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노예 계약’ 오명 씻어낼까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11.25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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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는 연애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명 ‘노예 계약’으로 불리는 연예인 전속계약서 조항에 손을 대고 대대적으로 시정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연예기획사 대표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속 스타들을 옭아매었던 갖가지 독소 조항들이 이번에는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공정위의 시퍼런 서슬을 의식했는지 연예기획사들은 곧바로 10개 유형 총 46개 조항을 스스로 시정했고, 총 2백4명의 연예인과의 계약서를 수정하는 등 재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곪을 대로 곪은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간의 불합리한 계약 관계가 청산될 것으로 보면 섣부르다. 기획사들은 “신인을 스타급으로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느냐” “기획사가 연예인의 의견에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일이 오히려 더 많다”라며 여전히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연예기획사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은 ‘돈’에서 찾을 수 있다. 소속 기획사가 노예 계약을 강요하는 것도, 신인이 스타로 성장하면 다른 소속사로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도 다 돈 때문이다.

한때 연예기획사가 2천여 개에 달할 정도로 과포화 상태에 이르자 열악한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우회 상장 열풍이 불었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대형 스타가 필요했고, 제살깎기식으로 소속사끼리 연예인을 뺏고 빼앗기는 혈전도 벌였다. 이렇게 투전판이 펼쳐지면서 연예인과 소속사의 관계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기에 이르렀다.

연예 관련 종사자들은 차제에 연예기획사들도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타 파워에 의존해 기획사가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사의 이런 움직임이 탄탄한 작품과 실력 있는 스타 배출로 이어진다면 제2의 한류 열풍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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