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똑똑한 콘셉트카가 ‘대세’
  • 제네바·조재길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
  • 승인 2010.03.09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네바 모터쇼 현장 취재 / 경기 회복세 따라 수요·공급 동반 상승

 

▲ 3월2일 개막한 스위스 제네바 북부의 팔렉스포 전시장에서 7백여 종의 차가 전시되고 있다.

지난 3월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북부의 팔렉스포 전시장. 언론에 사전 공개하는 행사를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기자 등 참관인들이 몰리면서 입구 쪽이 극도로 혼잡했다. 온라인을 통해 등록했는데도 전시장에 입장하기까지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제네바 모터쇼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산업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세계 4대 국제 모터쇼 가운데 하나인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는 르노-닛산,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GM 등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업체 2백50여 개가 참여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1천㎡가 넘는 대형 부스를 꾸몄고, GM대우자동차 역시 모회사인 시보레 부스에 젠트라 후속인 ‘시보레 아베오’ 등을 전시했다. 출품작 수는 총 7백여 종. 세계 최초 및 유럽 최초로 공개한 차만 100여 종에 달했다. 경영 계획 및 신차를 소개하는 각사의 프레젠테이션에는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 글로벌 자동차업계 CEO들, “올해는 공격 경영” 

▲ 충돌 방지 장치 ‘프리세이프 360’ 기술을 적용한 벤츠 F800 스타일.
자동차업체 CEO들은 올해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은 “올해 시장 전망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경제 위기 여파가 남아 있지만, 올 한 해 동안 1백30만대 이상 판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후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라고 강조했다.

  스바루 브랜드를 갖고 있는 후지중공업의 모리 이쿠오 사장도 “세계 경제가 회복기이다”라고 강조했다. 모리 사장은 “전기차 등 기술 집약적인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1966년과 1989년에 이어 올해 역대 세 번째로 신형 복서 엔진을 내놓겠다”라고 말했다. 복서 엔진은 피스톤이 수직으로 움직이지 않고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에, 진동이 적고 무게 중심이 낮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에 이익을 냈던 포드는 올해 흑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존 플레밍 포드유럽 회장은 “올해는 소형차 피에스타 등을 대량 판매해 지난해처럼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전했다.

▒ 안전 강화한 모델 속속 등장

 

 

 

 

 

 

 

 

도요타의 급발진 사고와 이에 따른 대량 리콜 사태를 의식한 듯 전시차 가운데는 ‘안전’을 강조한 모델이 많이 눈에 띄었다. 볼보는 보행자 추돌 방지 시스템을 탑재한 올뉴 S60을 선보였다. 최고 시속 35㎞ 이하로 주행하다 보행자가 갑자기 끼어들면 경고음·경고등과 함께 자동으로 차를 멈추는 기능을 탑재했다. 시속 35㎞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때는 충돌 직전까지 최대한 속도를 늦춰준다. 전방 차량이 멈출 경우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정차하는 기능도 달았다. 볼보코리아는 연말께 이 차를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충돌 방지 장치인 ‘프리세이프 360’ 기술을 적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F800 스타일이라는 차이다. 후방 상황까지 인식해 충돌 0.6초 전에 제동 장치를 작동시켜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특징이다. 벤츠는 이 기술을 추후 양산형 S클래스에 적용하기로 했다.

▒ 값싸고 작은 차가 대세

이번 전시회에서는 소형차가 소비 트렌드의 주류가 되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2013년까지 전세계에서 연 100만대의 소형차를 팔겠다. 이를 통해 현재 80%인 세계 시장 점유율을 94%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몬테제몰로 피아트 회장은 “인기 있는 도시형 소형차인 500을 2012년 크라이슬러를 통해 미국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밝혀 ‘소형차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아우디의 첫 프리미엄 소형차인 A1은 A3의 하위 모델이다. 엔트리급으로, 미니 등과 주로 경쟁할 전망이다. 닛산 주크는 크로스오버형 모델로, 1.5~1.6ℓ급 엔진을 얹었다.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카자나’ 콘셉트카의 양산화 버전이다. 유럽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피아트의 뉴500 멀티젯은 새로 개발된 95마력짜리 1.3ℓ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출력은 높이고 연료 소모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쏟아지다

모터쇼 조직위는 아예 친환경차만을 위한 별도 공간(그린 파빌리온)을 마련했다. 워낙 많은 친환경차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60개 이상 모델 중 16대가 세계에서 처음 공개된 차였다.

 현대차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콘셉트카인 ‘아이플로’(프로젝트명 HED-7)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중형급 4도어 세단으로 현대차 최초의 디젤 하이브리드카이다.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독일 바스프와 공동으로 개발한 경량화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85g까지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일반 가솔린 엔진을 단 쏘나타(182g)의 47%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환경 규제에도 대비할 수 있다.

 기아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레이’를 전시했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푸조는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SR1’을 선보였다. 아우디는 초대형 세단 A8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전시했다. 2.0 TFSI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했다.

▒ 이젠 슈퍼카도 연비 생각해야

폭스바겐그룹의 마틴 빈터콘 회장은 “운전하는 재미를 주면서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차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다. 2018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3% 이상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로 채우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빈터콘 회장의 말처럼, 주행 성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모델이 다수 선보였다. 럭셔리 슈퍼카도 다르지 않았다. 페라리는 ‘599’를 기반으로 한 초록색 하이브리드카를 전시했다.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페라리의 상징인 ‘빨간색’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그린 페라리’를 내놓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 전기차는 날개 달다 

▲ 기아차가 내놓은 유럽형 다목적 차량 ‘벤가’의 전기차 모델(오른쪽). 아우디의 첫 프리미엄 소형차 A1(왼쪽).
중국의 전기차업체인 BYD는 이번 모터쇼 기간 중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독일 다임러와 제휴 협약을 맺었다. 고급 브랜드 벤츠가 BYD와 손을 잡은 것은 ‘중국’과 ‘전기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에서다. 전기차가 자동차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실증한 사례이다. 

 아우디는 순수 전기차인 ‘A1 e트론’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A1 e트론은 시내에서 전기로만 5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10.2초에 불과하다. 최고 시속은 1백30km이다. 배터리 충전 시간이 3백80볼트 기준으로 3시간 정도이다.

 기아차는 유럽형 다목적 차량 ‘벤가’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았다. 24kW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 출력 80kW, 최대 토크 28.6kg·m(2백80Nm)의 성능을 확보했다. 한 번 충전해 최대 1백8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시속이 1백40km 수준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