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4월 드라마는 ‘총파업’?
  • 김고은 | PD저널 기자 ()
  • 승인 2010.04.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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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윤세영 회장 직접 겨냥 “대주주 전횡 저지” 목소리 높여…‘권력’ 아닌 ‘사주’와의 대립으로 또 다른 관심 모아

 

▲ SBS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회사 로비에서 ‘독립 경영’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SBS도 총파업 위기에 봉착했다. YTN, KBS, MBC에 이은 방송사 내 노사 분규이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심석태)는 지난 3월29일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 안을 가결시켰다. 사내 문제로 총파업 안을 가결시킨 것은 처음이다. 특히 찬성률이 90.9%를 기록해 SBS 노조 구성원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느끼는 심각성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투표율도 96.4%로 나타나 1998년 10월 SBS 노조가 창립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SBS 노조는 파업을 앞두고 ‘대주주 전횡 저지’와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방송 독립’을 기치로 내걸었다. 기존에 KBS나 YTN, MBC의 투쟁이 이른바 ‘낙하산 사장’ 임명 논란 시비로 인해 불거진 정권을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면, 민영방송 SBS의 경우는 ‘사주’로 대변되는 자본 권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BS 노조는 “지상파 방송 SBS에서 벌어지는 ‘자본 권력’에 의한 방송 장악의 심각성이 KBS, YTN, MBC에서 벌어진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 장악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사실 SBS 노조의 파업은 지난해부터 예견된 측면이 크다. 2008년에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누적된 갈등과 문제가 지난해 말부터 증폭되기 시작해 올해 2월 임·단협 협상이 결렬된 것을 계기로 터져나온 것이다. SBS 노조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내걸고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오히려 자본의 전횡이 더욱 전면화되었으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사 합의도 파기되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비상 경영’을 빌미로 단행된 제작비 삭감, 임금 체불 등에 대한 불만과 법적 갈등도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상태이다. 이들은 대주주가 언론사이자 지상파 방송인 SBS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수익 구조가 왜곡되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이른바 SBS그룹의 수익이 지주회사인 SBS홀딩스에 집중되어 SBS 본사의 당기 순이익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내부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실감도 커졌다는 것이다.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곳에서 챙긴다”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런 맥락에서 SBS 노조는 SBS홀딩스 주도 하에 진행 중인 미디어렙 설치에 대해서도 “1사 1렙 방식의 미디어렙이 허용된다면 현재 지주회사는 그것마저도 자신의 직접 관할 하에 둔 채 방송 광고까지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다”라면서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대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 단체 협상 과정에서 콘텐츠운영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할 것과 중간 평가 강화 등을 요구해왔다. 콘텐츠운영위원회를 통해 SBS의 부가 가치가 다른 계열사로 부당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고, 중간 평가 제도 개선을 통해 독립 경영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SBS 사측은 경영권·인사권 침해를 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러자 노조는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서 ‘회장님의 뜻이라 어쩔 수 없다’라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라고 비난했다. 결국, 이번 SBS 노사의 싸움으로 사실상 윤세영 회장이 도마 위에 올려져 있는 셈이다.

SBS 경영진측도 나름으로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18일 노동위원회의 임·단협 조정 결렬 직후부터 파업에 대비해 인력 운용 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부장급 이상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원래 단체협약에 부장급 이상과 CP 등 보직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게 되어 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노조측은 “사측이 애초부터 협상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사측, 남아공월드컵 중계 내세워 자제 촉구

SBS 경영진은 지난 2월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의 성과에 이어 6월 남아공월드컵 단독 중계를 통해 방송사의 위상을 높이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를 앞두고도 사측은 수입 감소, 경쟁력 하락 등에 대해 걱정을 나타내며 파업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거듭 요구해왔다. 우원길 SBS 사장은 지난 3월19일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남아공월드컵이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이 파업할 때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SBS 노사는 파업을 앞두고 4월1일 최종적으로 공식 협상을 가졌다. 지난 1월 공식 협상이 결렬된 지 3개월 만이다. SBS 노조는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마지막까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행동에 돌입하기에 앞서 사측에 마지막으로 진지한 협상을 촉구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측이 별다른 태도 변화 없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할 경우 협상을 마냥 끌지는 않겠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무튼 ‘잔인한 4월’을 맞은 SBS는 당분간 계속 어수선한 내홍에 시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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