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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공격’ 위기의 문 열렸다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남북 관계 향방 / 전면전 위험 작지만 게릴라전 통한 타격 가능성 커…북한 특수부대 공격·사이버 테러 등 막을 대비책 시급

정락인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5.25(Tue) 18: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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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20일 민군합동조사단이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결국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이 났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해 온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지난 5월20일 국방부에서 한 달간의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합조단은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 폭약 2백50kg 규모의 중어뢰에 의해 수중 폭발(버블제트)로 침몰한 것이다”라며 천안함을 침몰시킨 주체를 북한으로 단정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합조단의 발표가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되 북한을 공식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물론 합조단의 신상철 조사위원과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도 ‘좌초설’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합조단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공격으로 결론이 나면서 군 당국도 다급해졌다. 우리 영해에서 북한의 잠수정 공격으로 아군의 군함이 침몰되었는데도 전혀 알지 못한 것이다. 적절한 대응은커녕 침몰 원인을 밝히는 데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남북한 대치라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 ‘국가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셈이다.

   
▲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에서 수거된 북한 어뢰의 엔진 부위(위)가 공개되었다.
ⓒ시사저널 유장훈

도대체 북한은 어떻게 천안함을 공격한 것일까. 정부와 군 내부에서는 이른바 북한의 ‘비대칭 공격’에 허를 찔렸다고 보고 있다. ‘비대칭 공격’은 주로 상대방의 전력이 월등하게 앞서 있을 때 사용한다. 첨단 무기로 무장한 전력에 대해 정면 대응을 피하면서 대량살상무기나 특수부대 등을 이용한 게릴라전을 통해 타격을 주는 방식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5월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특수전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우리의 대비 태세가 확고한지도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남한에 대한 전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비대칭 전력’을 집중 육성해왔다. 미사일, 화학무기, 특수부대, 사이버부대, 잠수함(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정규전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비대칭 전력’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합참 작전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은 정면으로 싸워서는 남한을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도 전력이나 지하철, 사이버 등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남북한의 해군력은 이미 1·2차 연평해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정면으로 맞붙은 교전에서는 남한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첨단 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대결이 어떤 상황을 연출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일이다. 북한 군부는 연평해전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후계 체제 구축과 경제난 해결을 위한 내부 결속 등을 노리고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볼 수 있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남한 해군은 바다 위에서는 ‘터미네이터’가 되지만 바다 밑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남한은 대형 수상함의 총 톤수 면에서는 북한보다 약 1.7배가 우세하다. 군함에 탑재된 첨단 장비들 또한 북한과 비교할 수 없는 공격 능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비대칭 전력이다. 잠수함이나 잠수정에서는 북한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북한 해군은 로미오급(1천8백30톤급)과 상어급(3백30여 톤급) 등을 합쳐 70여 척의 잠수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군의 잠수함은 10여 척에 불과하다. 그동안 초계함급 이상 전투함과 P-3C 해상초계기로 수적인 열세를 만회해왔으나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북한의 잠수함(정) 공격에 대비한 새로운 작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국방 예산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육군 중심으로 편성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특히 해군에 대한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4월27일 발표한 ‘2011년 국방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면 국방부는 천안함을 첨단 초계함으로 다시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군은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탐 장비와 초계함의 레이더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오는 2020년까지 해병대 병력 3천2백명을 점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원점으로 돌렸다.

   
▲ 지난해 7월 북한의 DDoS 공격 이후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 요원들이 사이버 테러 감시 및 대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비대칭 공격을 막는 데 ‘군비 증강’은 최선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서울 강남역이나 서초역에 CCTV를 많이 설치한다고 해서 범죄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 의지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도발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북한이 갖게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지금 그것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 중에 남한을 위협하고 있는 요소는 많다. 특히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배치된 장사정포(장거리포)가 가장 위협적이다. 북한의 ‘불바다’ 발언도 장사정포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비무장지대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하 갱도 내에 3백30여 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두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인 안양, 성남, 과천 등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장사정포의 주력은 1백70㎜ 자주포와 2백40㎜ 방사포(다연장포)이다. 자주포는 분당 2발, 방사포는 분당 40여 발이 발사된다. 장사정포가 전부 발사되면 시간당 3만여 발이 수도권으로 날아든다는 계산이다.

