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년 가장들을 구하라
  • 염재호 / 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 승인 2010.09.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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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맞아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 중년 가장들의 마음은 무겁다. 베이비붐 세대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살아왔지만, 그래도 한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데 주역이었고, 경제 성장의 혜택도 어느 정도 맛본 세대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퇴직 후 남은 인생에서 거의 절망적인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게 된다.

2009년 통계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 중 임금 근로자는 1963년생 이후는 47.9%를 차지하고, 1956년생 이후는 42.6%를 차지하지만 1955년생부터는 34.5%로 감소한다. 결국 55세 즈음에서 퇴직하는 인구가 급속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받던 월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고 노후를 즐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보장 제도가 미비해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55세 이상 퇴직자 가운데 연금이 없는 사람이 76.7%를 차지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대부분 직장에서 퇴직금만 받고 은퇴를 하니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결혼 비용 등 경제적 불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1955년에서 1963년까지의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 인구의 14.6%에 해당하는 7백12만명에 달한다.

이제 이들의 퇴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제 성장의 맛을 본 덕에 직장에 있을 때는 비교적 선진국의 풍요로운 삶을 누렸지만 이제 퇴직하고 나면 황량한 광야에 내던져진 모습이다. 사회보장은 미비하고, 아파트 가격도 하락하고, 사전에 노후 생활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혹독한 시련에 빠지게 된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이들 퇴직자의 저축이나 용돈을 통한 평균 월수입이 3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연봉 수천만 원에서 갑자기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이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나면 아파트 경비나 주유소 일 외에도 아무런 파트타임 일이라도 하려고 하기에 50대 고용률 자체는 지난 10년 전에 비해 5%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40대와 50대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3.2배나 높고, 지난 10년 사이에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2백5% 증가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 20~30년 동안 지속적으로 경제 성장을 하는 가운데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경제 상황도 지속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고, 부모 세대를 보고 퇴직 후의 삶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부모를 부양하던 것과 달리 자식의 부양을 받기는 어렵고, 평균 수명도 급속히 늘어나 부모 세대가 은퇴한 후 10여 년의 여생을 보냈다면 이들은 30~40년의 노후를 보내야 한다.

이제 정부와 사회가 이들의 노후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고령화 사회로 노동력이 감소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들에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사회보장 제도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사회적 일자리와 같이 중년 퇴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서양 서커스의 그네 타기나 외줄 타기에서는 떨어질 것을 대비해 밑에 그물이 쳐 있지만 우리 남사당패의 외줄 타기에서는 그물이 없는 것처럼, 사회 안전망이 없는 우리 중년 남성들의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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