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과 가치를 나눠야 한다”
  • 김세원│편집위원 ()
  • 승인 2010.10.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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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창업자 크리스 휴즈가 말하는 SNS의 미래 / 세 가지 성공적 활용 방안 제시해

 

ⓒ매경 세계지식포럼 제공

개설한 지 6년 만에 인구 5억명을 확보해 중국·인도에 이어 지구상 세 번째의 인구 대국으로 급성장한 조직이 있다면 여러분은 믿겠는가? 하버드 대학생들의 인맥 관리 사이트로 시작한 ‘페이스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터넷상에서 인맥을 연결해주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지난 7월 출범 6년 만에 전세계 가입자 수 5억명을 돌파했다. 전세계 인구 13명당 한 명이 회원인 셈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현 기업 가치는 3백억 달러이다. 창업자이자 현 CEO인 마크 주커버그의 재산도 지난해 20억 달러에서 올해 69억 달러로 세 배 이상 늘어나 미국의 35번째 갑부로 등극했다.

이탈리아와 콜롬비아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페이스북이 이메일을 대체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인터넷 사용자 3천만명 중 2천7백80만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 비화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10월1일 개봉한 이래 미국에서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페이스북코리아’를 내며 최근 한국에도 진출했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즈(27)가 한국에 왔다.

지난 10월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크리스 휴즈의 인기는 <소셜 네트워크>에 출연한 저스틴 팀버레이크 못지않았다. 그의 강연장에 청중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통역기가 동났고, 수십 명이 서서 강연을 들어야 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불과 3년 사이에 비즈니스와 정치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잇따라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주인공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휴즈는 금발에 꽃미남 용모를 가진 앳된 청년이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한 휴즈는 2004년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마크 주커버그, 더스틴 모스코비츠 등과 공동으로 페이스북을 창업했다.

“페이스북은 처음에는 친구들이 서로 어떤 수업을 듣는지를 공유하고 대학 동기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사이트로 시작했다. 지적인 호기심과 장난스러운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특징이 페이스북을 하버드 대학 내 사이트에서 순식간에 아이비리그로 확산되도록 만들었다.”

‘참여·공유·개방’이라는 웹2.0의 철학 바탕

휴즈는 “페이스북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용자들이 스스로 정보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맺어가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정보 공유에 대한 부담감이 적었고, 정보 통제권을 가진 이용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기꺼이 개방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휴즈는 페이스북이 아직 걸음마 단계였던 2006년 거액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우리가 아직 걸음마 단계였던 2006년에 회사를 10억 달러에 팔라는 야후의 제안을 거부했을 때 모두가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자에게만 우리가 만든 세계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그 가치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휴즈는 “당시 마크(주커버그)가 10억 달러를 받는 것과 50억 달러를 받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물었고, 우리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회사를 매각하는 것보다 그 가치를 더욱 강화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그 선택이 옳았다”라고 회고했다.

휴즈는 “2008년 미국 대선은 참여 지향적인 미국인의 특성을 살려 지지자들끼리 쉽게 연대하고 단결할 수 있는 정치인 홈페이지를 만든 것이 선거 운동의 역사를 바꾸게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휴즈는 2007년 오바마 진영의 요청으로 대선 캠프에 합류한 뒤 ‘마이 버락 오바마 닷컴(마이보)’ 사이트를 개설해 소셜 웹을 활용한 선거 운동으로 오바마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마이보’는 ‘참여·공유·개방’이라는 웹2.0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별 하부 조직 구성과 선거 자금을 모금하는 것에서 위력을 발휘했으며, 온라인 선거 운동의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이보는 단순한 선거 홍보 사이트가 아니다. 마이보는 주변 반경 20km 이내에 있는 오바마 지지자를 찾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마이보에 등록한 오바마 지지 유권자들은 이 기능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지역에서 지지 그룹을 만들어 이벤트를 조직하고 자금 모금 행사를 벌일 수 있었다. 물론 선거 참모들이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하는 유권자를 찾아 설득하는 데도 활용했다.”

 ‘마이보’는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마이보’를 통해 90만명에 이르는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마이보’는 또 2백만 달러 미만의 소액 지지자 2백만명 이상을 끌어들여 선거 사상 초유의 2억 달러 모금을 달성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선거 캠프에 몇 사람이 모여 캠페인 동영상을 만드는 것에 비해 소셜네트워크는 수많은 지지자가 자발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해서 온라인에 올려 캠페인의 메시지를 전달·확산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인 도구였다.” 휴즈는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최첨단이라도 좋은 메시지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후보자의 자질과 내세우는 가치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소셜 웹의 미래에 대해 휴즈는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 더욱 번창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분야로는 일반 상거래를 비롯해 여행, 금융, 뉴스 등을 꼽았다. “자신이 잘 아는 친구나 그 분야의 전문가가 새로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려준다면 제품에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적용한 소셜 커머스(사회적 상거래)는 이미 생겨났고, 갈수록 확대될 것이다.”

원소스 멀티유스·스토리텔링·투명성 꼽아

휴즈는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묻는다며 소셜 미디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원소스 멀티유스, 스토리텔링, 투명성 세 가지를 꼽았다. 휴즈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메일·SMS, 트위터 등을 모두 활용해 소셜 웹 전반에 족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휴즈는 또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 이야기할 명분을 주어야 한다. 찬반 논쟁 거리나 재밌는 동영상 등 대화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해 자발적으로 온라인에 퍼뜨려 서로 공유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휴즈는 마지막으로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라이버시도 중요하지만, 정보는 가능한 더 많이 공개해야 더 많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경쟁 구도에 대해 휴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이다. 페이스북이 사용자 스스로 공개 수준을 정할 수 있는 ‘통제 가능한’ 앱이라면 트위터는 대부분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공개된다는 차이가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휴즈는 뉴욕에 사무실을 열고 주모닷컴(Jumo.com)이라는 새로운 비영리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Jumo’는 아프리카어로 ‘다 같이 함께’라는 뜻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전세계의 NGO(비정부기구)와 자원봉사단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연대하고 관심 있는 개인과 연결하도록 해 특정 과제를 함께 해결하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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