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 김정식 / 연세대 상경대학 교수(현) ()
  • 승인 2010.07.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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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투자 부진과 이에 따른 소비 감소의 악순환 속에 들어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약해지고 있다. 저성장에서 탈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실물 부문에서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과 미국에 수출을 해 번 돈으로 일본에서의 수입 자금을 충당하는 무역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비록 중국에 수출해 돈을 벌어올 수 있지만 중국의 기술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앞으로 대중국 수출은 늘어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우리 과학기술이 과거에 비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로호 발사 실패에서 보듯 아직도 첨단 분야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낮다. 첨단 과학기술을 습득하려면 선진국에 가서 배워야 한다. 그러나 국내 과학 교육 기관에서는 최근 우리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국내에서 고급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러면 우리 과학기술은 현재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서 과학 분야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지 않고 있다. 공대 진학을 기피하면서 대다수의 우수 인재가 의대와 상경대로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대 진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동시에 외국 유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현재의 과학 교육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 산업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매우 낮다. 1992년 자본 시장을 개방한 이후 우리는 두 번의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으며,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 경제는 내수 시장이 작아 외국에서 돈을 벌어와야 성장할 수 있다. 자본 시장을 개방하기 전에는 무역에서 돈을 벌어오면 우리 경제는 곧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본 시장이 개방된 이후 최근까지는 비록 무역에서는 수출을 통해 돈을 벌어오지만 경쟁력이 낮은 자본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주식 투자와 채권 투자로 돈을 벌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출에서 큰 이익을 보았다고 하는 지난해에 우리는 4백2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었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약 7백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올렸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무역에서 벌고 자본 시장에서 손실을 보기 때문에 우리 경제는 더 이상 높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융 산업 종사자들이 금융 시장이 국제화되기 전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어 국제화된 현재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국제 금융에 대한 지식 없이 국내 금융에 대한 지식만으로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 기관은 금융 산업 종사자들에 대해 재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새로운 국제 금융 지식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우리는 반복적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는 점점 더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지금은 실물과 금융의 전문 기술 인력 양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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