CEO는 “우리는 경기가 바뀔 경우에도 고용 유지에 주력한다. 유연한 기간 고용이나 노동 시간의 단축 등으로 인재를 유지하고 재성장을 꾀한다”라고 말한다.

계속적인 장기 투자도 대공황과 경기 악화를 극복하는 캐터필러의 전통적 경영 방식이다. 캐터필러는 종신 고용이나 도요타 생산 방식 등 일본적인 기업 문화의 측면을 가지면서 세계를 시야에 두고 대담한 투자를 하는 미국 기업의 요소를 겸비하며, 과거 75년간 3백회 연속 주주들에게 배당을 계속해왔다.

 


잭 웰치의 4가지 경영 철칙

잭 웰치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의 전 회장 겸 CEO는 “불황에 굴하지 말고 긍정적으로”라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위기에 빠진 GE의 CEO로 취임해 과감한 구조 조정과 감원으로 고속 성장을 일구어냈다. 그가 말하는 위기 극복을 위한 4가지 경영 행동을 알아보자.

1. 회사를 정돈하자
회사를 정돈한다는 것은 위기에 비추어서 업무를 정리하는 것이다. 즉 수익력이 약한 공장의 폐쇄, 인원 정리, 노동 시간 단축, 조직의 재편성 등 전면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2. 우수 사원 점검
위기일수록 우수 사원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그들이 충분한 보수를 받고 있는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울적하거나 걱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위기 때는 모든 사원에 배려할 여유가 없다. 우수한 사원이 일하기 편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3. 지나칠 정도의 커뮤니케이션
첫째도, 둘째도, 셋째, 넷째도 커뮤니케이션이다. 사원에게 지금 회사에 무슨 일어나고 있고, 무엇을 어떤 이유로 하려고 하는지, 회사가 사원에게 기대하고 있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놓고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1년 후는 어떨 것인지, 위기는 언제 극복될 것인지, 장기적인 플랜은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경영자에게는 설명할 책임이 요구된다. 솔직하게 얘기함으로써 모두가 안심할 것이다.

4. 매수 또는 스카우트
경기 후퇴기는 경합의 시기이다. 상대의 주가가 낮고 현금 상황이 나쁘지 않으면 당장 매수에 들어가라. 매수가 무리라면 우수한 사원을 스카우트하라. 모든 수단을 써서 라이벌과의 차이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라이벌이 먼저 선수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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