물론 약점도 있다. 지하 시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발사하기 위해서는 위치를 이동해야 한다. 우리 군은 갱도에 은닉된 장사정포가 발사를 위해 밖으로 나오면 그때 격파해서 발사 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국방부는 2007년 9월 유도탄 사령부를 창설해 북한의 장사정포 등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일부 우려와는 달리 장사정포가 큰 위협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 소장은 “장사정포는 사실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다. 우리 공군과 포병 부대가 이틀 만에 제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지난 1994년 7월 대북한용 확성기 철거 작업이 실시되었다
ⓒ연합뉴스

“북한의 아킬레스건은 대북 심리전 방송”

북한의 핵무기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북한은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핵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핵무기인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국제 사회에 핵 보유 국가임을 과시했다. 현재 약 6~8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 수준의 화학무기와 다량의 생물학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섣불리 핵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 보호용’으로 이용하되 실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북한의 특수부대는 인원이나 훈련 강도 등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군 당국에 따르면 최근 7개 경보병 사단을 창설하고 배치를 끝냈다고 한다. 전체 숫자는 18만여 명에 달한다. 이 중 5만여 명이 전방에 집중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특수전 병력은 유사시 산악이나 후방 주요 도시에 침투해 후방을 교란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은 “40kg의 군장을 메고 1백50km의 산악 지형을 15시간 내에 행군할 수 있을 정도의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 특수부대의 ‘후방 교란 작전’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유사시 침투 지역으로 예상되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에서는 상륙 저지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북한의 비대칭 공격이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남북한 대립에 따른 긴장이 고조되면서 양측이 새로운 형태의 공격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단 사이버 공격은 오프라인 공격보다 안전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7월에 있었던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 등 26개 사이트가 공격을 당해 ‘사이버 대란’을 야기했으며, 국정원은 공격의 주체를 북한이라고 지목했다. 사이버 공격은 또 교전국과의 ‘교전 수칙’ 등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선제 공격이 가능하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한국정보보호학회장)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DDos 공격은 북한의 소행임이 거의 확실하다. 북한은 중국에 사이버존 특수부대를 활용하고 있으며, 올해도 DDoS 공격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1989년에 조선컴퓨터센터(KCC)를 설립했고, 미리자동화대학과 모란대학 등에서 사이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이 사이버전에서는 해커로 돌변해 상대방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북한컴퓨터대학 교수를 지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은 전국적으로 컴퓨터 영재의 발굴, 특수 교육 실시, 중국으로부터 핵심 기술 전수, 북한 내 인터넷 훈련망의 부설, 실전 상황의 사이버 공격 훈련, 중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서 사이버 공격 과정들을 거치면서 사이버 테러에 대한 실전 능력을 키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 군도 사이버전에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사이버 위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보본부 예하에 ‘사이버 사령부’를 창설했다. 여기에서는 국방 사이버 지휘통제센터를 중심으로 인터넷 해킹 예방, 보안 관제, 복구 등을 총괄 지휘하며 유사시 사이버 공간에서의 군사 작전 임무를 수행한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는 “사이버 사령부를 창설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군 위주로 편성된 것은 잘못이다. 군 위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민·군이 공조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남한은 어떤 공격 카드를 꺼내들까. 비대칭 공격과 관련해 가장 유력한 것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미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을 다시 펼치기 위한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했다. 국방부도 준비 기간과 예산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라디오 방송은 지난 1962년에 방송을 시작한 후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양측의 합의하에 방송을 중단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은 대북 심리전 방송이다.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체결된 협상안에 대해 파기를 선언하고 적극적으로 심리전에 나서야 한다. 사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기 때문에 북한이 장성급 회담합의를 먼저 깬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국방부에서 대북 심리 전문가로 활동했던 김한규 북한인권모임 자유만세 대표는 생각이 약간 달랐다. 김대표는 “대북 심리전에서 확성기를 설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장성급 회담에서 합의한 것을 우리가 깨면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가급적 민간 단체를 이용해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라디오나 CD 등을 풍선에 날리거나 다른 루트를 통해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발표는 사건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천안함 후폭풍은 거대한 풍랑을 일으키며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다.

 보수 단체들의 ‘천안함 함성’

 
▲ 5월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보수 단체들이 천안함 사건의 응징·보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보수 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2백여 개 보수단체들은 지난 4월30일 ‘천안함 전사자 추모 국민연합’(공동대표 이상훈 등 18명)을 발족했다. 5월14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테러리스트와는 어떤 협력도 협상도 있을 수 없다. 제2의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은 5월20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심청각에서 천안함 사고 내용이 담긴 전단 50만장과 연평·대청 해전 동영상이 담긴 CD 등을 북쪽을 향해 날려보냈다. 또, 라이트코리아와 납북자가족모임 등은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퍼뜨린 네티즌들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했다. 자유시민연대, 국가사랑모임, 대한민국어버이회 등은 오는 6월8일에 ‘530GP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국민협의회’를 결성한다. 이들 단체는 또 이날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05년 6월19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GP 총기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당시 희생자 유족들은 ‘북한군과의 교전’을 군 당국이 ‘내무반 총기 사건’으로 조작했다며 진실 규명을 호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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