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없이 부동산 못 잡는다
  • 김정식 ㅣ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09.09.08 16: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도권에 신도시 만들어 공급 늘리면 안정될 것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여기에 전세 가격마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부동산시장이 불안하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서울의 주택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공급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원인은 재건축과 과도한 시중 유동성이다.

먼저 재건축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부동산에 대한 정부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굳이 서울 인근에 신도시를 만들기보다는 수요가 많은 도심의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서 도심에서의 공급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다. 먼저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투기적 수요라는 점 때문이다. 투기적 수요를 공급 확대로 잠재울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도심의 제한된 지역에서 재건축으로 공급을 충분히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도심 중심부에서 재건축이 이루어지면 수도권 신도시에서 도심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도심 주택의 수요는 더욱 늘어나게 되고 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도심에서의 공급 확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것은 최근 전세 가격의 상승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최근 전세 가격 상승은 재건축으로 공급을 대폭 늘린 잠실 지역에서 시작되고 있다. 재건축을 할 경우 새 아파트의 수요가 늘어나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재건축은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재건축에는 막대한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에 항상 투기적 수요가 따라다니게 된다. 이러한 투기적 수요로 가격이 상승할 것을 우려해 외국에서나 2002년 전에는 국내에서도 소유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재건축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2002년 김대중 정부가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아파트의 가격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재건축을 허용해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여기에 재건축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이익 집단 역시 사유 재산을 강조하면서 정부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건축을 부추겼다.

▲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전세마저 급등하는 이유는 정부가 도심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하는 데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도심에서의 주택 공급 확대는 잘못

재건축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노무현 정부로 이어졌고, 당시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이를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파악해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5년 가격이 폭등하자 비로소 재건축과 대출을 규제하고 세금을 부과해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했으나 이미 재건축에 대한 기대는 높아져 가격을 잡기가 어려웠다. 재건축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과 그렇지 않았던 강북의 아파트 가격의 격차는 3~4배 이상 크게 벌어졌으며, 수도권과 지방 역시 가격 차이가 커지게 되었다.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던 것이다.

이러한 재건축에 대한 문제 외에도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시중의 과잉 유동성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 이미 우리는 과잉 유동성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은 막대한 돈을 풀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과잉 유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내 금리가 외국보다 높아 외국으로부터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 유동성 상태에서 재건축을 허용하는 것은 마치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으며, 지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경기 침체로 금리를 높이기 어려운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금리를 높여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거시경제 정책보다는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재건축에 대한 기대를 불식시키는 미시적 정책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사용하는 대출 규제나 세무조사 역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재건축에 대한 규제 없이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는 대부분 대출받은 자금이 아닌 자기 여유 자금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과잉 유동성 상태에서 재건축을 허용하는 것은 마치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으며, 지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건축 규제로 도심의 투기적 수요를 억제한 후 수도권에 많은 신도시를 만들어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1990년에도 우리는 올림픽으로 인한 과잉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적이 있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켰다. 외국과 같이 광역교통망이 갖추어진 신도시를 만들어 단시간에 직장이 있는 서울로 진입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 도심까지 짧은 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다면 누가 굳이 복잡한 도심에서 살기를 원하겠는가? 선진국과 같이 도심은 직장이 있는 공동의 공간으로 남겨놓고 부심을 개발해야만 많은 주택을 공급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역대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해보면 부동산 정책에 성공한 정부는 경제 정책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정부는 경제 정책에 실패했다고 평가받는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정책이 계속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