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관리가 최우선이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5.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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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월드컵①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 / “현 국가대표팀은 과거보다 좋은 팀”

 1994년 미국월드컵은 본선 진출 자체가 ‘도하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극적이었다. 하지만 이 대회는 2002년 월드컵 이전에 한국 대표팀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대회였다. 김호 감독이 이끌고 황선홍·홍명보·김주성·서정원·하석주 등이 뛰던 한국 대표팀은 스페인과의 예선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두며 사상 첫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볼리비아와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두었다. 독일과의 마지막 예선전에서는 3골을 먼저 내주고 2골을 따라가는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해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미국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2무 1패, 승점 2를 올렸다.

ⓒ시사저널 이종현

 미국월드컵 대회 때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김호 전 감독을 만나 월드컵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때는 어땠나?

당시에는 프로팀이 여섯 개밖에 없었고 경험 있는 선수도, 예선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축구는 세계화되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을 모르면 어렵다. 굉장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독일·네덜란드 등에서 경험한 유럽 지도자 연수가 도움이 되었다. 그때는 독일 축구를 많이 공부했다. 느낀 것이 많았다.

미국월드컵 대회의 의미는?

미국 본선에 진출했을 때, 아시아의 축구가 세계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막상 본선 진출 팀에 뽑혔지만 우리가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태라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보는가?

선수들의 경험이 많아져서 과거보다는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오지 않겠나. 일단 16강을 통과해야 하는데…. 예선 통과가 문제이다. 아시아권은 예선에서 다 고전하니까.

객관적으로 우리가 16강에 오를 만한 성적은 된다고 보나?

좀 어려운 부분이 많다.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시스템도, 클럽을 발전시키는 중·장기 계획도 아직은 많이 어렵다. 프로구단이 30년 동안 적자이다. 월드컵 때만 되면 난리를 피지만 내면적으로 볼 때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현 단계에서 대표팀의 과제는 무엇인가?

지금은 부상 관리와 선수 컨디션 조절이 필수적이다. 여기저기서 많이 물어오는데…. 기본이 선수 관리이다. 선수 관리가 안 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대표팀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 선수들을 대회 때까지 어떻게 관리하고 컨디션 조절을 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 컨디션 조절이 안 되면 부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이 걱정된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중요한 것은 관리이다.

평가전을 안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큰 대회를 앞두고 선수가 부상을 당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국가대표팀의 취약점은?

스트라이커진의 부상 이야기가 흘러나오는데, 그것이 걱정이다. 또, 수비의 지휘자가 없다는 것도 그렇다. 젊음과 패기만 갖고는 경기를 할 수가 없다. 게임을 이끌어갈 경험이 있는 친  구가 필요하다. 중원을 장악하지 못하면 체력을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다. 체력 소모가 많으면 경기를 주도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이것이 관건이다.

우리 국가대표팀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 팀의 강점은 유럽에 진출한 경험 있는 선수들을 여럿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 국내파와 해외파의 조화가 중요하다. 조화가 안 되면 문제가 된다. 아무리 좋은 선수가 있어도 팀워크가 안 만들어지면 안 된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잘 조율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눈에 띄는 선수가 있나?

박지성이나 이청용은 믿을 만하다. 이런 친구들이 힘을 쓰도록 도와주려면 다른 선수가 받쳐주어야 한다. 그 선수들과 조화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것만 잘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경험을 갖고 있는 해외파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효율적인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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