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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했던 빚이 어떻게 ‘야수’로 돌변하는가

한국계 미국 애널리스트가 진단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와 해법

ㅣ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10.25(Mon) 1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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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의 습격> 더글라스 김 지음 / 길벗 펴냄 / 1만3천5백원

혹시 마음을 놓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금융 위기나 경제 위기라는 말을 질리도록 듣다 보니 무감각해진 사람은 없지 않나? 이런 사람을 위해서인지, 영화 <월 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에서 주인공이 경고처럼 말하는 대목이 있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 당신이 자고 있을 때에도 당신 옆에서 반쯤 감긴 눈으로 당신을 조롱할지도….”

한국 경제가 세계적 경제 침체 속에서 놀라운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보도에 속지 마라. 과연 한국 경제가 회복세인지, 단기간 반등에 그칠 뿐인지를,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채의 습격>을 펴낸 더글라스 김에게 물었다.

대출로 돈을 버는 은행의 입장에서 주 고객인 기업이 대출을 줄이면 어디서 수익을 충당했을까? 바로 가계 대출이다. 1994년부터 기업과 가계의 부채 비율을 보면 정반대로 움직여 온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가계 대출의 90%가 변동 금리라는데, 한국의 가계는 외환위기 때의 기업처럼 금리 상승 위험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 더글라스 김은 <부채의 습격>을 통해 한국의 가계들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저자는 한국 경제가 환율 혜택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앞으로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강대국의 환율 전쟁이 시작되어 수출 총액은 줄어들고, 국민은 불어난 빚더미에 더욱 허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침체 속에서 원리금 균등 상환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월 100만원씩 내던 것이 3백90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의 근원은 과도한 파생상품이다. 워렌 버핏은 파생상품을 가리켜 대규모 파멸을 불러올 수 있는 금융 무기라고 언급했다. 한국에 대규모 파멸을 불러올 금융 무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자만 내다가 원금이 곱절로 불어나는 변동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거치 기간이 끝나고 이자가 올라도 대출 이자를 감당할 만큼 집값도 오르면 해결되는 것 아니었던가. 하락세이던 부동산이 최근 전세난 등과 맞물려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희소식(?)도 들려온다. 시작은 부동산담보대출이지만 중산층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이는 한국 경제의 영원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더글라스 김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그러나 그의 경고 또한 ‘반등세’를 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물가이다. 생필품의 가격 상승이 심각하다. 단순히 물가만 걱정하는 것은 경제의 치밀한 구조를 과소평가하는 처사이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물가 상승이 시작되면, 일반적으로 금리도 따라 오른다. 또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과도하게 뿌려댄 경기 부양책과 제로 금리 유지가 한계에 다다랐다.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더라도 출구 전략을 통해 금리를 올리려 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지난여름부터 금리 상승의 기미가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G20 정상회의, 상하이 엑스포, 미국 중간선거 등 세계 주요 이벤트가 끝나면 경제의 거품이 급속도로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중국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등 각국의 금리 상승 징후도 엿보인다. ‘제로 금리’로 떠받든 경기 부양의 한계, 물가 상승, 변동 금리까지 모든 악조건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시점이 올까 두렵다. ‘부채의 습격’은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서운 장면일 것이다.  

   

 

 “경제 위기, 뒤늦게 자각한 인류가 몸살 앓는 것”
책 속에서 만난 사람│김지하 시인

   
ⓒ시사저널자료

“부동산은 도깨비이다. 부동산만이 아니다. 주식, 대도시, 교통, 도시 건설의 이동 방향. 모두가 도깨비이다. 그러나 도깨비 중의 상도깨비는 무어니 해도 지난번 미국 금융 위기 때 정체를 드러낸 카지노 자본주의, 이른바 ‘슈퍼 버블’이다. 한마디로 ‘거품 문 도깨비’이다.”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1975년), 크라이스키 인권상(1981년), 1964년 대일 굴욕 외교 반대 투쟁, 8년간의 옥고, 사형 구형, 사면, 독재 권력에 맞서 자유의 증언을 계속해왔던 김지하 시인이 최근 경제 에세이<춤추는 도깨비>(자음과모음 펴냄)로 ‘칠순’을 기념했다.

도깨비는 사람이 죽은 후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용구로 쓰다가 버린 물체에서 생성된다고 여겨져왔다. 즉, 우리 주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서 발생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도깨비인 것이다. <춤추는 도깨비>에서 도깨비는 경제를 뜻한다. 경제라는 것은 인간 생활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삶의 매우 중요한 영역이지만, 인간은 지금껏 도깨비를 조정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도깨비의 놀음에 휘둘려온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김시인은 도깨비에 대한 공부, 결국 도깨비의 집인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인은 2008년 세계적 경제 위기를 초래한 미국발 금융 위기와 그 이후 잠재하는 전세계적 위기들의 원인과 해결책을 ‘돈과 마음의 관계’에서 찾았다. 그는 “경제는 드러난 바깥만의 삶이 아니고 마음이나 문화가 숨겨진 내면의 소망만이 아닌, 분명한 안팎 상호 융합의 소통 관계임을 깨달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시인의 말에 따르면, 현대는 다시금 마음과 돈이 어쩔 수 없이 서로 연관되어 그 전체로 보아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지금의 거대 변동은 단순한 시계열(視系列)적 파동만이 아닌, 우주 생명의 본래 위상으로 돌아가려는 인류가 크게 몸살을 앓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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