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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우리 아이 독서 지도, 어떻게 해야 하나] 말로 이야기로, 책과 함께 놀면서 자란다

취학 전 어린이 독서 지도 요령 문자 언어 익히기보다 구술 언어로 풍부하게 경험하게 해야

오호선 | 어린이도서연구회 ㅣ webmaster@sisapress.com | 승인 2010.09.11(Sat) 22: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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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단장한 거울 광화문 교보문고 유아 코너에서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그림 책을 읽어주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취학 전 아이들은 책과 어떻게 만나야 할까? 수천 권 전집에 둘러싸여 책만 읽어야 할까? 어른이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 일찍 글자를 떼고 혼자 읽는 것이 좋을까?

취학 전이라는 시기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때이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커지고 힘이 세지고 잘 움직이게 된다. 인지 능력이나 심리, 정서 같은 부분 역시 섬세하게 자라난다. 나와 가족과 또래 집단과 같은 사회도 처음으로 경험하고 배우는 때이다.

책보다 먼저 이런 성장 과제에 대해 부모가 잘 인식해 깨끗한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따뜻한 사랑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 학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성장의 과제는 영·유아기에 특별한 것이다. 이 시기의 아이를 책을 읽으라고 방에만 붙들어두거나 공부하라고 학원을 전전하게 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시기는 또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때이다. 입으로 말하는 구술 언어를 아이들은 뱃속에서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글자로 쓰고 읽는 문자 언어는 어떤가? 예전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웠는데 요즘에는 유치원에서 배우고 영어까지 배운다. 취학 전에 읽고 쓰기를 다 배우고 외국어까지 배워야 할까? 러시아의 문학가이면서 학자인 코르네이 추콥스키(Korney Chukovsky)는 이렇게 말했다.

‘오래전에 나는 다양한 이유로(대개는 부유하고 천박한 부모의 속물적 욕심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외국어(대개는 프랑스어)의 어휘와 구조에 노출된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아이들은 모국어를 익힐 기회가 충분하지 않아서 모국어도 외국어도 익히지 못했다. 모국어를 말할 때나 외국어를 말할 때나 이 아이들이 하는 말에는 특징도, 생기도, 활기도 없었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의 시기에 입말에 익숙해질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홍한별 엮음|양철북 펴냄|22쪽)

추콥스키는 취학 전 시기의 아이들이 모국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가 영어를 배우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 취학 전 시기는 문자 언어를 익히는 문제보다 구술 언어를 풍부하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전래 동요와 시로 즐기는 말놀이

구술 언어를 풍부하게 경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말을 트기 전에도 아이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시를 읽어주자. 표현을 하지 못해도 아이는 귀로 들을 수 있다. 귀에 울리는 즐거운 리듬과 운율을, 사랑이 가득한 따스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이가 말을 트면 아이와 함께 말로 놀이를 즐겨라. 아이들은 타고난 말놀이의 대가들이다. 언어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지칠 줄 모른다. 새로운 말을 들으면 이래저래 마음대로 붙여보고 써먹는다. 제대로 쓰기도 하고 잘못 쓰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말을 쓰는 법을 배운다. 잘못 쓰더라도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가득한 특별한 말 들은 그대로 시가 된다.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다. 아이가 하는 반짝이는 말을 격려하고 적어주고 읽어주면 아이가 참 좋아한다.

“마스느사슨이 뭔 줄 알아?” 아이가 네 살 때 이런 말을 했다. 아이는 “바로바로 우산이야” 하면서 우산 그림을 그렸다. 마스느사슨이라고 써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통해 언어에 대한 감각이 발달한다.

