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은 누가 상속받을까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0.11.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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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사람의 인터넷 게시물 등 경제·문화적 가치 높은 경우 많아…법적 기준 없어 논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인이 남긴 홈페이지·미니홈피·블로그·이메일 등 이른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상에 올린 게시물의 경제·문화적 가치가 상당한 파워블로거들은 이러한 논의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유산 관리에 대한 파워블로거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파워블로그 ‘깜냥이의 웹2.0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윤상진씨는 “깜냥닷컴이라는 도메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에 이 브랜드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사후에는 깜냥닷컴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이어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블로그를 양도하고 싶다. 블로그 운영자로서 적합한 이를 공개 모집할 생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영화 부문 파워블로그 ‘페니웨이의 In this Film’의 운영자 ㅅ씨는 “누군가가 내 블로그를 계속 살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존의 콘텐츠와 블로그가 지닌 성격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였으면 좋겠다. 블로그를 방문했을 때 글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블로거 사이에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내 블로그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블로그의 콘텐츠는 저작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출판사 혹은 다른 사이트에 양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 유산’과 관련된 명확한 법적 기준도 없을뿐더러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정보가 상속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 제3자가 관리하고 있는 가수 유니의 미니홈피.

 

현행법상 개설자 사망 시 제3자 양도 불가능

정보통신망법 21조와 49조, 통신비밀보호법 1005조 및 관련 판례에 의해서 제3자로의 양도는 제재를 받게 된다. 또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 등이 제3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개인 정보의 취급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용자의 동의를 얻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계정 이용자의 허가가 없는 이상 아무리 유족이라 하더라도 사망자의 홈페이지, 미니홈피, 블로그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포털업계에서 이용자의 사망 여부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법과 그 적용 사이의 괴리감 또한 크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만 해도 현행 민법에 기준해 타인에게 승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사실상 폐쇄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인이 된 최진실·유니 등 사망한 연예인 다수의 미니홈피가 제3자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망자라 할지라도 그 권익 보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유가족 입장도 배려를 하다 보니 실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미니홈피를 폐쇄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적 방침이다. 만약 유가족이 폐쇄를 요청할 경우는 미니홈피를 폐쇄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유산은 개인의 사생활 정보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디지털 유산의 상속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건국대 언론정보학부 황용석 교수는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는 것을 통해 고인의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고인과 연계된 또 다른 사람들의 정보도 함께 누출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개인 정보를 내어줄지 말지를 약관 계정에 반영해 ‘정보 자기 결정권’을 주면 사전에 어느 정도 이용자의 의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업계에서 이러한 약관을 만드는 것 자체가 위법이므로 정부가 유권 해석을 해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에게 가이드를 해주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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