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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영화들은 뭔가 다르다

여름 극장가, <해운대> <국가대표> 쌍끌이 흥행…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도 가세

반도헌 ㅣ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8.18(Tue) 17: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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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흥행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천만 관객을 향해 순항하는 <해운대>와 이에 밀리지 않고 흥행몰이를 이어가는 <국가대표>가 한국 영화 부흥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6일 개봉한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자존심을 걸고 맞서고 있다. <아이스에이지3-공룡시대> <퍼블릭에너미> 등 만만치 않은 작품이 8월12일 개봉했지만 세 작품의 흥행 가도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 <국가대표> <지.아이.조> 세 작품 모두 관객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세 편을 모두 보았다는 회사원 김소연씨(29)는 “굳이 순위를 매길 수도 있겠지만, 순서를 정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세 작품 모두 충분한 영화적 재미를 가지고 있다. <해운대>의 쓰나미, <국가대표>의 스키점프 경기 장면, <지.아이.조>의 전투신 등 대형 스크린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서의 재미를 준다는 점이 공통점이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 흥행 지도는 이 세 작품이 써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상영관을 싹쓸이할 정도의 대형 기대작이 개봉될 계획이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해운대>, 흥행 안정세에 접어든 <국가대표>, 도전자 입장인 <지.아이.조>가 벌이는 흥행 전쟁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앞서나가는 작품은 <해운대>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22일 개봉한 <해운대>는 8월12일 현재 8백3만명을 돌파했다. 8백만 관객을 동원했던 <웰컴투 동막골>을 제치고 역대 흥행 순위 8위에 오른 것이다. 역대 흥행 순위 5위에 올라 있는 <디워>(8백42만)의 기록도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인다. 평일에도 하루 평균 20여 만명의 관객이 꾸준히 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관계자, 영화 팬을 막론하고 <해운대>가 보여주고 있는 흥행몰이를 예상했던 이는 거의 없었다. 개봉 초기 예상치 못한 흥행세가 이어졌을 때도 다들 설마 하는 분위기였다. 코미디영화만 찍던 윤제균 감독이 만들어낸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작품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코미디와 드라마가 어우러진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대해 관객이 열광했다.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시간이 지나도 흥행세가 꺾일 줄 몰랐다.

<해운대>를 1천만 관객 영화로 이끌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넓은 관객층에서 나온다. 20~30대가 주 관객층인 국내 영화시장에서 1천만 관객을 동원하려면 반복해서 보는 마니아 관객과 평소 극장을 찾지 않는 40~50대 중·장년층을 확보해야 한다. <해운대>는 마니아 관객이 형성되고 있지는 않지만, 중·장년층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어 한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해운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국가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흥행 기록도 만만치 않다. <해운대>보다 한 주 늦은 7월29일 개봉한 <국가대표>는 개봉 첫 주 전국 97만 관객을 기록한 데 이어 둘째 주에는 주말(8월7~9일)에만 77만명을 동원했다. 8월12일 현재 누적 관객 2백88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제작사인 ㈜KM컬쳐 유은아 기획홍보실 담당자는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면서 스크린 수가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관객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개봉 3주차인 이번 주에도 주중 하루 평균 15만~16만명의 관객이 들고 있어 장기 흥행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가대표>는 사실 개봉하기 전만 해도 <해운대>를 능가하는 기대작이었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로 흥행 파워를 입증했던 김용화 감독의 차기작인 데다가 <추격자>로 연기파 배우 대열에 올라선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국내 비인기 스포츠인 스키점프에서 척박한 환경을 이기고 동계유니버시아드 단체전 금메달을 일구어낸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흥행을 자신하게 했다. <말아톤> <너는 내 운명> 등 감동 실화에서 나온 휴먼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흥행성이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개봉 일자를 <해운대>가 개봉한 한 주 후로 잡은 것도 흥행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실패작이 되었다. <해운대>에 관객이 물밀듯이 몰렸고 2주차에 접어들어서도 <해운대>는 흥행 1위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가 <해운대> 쓰나미에 밀려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관객이 선택한다’는 진리가 <국가대표>를 살렸다.
주류에서 밀려난 삼류 인생들이 국가대표와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눈물과 웃음을 한데 버무려 엮어간 이야기에 관객이 긍정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웃음의 중심에 있는 성동일은 자신의 최고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스키점프 대회 장면이 보여주는 스펙터클한 화면도 여름 더위를 날릴 만한 시원함을 선사했다.
혹평받은 <지.아이.조>, 이병헌이 살렸다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국내 극장가를 쌍끌이로 이끌어가는 가운데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지.아이.조>의 선전이 눈에 띈다.
<지.아이.조>는 개봉 첫 주말 성적에서 73만명을 동원하며 <해운대> <국가대표>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흥행 순위에서 세 번째로 처지기는 했지만, 77만명을 기록한 <국가대표>와 거의 차이가 없는 성적으로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기는 하지만 국내 흥행을 기대하기에는 약점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지.아이.조>는 미국 완구회사 하스브로 사의 대표적인 액션 피규어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미국인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이겠지만 국내에서 ‘지.아이.조’ 인형을 가지고 놀았던 추억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그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하나일 뿐이다. 언론 시사를 마치고 난 후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대다수 평론가들이 별 5개 만점에 2개 이상을 주지 않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이야기 부재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과 악을 대변하는 두 세력의 싸움을 그리고 있는 <지.아이.조>의 이야기 구도는 유아기적 스토리라는 혹평을 받았던 <트랜스포머2>에 못지않다. 극 중 캐릭터가 미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때문인지 이들에 대한 배경 설명도 친절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이렇듯 약점이 뚜렷하지만 장점을 오롯이 밀고나가는 저력이 있다.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휘몰아치는 전개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화려한 전투 장면으로 말초적 재미를 주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 bonami(다음 ID)는 “무더운 여름에는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강렬하고 화려한 액션영화가 제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지.아이.조>의 장점을 한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 <해운대>(왼쪽)·<국가대표>(가운데)·<지.아이.조>(오른쪽)등 세 편의 영화가 흥행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KM컬쳐, JK필름, CJ엔터테인먼트 제공(왼쪽부터)

