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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를 장마라 부르지 못하는…

기상청이 올해부터 ‘용어’ 사용 중단한 내막

이은희 (싸이컴 대표집필·과학저술가) ㅣ 승인 2009.07.01(Wed) 00: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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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가 내린 뒤 물에 잠긴 강원도의 한 마을.
ⓒ강원일보 제공

올해부터 기상청은 장마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장마예보제’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961년부터 매해 계속 실시해오던 장마예보제를 48년 만에 중단하기로 하자,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른 기상 예측 오보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기상청이 책임 회피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기상청이 중단한 것은 단지 장마의 시작점과 종결점을 예보하는 것일 뿐, 장마전선에 의한 강우 예보 자체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기상 이변으로 인해, 강우의 특성이 예년처럼 장마 기간 동안 전국에 걸쳐 비가 오던 것과는 달리, 국지성 호우와 돌발적인 폭우가 더 많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장마철의 시작과 끝을 예보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요즘은 기상위성이 지구의 상공을 24시간 관찰하고 있다. 대기 및 기상 현상에 대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수집·전송되며 엄청난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까지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일기예보는 종종 빗나가고 있다. 이는 그만큼 기상 현상이 복잡해졌다는 방증이다.

미국의 기상학자였던 에드워드 로렌츠는 “브라질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는 토네이도가 일어난다”라고 말하며, 기상 예측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이제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로 불리는 이 말은 기상 현상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불규칙한 움직임에 의해 동적으로 균형 잡힌’ 지구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초기 조건이 아주 조금만 변화해도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지구는 ‘닫힌 계’이므로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새로 생겨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할 뿐이다. 따라서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 현상들은 단독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혹은 다층적인 사건들의 연속선상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하나의 변수가 바뀌는 작은 변화라도 결과 값은 엄청나게 틀어질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책임 회피 아니냐” 비아냥도…주된 원인에 주목해야

기상 현상이 이처럼 복잡하고 혼돈스럽게 일어난다면 기상 예측 자체가 의미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카오스 이론이라는 것이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 현상처럼 복잡한 혼돈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카오스 이론이다. 카오스 이론은 한없이 무질서하고 불규칙해 보이지만, 전체적인 균형이 유지되기에 나름으로 어떤 질서와 규칙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비춰보면, 현재의 일기예보가 자주 어긋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혼돈 상태를 제대로 설명해내는 이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최근의 기상 현상이 예전에 비해 불규칙해졌다는 점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상청의 답변이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변명처럼 여겨지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틀리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신뢰도와 투명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어떤 문제를 일으킨 여러 가지 원인 중 가장 객관적인 원인이 가장 주된 원인은 아니다. 또,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객관적 원인을 내세워 주된 원인을 가려버리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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