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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게서 ‘권력 족쇄’를 풀어라

최근 청목회 수사에서도 과잉성 엿보여…‘정치 검사’는 진실로 정치를 할 수 있게 해야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ㅣ 승인 2010.11.15(Mon) 18: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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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검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들을 정리해보자면 ‘스폰서 검사와 ‘정치 검사’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스폰서 검사’는 기소나 수사 결정을 돈의 힘에 내맡긴다. ‘정치 검사’는 정치권력에 복무해 승진을 하기 위해 그 권력의 반대 세력들을 과잉 기소 및 수사하고 또 권력에 친한 사람들은 과소 기소 및 수사한다. ‘스폰서 검사’의 실체는 과거 안기부 X파일이 ‘삼성 떡값’의 존재를 밝히면서 세상에 드러났고, 그 이후 삼성에 대한 ‘과소 수사’ 행태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치 검사’의 실체는 미네르바, <PD수첩> 광우병 편, 한명숙 수뢰 혐의 등 많은 사건이 무죄 판결로 끝나면서 법원이 확인까지 해준 셈이 되었다.

 최근 청목회 수사도 과잉성이 엿보인다. 자신이 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국회의원들에게 10만~15만원의 기부도 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정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것인가. 물론 현행법상 정치 자금 기부가 금지된 단체나 기업이, 큰 액수를 많은 조직원에게 나누어 기부하도록 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한 정황이 충분히 포착된 후에 압수수색을 시작한 것인지 궁금하다. ‘정치 검사’ 본연의 모습, 즉 영부인의 비리 의혹이나 청와대 대포폰 문제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치 검사’ 문제까지 해결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검찰 개혁의 대상은 검찰이 아니다. 최근 어느 부장검사는 ‘검찰의 중립성은 예산과 (내부) 인사의 독립성만 보호해주면 된다’라며 검찰 개혁에 반대했다. 그렇다. 검찰은 그런 면에서는 이미 충분히 ‘개혁’되어 있다.

법무부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제한한다거나 감시해 검찰을 더 독립시킨다고 해서 ‘정치 검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일정하게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검찰은 더 자유롭게 권력 비호적인 기소나 수사를 하게 될 뿐이다.

개혁의 대상은 이러한 자발적인 권력 복속형 기소 행태의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즉, 행정 권력이 검찰 고위직 승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 ‘정치 검사’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고위공직자수사비리처(약칭 고비처)와 같이 제2의 검찰을 만들어 기소 독점주의를 깨더라도 그 기관의 고위직 인선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영향력을 가진다면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즉, 바꿔야 하는 것은 검찰 고위직 승진을 결정하는 자이지 검찰 자체가 아니다.

최근 ‘친권력적 과소 기소’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고비처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고비처도 결국 대통령이 그 장의 임명권을 가진다면 과연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을까? 고비처도 단지 ‘정치 검사’들에게는 승진의 통로인 것이 아닐까? 국정원, 경찰, 감사원이 사정 권력을 분점하고 있어도 이 사정 권력이 임명권자의 사익에 충실하게 행사되어오지 않았는가.

가장 중요하게, 고비처는 최근 2008~10년 사이의 검찰이 보여준 ‘친권력적 과잉 기소’ 문제를 풀지 못한다. 국민들이 ‘웃자고’ 시작한 토론의 장에 검찰이 ‘죽자고 덤벼드는’ 것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통합의 문제이다. 검찰은 국민들의 한낱 ‘말싸움’에 시퍼런 칼을 들고 피냄새를 풍기며 달려들어 전 국민을 분열시켰다. 국민들은 ‘나는 어느 편인지’를 또 ‘이 편에 속하지 않으면 다른 편으로 오해받지 않을지’를 걱정하게 되었고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아니 모든 영화인, 교수, 연예인이 반(反)MB와 친(親)MB로 나뉘어져버렸다. 또 검찰이 수사의 위협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나 단체들에게 들이댈 때 영장 발부나 유죄 판결에 관계없이 민주주의는 틀림없이 위협받는다.

검찰의 힘이 법원에 의해 (그리고 피의사실공표죄에 의해) 제약되더라도 검찰의 입건과 기소는 그 자체로 개인에게 엄청난 위협이 된다. 미네르바에 대한 기소는 수많은 인터넷 논객을 절필시켰으며,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기소는 정부 관련 보도의 ‘이빨’과 ‘손톱’을 모두 뽑아버렸다. 둘 다 무죄 판결로 끝났지만 비판 정신의 분위기는 훼손된 지 오래다. 대다수 검사는 ‘스폰서 검사’도 ‘정치 검사’도 아니다. ‘스폰서 검사’들은 해당 사건만 망가뜨리지만 ‘정치 검사’들이 초래하는 표현의 자유 위축과 국민 분열은 엄청나다.