또 하나 흥행 요소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병헌의 활약이다. ‘스톰 쉐도우’ 역을 맡은 이병헌이 보여주는 활약상은 예상보다 인상적이다. 사실상 주인공에 가까울 정도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닌자 캐릭터임에도 한국인으로 그려지고 어릴 적 한국말을 사용한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병헌은 그동안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실망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영화 흥행 시장에서 성공은 경쟁자를 무너뜨림으로써 달성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칙이다.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들은 대부분 경쟁작들을 초토화시켰다. 1천만 관객을 동원할 만한 위용을 드러낸 작품이 나타났을 때 배급사들이 이를 피해 개봉일을 맞출 정도였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2007년 한 주 걸러 나란히 개봉했던 <화려한 휴가>(7백30만)와 <디워>(8백42만)는 국내 영화시장을 쌍끌이하며 동반 흥행에 성공했다. 상영 기간 내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두 작품이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에 숨통을 틔워준 것은 분명하다.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벌이는 흥행 경쟁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두 작품 모두 웃음과 감동을 주는 데 성공하고 있고, 관객층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젊은 관객에게만 소구력이 있는 <지.아이.조>와는 생명력에서 확연히 다르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동반 흥행은 오랜 기간 침체해 있던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영관 확보가 흥행 보증 수표?



영화 흥행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재미, 완성도, 작품성, 스타 감독과 배우, 창의성 등 작품 자체의 내부적인 요소 외에도 개봉 일자, 사회적 이슈, 국가적 특징 등 영화 외적인 요소가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화계에서 ‘좋은 작품은 알아볼 수 있지만 흥행에 성공할 작품은 짚어내기 어렵다’라고 말하는 것은 다양한 변수가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흥행에 관한 한 도박과 비슷한 영화계에 최근 키포인트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상영관 수 확보이다. 멀티플렉스가 일반화되면서 영화가 상영관에 걸리는 주기가 짧아졌고, 그러다 보니 관심이 최고조에 있는 개봉 초기에 상영관을 싹쓸이하는 영화가 흥행 성공으로 연결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일단 흥행몰이에 성공하면 상영관 방어도 용이해진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배급·홍보 업체들은 적절한 상영관 수를 예측하고 이를 확보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여름 확실한 흥행 카드로 점쳐진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은 이런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개봉 첫 주 1천100개가 넘는 상영관을 확보했고, 2주차에 접어들어서도 9백개 넘는 상영관에서 관객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7백4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해운대>가 출현하기 전까지 여름 극장가를 지배했다.

하지만 개봉 첫 주 상영관이 흥행의 전부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상영관 수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관객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경우이다.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거두고 있는 성공은 두 작품의 상영관 수 변화에서 잘 나타난다. <해운대>는 개봉 첫 날 전국 6백9개 상영관에서 상영되었다. 개봉한 지 21일째인 8월11일 이 작품의 상영관 수는 5백61개이다. 일반적인 감소 폭을 무시하는 결과이다. 물론 관객 수 감소도 작은 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대표>도 마찬가지다. 개봉 첫 주 전국 상영관 5백55개로 시작한 이 작품은 2주차를 맞이해서도 5백44개를 유지했다. 2주차에 관객이 오히려 는 것은 상영관 수 변화로도 알 수 있다. 상영관 수의 변화 양상이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동반 흥행과 장기 흥행을 예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증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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