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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몸으로 냉탕 가지 마라

겨울철에 사우나·찜질·온천욕 자주 하면 안 좋아…‘핑 도는 느낌’ 심하면 실신·사망할 수도

노진섭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1.01.03(Mon) 17: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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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는 겨울에는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무척 그리워진다. 절절 끓는 바닥에 몸을 지지면서 한숨 자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기온이 떨어질수록 찜질방, 사우나, 온천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따뜻한 온욕과 찜질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만성관절염, 근육통 등의 근골격계 질환의 통증을 줄인다.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긴장이 풀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 지난해 8월 핀란드에서 열린 사우나 세계 챔피언십 대회 결승에서 핀란드인 카우코넨(오른쪽)과 러시아인 라디젠스키가 1백10℃ 사우나실에 앉아 있다. 러시아 도전자는 사우나 내부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EPA

갑작스런 혈압 이상 오지 않게 유의해야

그러나 잦은 온욕이나 뜨거운 찜질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중목욕탕에서 순간적으로 핑 도는 느낌이다.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심하면 실신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 온천욕이나 사우나를 하면 피부 온도는 40℃ 정도로 오른다. 땀이 나기 시작하고 15분 정도 지나면 0.5kg 이상의 땀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때 심장에서 몸으로 가는 혈액의 50~70%가 피부로 쏠린다. 평소의 경우에는 5~8%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그 10배가량의 혈액이 피하층으로 몰리는 셈이다. 순간적으로 심장이나 뇌로 가는 피가 부족해지면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겨울철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뜨거운 찜질이나 사우나를 한 직후에 냉탕에 들어가는 습관은 그 위험을 더 증가시킨다. 높은 온도에서 확장했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안 그래도 모자란 혈액량을 더욱 감소시켜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온천욕, 사우나, 찜질을 30분 이상 하면 땀을 많이 흘리므로 몸에서는 탈수 증상이 일어난다. 땀과 함께 미네랄과 칼륨 등의 영양소가 빠져나가 영양소 결핍으로 인한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송근정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혈압, 저혈압 혹은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과 어린아이, 임산부, 노인은 사우나나 찜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송년회 등 술자리를 가진 후에 사우나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술을 마시면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땀까지 흘리면 탈수증은 더욱 심해진다. 심지어 찜질방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저혈압, 부정맥, 고체온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또 피로 회복 차원에서 매일 뜨거운 온탕 목욕이나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피부보호막을 손상해 가려움증을 유발하고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지름길이다”라고 말했다.

목욕을 즐길 때는 무엇보다 목욕물 온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42℃가 적당하다. 손가락을 담갔을 때 적당히 따뜻한 정도이다. 이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혈류 속도가 빨라져서 맥박과 혈압이 증가한다. 냉수욕도 피부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기는 마찬가지다. 어린아이, 임산부, 고혈압 환자, 심장질환 환자에게는 36~38℃의 미온욕이 안전하다. 미온욕은 피부혈관을 확장해 혈액이 피부로 몰리게 하고, 내부 장기로 가는 혈류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혈압을 낮추고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횟수도 중요하다. 목욕 횟수는 주 2~3회를 넘지 않도록 하고, 시간도 약 15분 이내가 바람직하다. 찜질이나 사우나 횟수는 주 1회가 적당하다. 한 번에 20분을 넘지 말아야 하는데, ‘5분 후 10분 휴식’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중간에 휴식을 취한다고 사우나와 같이 뜨겁고 밀폐된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은 탈수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사고에 대처할 수 없으므로 삼가는 편이 안전하다. 최소 30분 간격으로 물을 마시면 탈수증을 예방할 수 있다. 요즘은 불가마와 같은 고온에서 찜질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실내 온도가 1백50~2백℃를 넘는 곳에서는 5분 이상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이때 가능하면 면으로 된 긴 소매 상의와 긴 바지를 입으면 좋다. 화학섬유로 된 옷은 고열에 탈 수 있다. 사우나를 이용할 때는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찬 물수건으로 얼굴 등을 차갑게 감싸면 좋다.

사우나, 찜질, 온천욕을 한 후에는 피부가 말끔해져서 기분까지 좋아진다. 피부 기능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피부는 몸무게의 7%를 차지하는, 신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다. 피부는 끊임없는 신진대사를 통해 오래된 세포를 배출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한다. 이때 먼지와 세균도 배출한다. 땀이 너무 많이 나거나 오물이 심하게 묻었을 때는 이런 교환 작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목욕으로 오염 물질을 제거해줌으로써 피부의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다.