지금 진실로 필요한 것은 검찰의 친권력적 과잉 기소에 대한 견제이다. 고비처는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겠지만 검찰의 친권력적 과잉 기소를 견제하기는 어렵다. 물론 친권력적 기소 행태를 보이는 검사들에 대해 뇌물죄나 피의사실공표죄 수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뇌물 수사로는 권력자를 위한 과잉 기소를 막을 수 없다. 권력은 뇌물을 주지 않아도 검찰의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피의사실공표죄도 국민의 알 권리에 부딪혀 집행에 한계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정원, 경찰, 감사원도 검찰을 견제할 힘은 있었지만 검찰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을 보았는가 하는 부분이다.  

   
▲ 지난 10월21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민간인 사찰 사건’에 청와대가 관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주민이 지방 검찰청장 선출’ 등 대안 절실

그렇다면 친권력적 기소 행태는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까? 기소 독점주의를 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소 기관에 대한 영향력의 독점을 깨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기소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나누어진 기소권을 행정 권력의 휘하에서 일부라도 분리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분리된 검찰권은 어디에 둘 것인가. 프랑스처럼 전부를 사법부 휘하에 둘 수도 있고, 상설 특검처럼 일부를 입법부 휘하에 둘 수도 있다. 또는 미국의 자치 검찰처럼 지방검찰청장 직선제를 통해 일부를 국민 스스로의 선거권에 맡길 수도 있다.

상설 특검은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엄밀히 말하면 교섭단체들의 합의)의 통제하에 검찰의 일부를 신설하는 것이다. 자치 검찰은 더 나아가서 국민이 직접 뽑도록 하는 것인데, 국가의 검찰총장을 선거로 뽑기는 어려우니 지방 분권화를 시켜 각 지방의 검찰청장을 지역 주민들이 뽑는 제도이다.

물론 이러한 상설 특검이나 자치 검찰도 자신의 임명권자들의 사익 섞인 요청에 약할 수밖에 없고, 또 그러한 요청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임명권자에게 봉사하는 방식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임명권자들은 각각 국회 교섭단체들과 지역 주민들 전체이다. 이들의 사익은 어떻게 보면 공익인 것이며 모든 형법은 공익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이들의 사익을 위하는 것은 가장 좋은 법 집행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권을 교육처럼 다른 행정 기능으로부터 분리시켜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 즉 직선제 아래에 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물론 연방검찰 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법무부장관의 역할도 같이 수행할 뿐 아니라 연방경찰(FBI)도 관장한다. 하지만 미국 범죄 수사 및 기소의 95%가 주 정부의 카운티 검찰에 의해 이루어지며 카운티 검찰의 95%가 선출직이다. 미국은 검찰 직선제인 나라이다.

우리나라도 지방검찰청장과 고등검찰청장을 지방선거로 선출하자. 물론 전국적 통일성을 기할 필요가 있는 사건들을 다룰 대검찰청은 존치시킬 수 있고, 그 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법무부의 지휘를 받는다. 또 항고 사건과 항소심 유지를 위해 대검, 고검 및 지검의 심급 상의 위계질서도 유지시킨다. 각 검찰청장은 내부 인사, 업무 분담 및 감독권에서 상호 그리고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독립성을 인정받는다. 단지 각 검찰청은 수사 및 기소만을 할 뿐 법무부가 교정 및 국가 당사자 소송의 변호와 같은 나머지 법무를 수행한다. 각 검찰청의 관할 범위는 범죄 발생지, 피해자 소재지 등 여러 기준을 염두에 두고 법무부에서 정하면 된다.

유럽은 강한 의회가 총리를 통제한다. 미국은 강한 사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견제하는 세력은 없다. 행정 권력을 나눠야 한다. 정치인들도 법관들도 믿지 못하겠다면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검찰의 친권력적 기소 행태는 대통령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파워 시스템에서 나온다. 직접민주주의가 더 필요하다. 대통령이 검찰 고위직을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뽑는 것이다. 이 판을 통해 ‘정치 검사’들이 정녕 하고 싶어 하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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