전래 동요는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정착된 말놀이들이다. 언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문학 교재이다. 전래 동요는 아주 다양하다. ‘뚱거리 아들 휘추리/휘추리 아들 꺼츨이/꺼츨이 아들 몽실이/몽실이 아들 뽀드디기는 뭐게?’ 이런 수수께끼 전래 동요도 있고, ‘아이고 배/무슨 배?/자라 배/무슨 자라?/어부 자라…’ 이런 식으로 말머리를 이어가며 부르는 노래도 있고, ‘집으면 게지/게는 구멍에 들어가지/구멍에 들어가면 뱀이지…’ 이런 식으로 말꼬리를 따는 노래도 있다. ‘오란께롱/간께롱/떡먹은께롱/달란께롱/준께롱/맛있는께롱…’ 이런 식으로 각운을 살린 전래 동요도 있고, ‘쥐야 쥐야 니 어데 잤노/부뚜막에 잤다/뭐 덮고 잤노/행주 덮고 잤다/뭐 비고 잤노/주걱 비고 잤다/뭐가 깨물드나/개미가 깨물드라’ 이렇게 묻고 대답하는 노래도 있다. 무엇이든 일단 한 번 들려주면 아이들은 열광한다.

이렇게 전래 동요를 아이와 함께 외우고 주고받는 놀이를 해보라. 리듬과 운율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옛아이들 노래 1 <동무동무 씨동무>(편해문 글|박향미 그림)와 옛아이들 노래 2 <가자가자 감나무>(편해문 글|박향미 그림)에는 재미있는 전래 동요가 많이 들어 있다.  

   
▲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지 말고 부모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먼저 읽어주는 것이 좋다.
ⓒ시사저널 유장훈

■ 이해력·감수성 키워주는 옛날이야기 들려주기

말놀이를 즐기면서 이야기 들려주기를 해보라.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 함께 모여서 살았다. 자연스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이야기는 합리성이나 논리성 너머에서 세계의 진실을 은유하는 문학이다. 비현실적이지만 현실 세계에 감추어진 진실을 상징한다. 아이들은 줄거리의 재미에 푹 빠진다. 죽었다 살아나기도 하고 머리가 떨어져도 새 머리가 돋아나는 옛날이야기만큼 신나는 것은 없다. 옛날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라. 인물과 사건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생생한 구술 언어를 체험하게 된다. 아이는 마음속 깊이 가라앉은 세계에 대한 의문을 언뜻 들여다보기도 하고 주인공과 함께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을 경험하기도 한다.

옛날이야기를 몰라서 들려주기 힘든 분들이 많은가? 요즘 옛날이야기 책이 많이 나와 있으니까 어른이 먼저 읽고 책 없이 아이에게 들려주면 된다. 이야기가 조금 달라져도 괜찮다. 옛날이야기는 그렇게 다양하게 변하면서 자라나는 것이다. 아이가 책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를 체험하는 일이니까 한 번 시도해보라. 옛날에 뽕나무하고 대나무하고 참나무가 살았는데 뽕나무가 뽕 하고 방귀를 뀌니까 대나무가 대끼놈 하니까 참나무가 참아라 했다는 이야기도 좋다. 아주 짧은 이야기부터 아주 쉬운 이야기부터 시작하라. 옛날이야기 들려주기가 어려운 분들은 내가 자라온 이야기라든지, 아이가 자랄 때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좋다. 그렇게 시작하고 차츰 문학성을 갖춘 옛날이야기로 다가가면 된다.

구술 언어의 세계를 풍부하게 경험할수록 언어에 대한 이해력과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그런 아이들이 문자 언어에도 능숙해 질까? 미국 터프츠 대학에서 인지신경과학과 아동 발달을 연구하는 매리언 울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언어적 천재성은 구술 언어의 다양한 요소에서 비롯되며 그 모든 것이 나중에 문자 언어의 발달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책 읽는 뇌> 매리언 울프 지음|이희수 옮김|살림 펴냄|123쪽)

■ 아이의 성격에 맞게 재미있어 하는 책 골라 읽어주기

이제 책에 대해 생각해보자. 취학 전에는 글자와 그림으로 된 책을 놀이처럼 즐기는 것이 좋다. 아기들이 책을 입으로 물고, 책을 늘어놓고 걸어다니고, 책으로 집을 짓는 것이 책과 친해지는 자연스런 첫걸음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책 속 그림에 관심을 보인다. 아직 글자를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이야기를 소리내어 읽어준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경험은 책에 대한 인상을 깊고 풍부하게 한다.

