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에 하나만 고향 찾는 연어
  • 박수현│국제신문 사진부 차장 ()
  • 승인 2010.10.25 18: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 울진군 왕피천연어

 
추수를 끝낸 들판을 가로질러 연어(청어목 연어과 연어속)를 맞기 위해 동해로 가을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는 고향을 떠나 쿠릴 열도를 지나 알래스카 만과 캄차카 반도의 오호츠크 해를 거쳐 다시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연어가 있다.

강을 거슬러 오르던 한 무리의 연어가 알을 낳기 적당한 곳을 찾기 시작한다. 자리를 잡은 암컷이 부지런히 강바닥 자갈을 파내고 살굿빛 알을 쏟아낸다. 인근을 맴돌던 수컷은 암컷이 쏟아낸 살굿빛 알 위에 조심스레 정액을 뿌린다. 수컷과 암컷은 자신들의 ‘분신’이기도 한 수정란을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금 전 파낸 자갈을 다시 덮어씌운다. 오랜 여행 끝에 알을 낳고 수정을 마치느라 탈진한 데다 거친 자갈을 파고 덮느라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두 마리 연어는 이내 허연 배를 뒤집은 채 죽어간다. 연어는 이렇게 자신의 분신을 남기고 삶을 마감한다.

물론 이것은 자연 상태에서의 수정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잡지 않은 특별한 경우이다. 실제로는 수정과 부화율을 높이기 위해 내수면연구소측에서 강을 가로질러 그물을 쳐두고 여기에 걸려든 연어를 잡아 양육한 후 해마다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 사이 하천에 방류한다. 이렇게 방류된 새끼 연어는 30~50일 정도 하천에 머무르면서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학자들은 이 기간 동안 새끼 연어들이 고향 하천의 냄새를 익힐 수 있기 때문에 2~3년이나 걸리는 여행을 떠난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어가 돌아오는 우리네 하천은 경상북도 울진군의 왕피천과 남대천, 경북 영덕군의 오십천, 강원 고성의 명파천과 북천, 강원 양양의 남대천, 강원 강릉의 연곡천과 낙풍천, 강원 삼척의 오십천과 마읍천, 가곡천으로 11개소 정도이며, 회귀율은 1%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