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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취와 진취로 열린 ‘인재의 평원’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안성·평택

이춘삼│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1.15(Mon) 18: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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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 / 안성시
ⓒ 안성시 제공 / ⓒ 평택시 제공

안성과 평택은 나란히 인접한 경기도 남부의 두 도시이다.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남하하다가 안성 톨게이트를 벗어나면 두 도시로 접어드는 길이 좌우로 갈린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가깝기는 하지만 두 곳이 같은 생활권이라거나 왕래가 그리 활발했던 편은 아니다. 안성은 내륙에 들어앉아 스스로 선비의 고향이라는 ‘문향(文鄕)’을 자처하며 다소간 보수적인 기질을 유지했고, 평택은 바다에 면한 지역이라는 성격이 깔려 있지 않았나 싶다. 당초 일제 강점기에 안성을 통과하기로 되어 있던 경부선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평택 쪽으로 갔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안성 출신이자 명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던 김수용씨는 “안성은 이름 그대로 편안한 고장”이라고 했다. ‘안성맞춤’으로 유명한 유기와 포도,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남산골 샌님 허생이 안성으로 내려가 계절 과일을 매점해 일확천금을 했다는 얘기를 통해 보통 사람들은 안성의 이미지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안성장(場)은 한때 전국 3대 장의 하나로 꼽힌 적이 있다.

한편 평택 사람들은 개방적·포용적이라고 한다. 박성복 평택문화원 사무국장은 “평택에 들어가 장사를 벌인 사람이 평택 토박이보다 더 성공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라고 말한다. 일찍부터 미군기지가 평택에 자리 잡아왔고 평택항을 중심으로 한 해군 2함대 사령부, 공군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공군 작전사령부가 이곳에 있다. 평택은 경부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포함해 고속도로 4개 노선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안성, 조병화·박두진 시의 자취 가득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에 시인 조병화의 문학관이 있다. 조시인이 그림을 그렸던 화실인 편운재(片雲齋)에서 ‘편운’은 그의 아호에서 따온 것이다. ‘살은 죽으면 썩는다’라는 그의 좌우명과 ‘편운’은 묘한 콘트라스트를 빚어낸다. 시작(詩作)의 공간이었던 청와헌(聽蛙軒)은 개구리 소리를 듣던 곳이기도 하다. 문단에서 그는 언제나 너그러운 웃음을 띤 반듯한 신사였다. <목마와 숙녀>를 남긴 박인환과 더불어 파이프 담배는 유명하다. 지긋하게 눌러 쓴 ‘도리우찌’와 함께해서다. 마지막 작품은 <편운재에서의 편지>이다. 그는 시집·시론집·수필집 등 1백60여 권의 책을 남길 만큼 정열적으로 집필했다. 조병화 시인은 자유로운 삶의 응시, 인생이라는 흐름 속에 솟구치는 죽음-허무-고독 같은 주제와 늘 대면했다. 경성사범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고등사범 물리화학과를 수료한 그는 제물포고, 서울고에서 10대들을 가르친 데 이어 경희대, 인하대, 중앙대에서 청년을 가르쳤다. 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물리·화학 과목도 가르쳤던 그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럭비를 하는 그런 삶을 살다 갔다. 편운재는 현재 장남인 조진형 세종대 교수가 지키고 있다.

안성시 보개면 양복리에 시비가 세워진 박두진 시인은 ‘청록파’의 마지막을 지켰다. 박목월·조지훈과 함께 격동의 한국사 속에서 60여 년간 자연과 사회와 인간을 노래한 우리 시단의 거목이었다. 그의 시는 기독교적 이상과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갔다. 그는 고비 때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힌 대쪽같은 지식인이었다. 김지하 시집 <오적> 관련 재판 때는 김지하 시인을 옹호했으며, 노년에도 “오늘 우리 문학의 병은 사상적 도피 현상과 비평 의식의 결여, 말초적인 언어 유희”라며 질타했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언론계, 관계, 학계를 두루 거친 원로이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을 마치고 과학기술처장관을 지냈다. 한국경제신문 회장, 서울21세기위원회 위원장, 서울시립대 총장, 문화일보 대표이사 사장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하며 엄청난 분량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한 학구파이다.

원유철 의원(한나라당)은 34세 때 15대 국회에 진출해 16, 18대 의원을 지내며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학용 의원(한나라당)은 1989년부터 안성의 이해구 전 의원 비서로 7년간 보좌했고, 경기도 의원을 세 차례 지낸 후 18대 국회에 진출했다. 2008년 1월 특별한 연고도 없는 안산 상록 갑구에 뛰어들어 18대 금배지를 단 이화수 의원은 30여 년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었다. 이른바 ‘김문수 사단’의 일원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을 지내며 손학규 전 도지사가 이끄는 경기도 투자유치단과 함께 ‘강성 한국 노조’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투자 유치에 앞장서기도 했다.