   
▲ 서울 시내 한 대형 찜질방의 휴게실.
ⓒ시사저널 박은숙


피부건조증, 건성 습진·피부 노화 초래해

문제는 때를 미는 목욕 습관이다. 한국 사람은 때를 밀어야 목욕한 느낌을 받는다. 오죽하면 ‘이태리 타월’이라는 때수건으로 피부가 발개질 정도로 밀어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목욕탕을 나선다. 때를 밀면 피부 각질층이 손상을 받는다. 피부는 매우 얇은 각질층에 덮여 있다. 각질층은 수분의 유출을 막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비누 사용과 때 미는 습관은 각질층을 파괴해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역효과를 낸다. 한 번 손상된 각질층은 1~2주 후에 복구되므로 이 기간 동안 피부 관리에 신경 쓰고 목욕을 삼가는 것이 좋다. 이주흥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목욕을 자주 하면 피부가 건조해진다. 특히 팔다리 바깥 부위가 가렵고 건조해지는 증상이 심해진다. 이런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은 40대부터 특히 많아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건성 습진, 피부 노화로 이어진다. 때를 밀더라도 팔다리 바깥 부위는 피해야 한다. 특히 건선(마른버짐), 습진과 같은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은 되도록 때를 밀지 말아야 한다. 피부의 순기능을 촉진할 목적으로 하는 목욕이 오히려 피부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직장인 하지원씨(가명·27)는 얼굴에 기미가 부쩍 늘어났다. 내근직이어서 자외선 노출이 적었고, 한동안 더운 지역으로 외국 여행을 다녀오지도 않았다. 원인은 잦은 사우나로 추정된다. 하씨처럼 얼굴에 기미가 끼는 여성 가운데는 사우나나 온욕을 자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도 거세게 미는데, 이런 습관은 오히려 기미를 늘리는 원인이라고 의사들은 강조한다. 황지현 루나클리닉 원장은 “기미는 멜라닌 색소가 다량 발생해 피부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질병이다. 기미의 주원인은 자외선과 호르몬 변화이다. 또 체온이 올라가도 기미가 생길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체온이 올라가면 멜라닌 세포 주변에 염증이 생긴다. 염증은 곧 멜라닌 색소를 과다하게 생성해 기미가 생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우나처럼 뜨겁고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는 행동은 강한 자외선이 내리쬐는 해변에 피부를 노출하는 것과 같다. 기미가 생긴 환자에게 온천욕이나 사우나 이용 횟수를 줄이라고 처방한다”라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되도록 때수건을 사용하지 않고 목욕을 즐기라고 강조한다. 때수건이나 일반 수건에 비누를 묻혀 피부를 문지르는 습관도 바람직한 목욕 습관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극성 비누를 손에 묻혀 로션 바르듯이 하면 된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젖가슴같이 땀이 많이 차는 부위를 주로 씻어내고, 건조하기 쉬운 팔다리 바깥 부위는 특별히 더럽지 않으면 생략해도 무방하다. 비누는 약산성이면서 보습 성분이 포함된 것이 좋다. 항균 물질이나 몸 냄새를 없애준다는 데오도란트(deodorant) 성분이 있는 비누는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

찬물 세수로 마무리하면 피부질환 예방

목욕이나 사우나를 마칠 때에는 찬물 세수로 마무리하면 기미 등 피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목욕 후에는 마른 수건으로 문지르지 말고 살살 눌러서 물기를 흡수하는 방법이 좋다. 보습제는 전신에 발라야 하며 목욕 직후, 목욕실 내에 습기가 가득 차 있을 때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목욕탕을 나서는 순간 피부 수분은 급격히 떨어지므로 보습 효과도 현저히 줄어든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이 마사지나 피부 마스크팩을 냉동실에 1~2분 정도 넣어 차갑게 만든 후 이용하면 체온을 낮추고 수분도 공급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몸이 잘 붓고 무거운 사람은 건조한 찜질방을, 몸이 마르고 기운이 없는 사람은 습한 찜질방이 알맞다고 한다. 여성에게는 쑥 찜질방이 좋다. 쑥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부인과 질환에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건강 목욕법

①목욕 및 샤워 횟수를 주 2~3회로 줄인다.

②목욕 및 샤워 시간을 15분 이내로 줄인다.

③목욕물 온도를 42℃ 이하로 유지한다.

④목욕할 때 절대로 때를 밀지 않는다.

⑤혈압에 이상이 있다면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지 않는다.

⑥지방이 포함된 비누를 사용하며 항생제나 냄새 제거 기능이 있는 비누는 피한다.

⑦비누질은 피부가 접히거나 땀이 차는 곳에만 하며 손으로 거품을 내어 부드럽게 한다.

⑧물기를 말릴 때에도 수건을 피부에 살살 두드리듯이 한다.

⑨보습제는 항상 욕실 내부에서 바른다. 

⑩보습제는 전신에 바르며 백색 바셀린(white petrolatum), 미네랄 오일, 요소, 밀랍, 디메티콘 등의 성분이 포함된 것이 좋다. 단, 자신의 피부가 지성이라면 얼굴 특히 티존(T-zone, 이마와 코 부분) 부위는 유분이 적은 제품을 바른다. 건조증이 심한 피부에는 로션보다는 크림 타입의 제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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