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사찰 카드’ 계속 통할까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12.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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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대표측, “제보 통해 증거 더 늘어날 것” 자신감…국정조사와 특검 도입도 추진할 태세

 

  ▲ 지난 11월17일 청목회 입법 로비 혐의로 민주당 당직자 3명이 체포된 뒤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석현 의원, 손학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국회가 사실상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12월8일 유혈 폭력 사태까지 불러오면서 새해 예산안이 여당의 강행 처리로 통과된 이튿날, 국회는 전날의 아수라장을 뒤로 한 채 적막에 빠져들었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을 선언하며 국회를 뛰쳐나가 곧바로 ‘서울광장 100시간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에 여당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다”라는 당 대변인의 말처럼 민주당은 전에 없이 강경했던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회를 빨리 종결시켜 사실상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등 청와대와 여권의 악재를 덮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은 그동안 이석현 의원 등이 나서서 국회에서 끊임없이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폭로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2월7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이었다는 내용을 폭로하며 공격의 고삐를 계속 쥐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안 강행 처리 후유증과 상관없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앞으로 펼쳐나갈 대여 투쟁의 한 축으로 이 문제에 대한 국정 조사와 특검 도입을 적시한 것에서 민주당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석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불법 사찰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처럼 이의원 혼자 나서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요 쟁점 사안 산적해 흐지부지될 수도

예산안 통과 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불법 사찰 공격을 배후에서 지원 사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대표가 불법 사찰에 관련된 핵심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이를 이석현 의원과 박영선 의원에게 건네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청문회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박대표의 정보력이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박지원 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불법 사찰 문제는 덮을래야 덮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끝까지 가져갈 것이다. 앞으로 증거는 계속 나올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제보도 계속 들어온다. 결국에는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라며 진실 규명에 자신감을 보였다.

다소 엇갈린 전망도 나온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폭력 사태로 인해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추론이다. 예산안은 물론이고, 4대강 사업과 직접 관련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UAE(아랍에미리트 연합) 파병 동의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중요 쟁점 사안이 산적해 있어 자칫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가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불법 사찰은 정황적 증거가 있을 뿐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부정하면 받아칠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 여러 사안 가운데 포함될 수는 있어도 단독으로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불법 사찰과 관련한 새로운 카드를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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