책을 읽어줄 때에는 자연스런 목소리로 또박또박 천천히, 편안하게 읽어주어야 한다.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보면서. 아이가 그림을 한참 보고 있을 때에는 읽기가 끝났어도 책장을 넘기지 말고 충분히 그림을 즐기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어떤 아이는 자꾸 물어보아서 줄거리 진행이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아서 엄마 혼자 읽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아이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책을 즐기는 방법도 다 다르다. 다양성을 잊지 마시고 아이가 즐거워하는 방법을 찾아보라.

아이가 물어보는 말에는 적극 반응하고 격려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엉뚱한 이야기로 발전할 때도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이야기가 궁금하면 아이는 다음 날 다시 그 책을 들고 온다. 그때 또 읽으면 된다.

아이가 묻기 전에는 어려운 말이나 어려운 사건이 혹시 있다고 해도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가 열심히 듣고 있다면 나름으로 사건을 이해하는 것이고 어려운 말이 있다고 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사건이 무르익도록 쓸데없는 질문으로 흐름을 끊지 않는 것이 좋다.

다 읽고 나서 질문을 하거나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 즐기는 것이 좋다. 감동이 커서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이 있으면 감상을 나누고 아이가 원하면 간단한 그림을 그리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것도 늘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들을 때 푹 빠져서 듣고 “아, 정말 재밌다!”라고 만족하면 아이의 마음 안에서 무엇인가 자라나게 된다.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어보라. 그렇게 이야기가 엄마의 마음에 가득차면 아이에게 읽어줄 때 감정이 몇 배로 늘어나 전달된다.

■ 감정을 체험하게 하며 책 읽는 습관 길들이기 

   
▲ 책을 고를 때에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안 뒤 함께 고르는 것이 좋다.
ⓒ시사저널 유장훈

책 읽어주기를 하다보면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어 한다. 글자를 눈여겨보게 되고 엄마가 읽어주는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문자를 깨우치기 시작한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책을 많이 보면서 저절로 문자를 깨우쳤다는 아이를 많이 보았다. 말을 하지 못하던 아이가 말을 트는 것도 기적이거니와 문자를 모르던 아이가 문자를 깨우치는 것도 역시 기적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아이의 세계를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다.

아이가 취학 전에 문자를 깨우쳤다고 해도 아직은 스스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훨씬 익숙하고 귀로 듣는 것을 더 잘한다. 그러니까 꾸준히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아이와의 관계 형성에도 좋고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독서 교육은 없다.

아이들이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권의 책이라도 “참 좋구나” 하는 감정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좋은 책을 되풀이해서 보는 것이 아이들의 특성이다. 아이가 이미 본 책을 또 보는 것은 아직 그 책에서 발견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어달라고 하고 또 읽어달라고 한다. 100권의 책을 그저 그렇게 읽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100번 읽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 책 고를 때 유의 사항

취학 전 아이들의 책 읽기에서 가장 조심할 점은 조바심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어른이 조바심을 내면 낼수록 아이는 책과 멀어진다. 책 읽기를 읽기와 쓰기를 배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마라. 책을 많이 읽으면 대개 읽기와 쓰기를 잘 하게 되지만 읽기와 쓰기에 매달리게 되면 책이 재미없어진다.

몇 살에 꼭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이나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도서 목록 같은 것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아이의 발달 정도와 관심 분야를 잘 살펴서 책을 한 권 한 권 고르면 된다. 이 시기 아이들 책은 단행본보다 전집으로 많이 나와 있다. 전집으로 구입하면 편하고, 한 권 값을 따지면 책 값도 싼 듯이 보인다. 하지만 책의 질이 고르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책이 아이들한테 부담이 되고, 다양하고 질 좋은 어린이 책을 생산해낼 수 있는 출판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좋지 않다. 힘들더라도 한 권 한 권 읽어보면서 단행본을 고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볼 책과 내 아이가 볼 책은 내가 고른다’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이 있어도 아이들은 대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많이 본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열심히 읽다 보면 언젠가는 아이의 관심이 또 다른 분야로 넓어지게 된다. 억지로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보라고 강요해서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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