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 인쇄 매체 살린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07.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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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가 뉴스 콘텐츠 사업에 혁신 부를 전망…과금 체계 갖춰지면 서비스 유료화 ‘파란불’

인터넷이라는 ‘매트릭스’ 환경에서 포털에게 뉴스를 수탈당하는 인쇄 매체에게 ‘모피어스’와 ‘네오’ 같은 존재가 나타났다. 모바일 기기와 결제 시스템은 인쇄 매체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는 인쇄 매체에게 서비스 플랫폼과 콘텐츠 유통망을 올곧이 제공한다. 소액 결제가 손쉬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뉴스 콘텐츠 유료화 가능성을 열어젖히고 있다. 

모바일 기기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영역에서 사업을 주도하는 곳은 각각 미국의 애플과 한국의 다날이다. 애플은 지난 5월28일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태블릿PC 시장을 열었다. 애플은 지난 6월 말까지 아이패드 3백47만대를 팔았다. 올해 말까지 7백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는 5천만대가량 팔려나가며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 벤처업체 다날은 전세계 7천개가 넘는 콘텐츠 제공업체(CP)나 통신 서비스 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 미국 검색 포털 구글이 출시할 예정이라는 태블릿PC .

모바일 솔루션은 단지 새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뉴스 서비스와 관련한 권한을 인쇄 매체에게 되돌려주었다. 지금 인터넷 웹브라우저 시작 화면은 포털이다. 그러다 보니 미디어업체들은 포털에게 뉴스 콘텐츠를 헐값이나 무료로 제공한다. 포털업체는 뉴스 콘텐츠업체들을 심사해 뉴스캐스트에 어느 매체를 노출할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포털업체들은 웹을 통한 뉴스 콘텐츠 제공에서 독과점 구조를 형성했다. 이와 달리 앱스토어에 기초한 모바일 시대에는 정보 제공 구조가 개방형으로 바뀐다. 모바일 기기 초기 화면은 디바이스 스크린이다. 매체는 기기 스크린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독자와 직접 만난다. 독자들에게 어떤 뉴스 콘텐츠를 어느 정도 비중으로 노출할지를 독자적으로 결정해 모바일웹을 꾸민다. 뉴스 편집권이 다시 매체로 온전히 넘어오는 것이다.

올드미디어가 가장 크게 기대하는 모바일 기기는 태블릿PC이다. 태블릿PC는 인쇄 매체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신문이나 잡지는 이제 텍스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산·유통할 수 있다. 독자와 즉각적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뉴스 가치 판단과 편집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신문과 잡지는 콘텐츠 판매 수입 못지않게 모바일 광고에서 매출이 늘어날 것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이 활성화하면, 고객 형태 분석이 가능해져 광고 효과가 탁월한 타깃 광고가 가능해진다. 스마트폰이 뉴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변화를 시작했다면, 본격적으로 뉴스 콘텐츠 사업에 혁신을 가져올 매체로 태블릿PC를 손꼽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이패드 돌풍에 자극을 받은 경쟁 업체들이 앞다투어 태블릿PC 출시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쿠리어를, 미국의 검색 포털업체 구글이 구글태블릿이라는 태블릿PC를 출시할 예정이다. MS 쿠리어는 듀얼스크린을 채택해 마치 책처럼 접을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구글태블릿은 검색, 지도, 유튜브, G메일 같은 핵심 애플리케이션 9개와 연동시키고 구글에디션이라는 이북스토어(전자책 서점)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국내 업체로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안으로 갤럭시탭이라는 태블릿PC를 공급한다. LG전자도 올해 말까지 태블릿PC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조사업체 ABI리서치는 태블릿PC 시장이 앞으로 5년 동안 15배 성장해 2015년에는 태블릿PC가 5천7백만대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미국 인쇄 매체는 애플과 협력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모바일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 종합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와 영국 종합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미국 통신사 AP가 아이패드를 통해 뉴스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잡지에서는 <타임>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 <피플>과 함께 각자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그 밖에 미국 잡지 출판업체 허스트가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 미국 출판업체 콘데나스트가 <와이어드>와 <GQ>를 아이패드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 아이패드(왼쪽)가 태블릿PC 시대를 열자 삼성전자 갤럭시탭(오른쪽 위)과 MS 쿠리어(오른쪽 아래)가 잇달아 출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국내 업체 다날이 세계 모바일 결제 시스템 시장 주도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통한 유료 콘텐츠 서비스가 쉽지 않다. 아이패드만 보더라도 액티브X 플러그인을 설치할 수 없어 전자상거래가 불가능하다.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어 모바일 뱅킹이나 결제도 이용할 수 없다. 신용카드나 이메일 계정을 통해 입금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으나 사용이 번거롭고 신용카드 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바로 소액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 고민을 해결한 업체가 국내 벤처 기업인 다날이다.

다날은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모바일 결제 시스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초 모든 스마트폰 기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다날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액티브X가 필요 없어 애플리케이션이나 모바일웹에서 결제가 용이하다. 지난 5월 미국 최대 통신 서비스업체 버라이존와이어리스와 손잡고 빌투모바일(BilltoMobile)이라는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박성찬 다날 대표이사는 “다날은 국내외 7천여 개 업체와 서비스 제휴를 맺고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서비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소액 위주 결제 시스템이다 보니 콘텐츠 제공업체에게는 더없이 긴요한 솔루션으로 떠올랐다. 매체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통해 월 단위 구독료를 받을 수 있고, 개별 기사 단위로 소액 결제를 할 수 있다. 갖가지 과금 체계를 독자 성향이나 콘텐츠 특징에 맞게 유연하게 채택할 수 있다. 비정기적으로 서비스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은 수수료를 별도 책정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텍스트 콘텐츠는 월이나 연 단위로 과금할 수 있다.

이제 포털에게 뉴스 콘텐츠를 헐값이나 무료로 제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인쇄 매체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독자적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조연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모바일 기기는 모바일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한 단말이자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다. 올드미디어에게 새 수익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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