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이후의 ‘불안정’을 대비하라
  • 김정식 / 미국 클레아몬드 대학교 경제학 박사 ()
  • 승인 2010.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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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서울회의가 끝났다. G20은 선진국 그룹과 신흥 시장국 그룹 등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20개국이 모였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흥 시장국과 선진국의 중재자로서 의장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흥 시장국이 외환 부족을 겪을 때 사전적으로 IMF(국제통화기금)의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게 해서 외환위기를 겪는 것을 막는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을 제안했다. 그리고 대형 금융 기관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서 금융 위기가 재발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마련했다. 개발 의제를 제안해 저개발국과 신흥 시장국의 성장 동력을 확충해 세계가 지속적으로 동반 성장하도록 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환율 문제는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의 합의에서 추가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 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을 반영하도록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할 것과 각국이 상호 경쟁적 평가 절하를 자제한다는 합의를 발표했지만 이것은 선언적인 합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서울회의의 합의로 중국과 독일은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되었으며, 미국은 환율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이러한 회의 결과로 중국은 당초의 계획대로 점진적으로 환율을 하락시키고 무역수지 흑자 폭 역시 현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과 양자 간 협상 과정에서 무역 보복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가 결국 환율 전쟁에 이어 무역 전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G20 서울회의 이후 세계 경제가 이렇게 불안해질 경우 우리 경제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내수가 살아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수출만이 우리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환율 불안으로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보호 무역의 장벽이 높아질 경우 내년도 경기 전망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의 약세가 더 진전되고 외국인 단기 투자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경우 자산 가격 버블은 물론 환율 또한 하락 압력이 강해지게 된다. 환율 하락으로 경상수지의 흑자 폭이 감소되면 유입되던 외환이 갑자기 유출되면서 위기를 겪을 가능성 또한 있다. 정책 당국자의 신중한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금리 정책과 환율 정책의 조합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대응해 어떠한 정책 조합이 우리 경제에 이득이 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자본 자유화 시대에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과거와 같이 고금리·저환율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도한 자본의 유입을 막아 환율의 지나친 하락을 방지해야 한다. 우리는 금리와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높아 외국인의 채권 및 주식 투자와 은행의 해외 차입이 늘어나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그대로 두면 환율이 적정 환율보다 낮아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은행의 과도한 외화 차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 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금융 감독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G20 서울회의 이후의 불안해진 세계 경제 환경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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