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스몰 럭셔리’와 ‘로’에 꽂히다
  • 이지은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 승인 2009.01.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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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비 성향 / 가치 소비 늘고 본질에 충실한 제품 선호

▲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실속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시사저널 유장훈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 소비자들은 몇 가지 측면에서 독특한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 우선 한국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명품)에 대한 선호가 강하며 첨단기능의 제품과 신제품을 빨리 수용하는 조기 수용자(얼리 어답터)의 성향이 높다. 제품을 빨리 수용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제품에 대한 평가를 내린 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데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높지 않아 경쟁사의 가격 할인이나 판촉 등에 쉽게 영향을 받아 경쟁사 제품으로 이탈하며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또한,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준거 집단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으며 트렌드에 민감해 쉽게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불황 맞아 양면적 소비 행태 심화

글로벌 경제 위기와 치솟는 환율 및 실업률 증가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국내 소비 시장의 침체는 심화될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것처럼 불황기에도 한국 소비자들이 지닌 독특한 소비 성향과 이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측하며 이를 구매로 연결시키는 역량을 가진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불황기에는 복합적이고 양면적인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심화된다. 알뜰형 소비자들은 불황기에 저렴하고 실속 있는 제품들을 선호하게 된다. 기아차 모닝과 같은 경차, 편의점의 삼각김밥, 라면, 할인점의 PB(private brand) 상품, 소용량 제품 및 DIY 제품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단순히 값이 싼 제품이 아닌 가격에 비해 높은 가치를 가진 제품을 선호하는 가치 소비의 성향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에, 저렴한 제품일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추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게 된다. 또한, 소비의 양면성(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제품군에서 가치 소비를 지향하더라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최고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즉,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소비자에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게 된다.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더라고 커피만은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소비자가 예가 될 수 있다.

이는 중간대 가격의 상품은 관심을 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의 양면성은 ‘스몰 럭셔리’ 경향의 심화와 연결된다. 불황기에는 전반적으로 소비를 줄여야 하므로 다른 작은 측면에서 소비의 희생을 보상받고자 한다. 따라서 비싼 속옷이나 작은 명품 등의 소비가 늘어난다.

또한 멜라민 파동, 중국산 만두·김치 사건 등과 같은 먹을거리 사고의 영향으로 인해 웰빙이 진화한 ‘로(Raw)’ 트렌드가 심화되고 있다. 생활용품에서 ‘로’는 군더더기 없이 본질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인공적으로 변해가는 제품과 본질이 아닌 겉모습에 치중한 제품에 식상한 소비자들은 기본 즉, 제품의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유기농, 친환경 제품,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은 무첨가 제품, 하이브리드 카,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 <패밀리가 떴다>나 <우리 결혼했어요> 등과 같은 리얼 버라이티 쇼 등이 ‘로’ 트렌드를 반영한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다.

마케팅 석학들의 조언처럼 불황기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항상 주시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혁신할 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브랜드가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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