평택 출신으로 대법관을 지낸 유지담 변호사가 정·관계 로비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변호인을 맡은 적이 있다. 체신고와 고려대를 나온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 모임인 ‘61회’ 회원으로 대선 당시 이후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평택 출신인 (주)슈페리어의 김귀열 회장은 맨주먹으로 1천억원대의 매출 기업을 일군 사업가이다. 그의 가족은 6·25가 터질 때까지 지금의 오산비행장 자리에서 살았었는데 전쟁통에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졸지에 철거민 신세가 되었다. 전쟁 중에 아버지를 병으로 잃고 수년 뒤 어머니마저 잃어 천애의 고아가 되었다. 스무 살 때 상경해 동대문 평화시장 스웨터 공장에 취직했다. 악전고투로 남의 밑에서 일을 익히고 1967년 만든 스웨터회사가 제법 잘되었다. 1976년 그는 골프 클럽을 잡았다. 골프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골프웨어에 착안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골프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79년 국내 최초의 골프웨어 브랜드 ‘슈페리어’를 출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회사는 2002년 5월6일 최경주 선수의 스폰서로 나서게 된다. 현재 친동생인 김성열씨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곁에서 사업을 돕고 있다.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입사 이후 현대차·기아차의 국내외 각 부서를 두루 섭렵했다. 그룹 내에서는 그를 가리켜 정몽구 회장의 분신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정회장이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다른 임원들이 정회장을 ‘알현’하려면 김부회장의 ‘재가’를 맡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평택, 입지전적 재계 인사들 다수

삼성전자에서 한우물을 파 온 박상진 삼성디지털이미징 대표이사 사장은 소탈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한 성격으로 벤츠폰 같은 휴대전화의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이에 대해 그는 “독자 기술 확보는 연구원들 스스로가 ‘광학 독립 만세’라며 기뻐할 정도로 의미가 큰 것”이라며 “해외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한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행시 출신으로 동력자원부에 있다가 1994년 SK그룹에 합류했다. ‘SK 캐시백’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최대의 마일리지 사업으로 키웠고 특히 지난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 때 부실했던 회사를 조기 정상화시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예술원 회장을 역임한 영화감독 김수용씨는 81세의 고령인 지금도 국내외 각지를 찾아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강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지막 작품인 <침향>까지 포함해 모두 1백9편의 작품을 남겼다. 그가 스스로 꼽는 대표작은 20여 편 정도 된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유정> <토지> <사격장의 아이들> <굴비> <혈맥> <갯마을> <안개> <산불>이 여기 속한다. 그가 예명을 지어준 배우가 <만추>의 문정숙을 포함해 30명가량 되는데, 그는 그들 중 “몇몇이 먼저 갔다”라며 만추의 추연함을 감추지 않는다.

서울예고를 나와 서울대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한 지휘자 최선용씨는 KBS <열린음악회> 전임지휘자, 경기도립 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등을 지내며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수많은 음악제를 지휘한 음악인으로 유명하다.

   

마술사 이은결은 은은한 물결처럼 살아가라는 뜻으로 지은 순 한글 이름을 가졌다. 마술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방학 때였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고2 때였다. 200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매직콘테스트를 통해 천재 마술사의 등장을 알렸다. 한국인 마술사가 국제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떠나가는 배>를 부른 가수 정태춘씨는 부인 박은옥씨와 함께 부부 가수로 잘 알려졌다.

이미 저 세상 사람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는 인물이 있다. MBC <전원일기>의 할머니로 지난 2005년에 세상을 떠난 정애란씨가 그이다. 사위인 탤런트 한진희씨는 “장모님은 투병 중에도 전원일기 출연을 감행할 만큼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었다”라고 회고했다. 1943년 악극단 ‘유락좌’ 단원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정씨는 2002년 12월 종영까지 2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원일기>에서 그야말로 우리 곁의 할머니 같은 인상을 남겼었다.

윤재천 한국수필학회 회장, 비무장지대(DMZ)를 중심으로 예술문화 운동에 오래 천착해 온 이반 덕성여대 명예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였으며 당뇨병의 명의로 널리 알려진 허갑범 전 연세대 의대 교수, 국내 최대 돼지고기업체인 선진크린포크의 이범권 사장, 축구 해설자 신문선씨가 안성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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