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없는 동네 할아버지 수염 해표
  • 박수현│국제신문 사진부 차장 ()
  • 승인 2011.01.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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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소│북극해 스발바르 군도 스피츠베르겐 섬 연안

북극권에서 발견되는 해표류에는 수염 해표(Bearded Seal), 하버 해표(Harbour Seal), 반지 해표(Ringed Seal), 하프 해표(Harp Seal), 후드 해표(Hood Seal), 북극털가죽 해표(Northern Fur Seal) 등이 있다. 북위 78˚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군도 스피츠베르겐 섬에서 보트를 타고 북극해 빙산 지대로 들어섰다. 크고 작은 얼음 덩어리들이 배를 스쳐지나가는데 멀리 떨어진 얼음 위로 검은 물체가 보였다. 보트의 속도를 줄이고 조금씩 접근해갔다. 수염 해표였다. 포유동물인 해표는 계속해서 바다에 머무를 수 없기에 숨을 쉬거나 휴식을 위해 얼음덩어리나 땅 위로 올라가야 한다. 해표 관찰은 이때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보트가 가까이 다가가자 못마땅한지 머리를 들어 힐끗 쳐다본다. 얼굴 표정과 턱 아래 난 수염이 영락없는 동네 할아버지 얼굴이다. 수염 해표라는 이름보다는 할아버지 해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염 해표는 몸길이 2백40~2백50cm에 3백kg을 육박하는 대형 종이다. 원체 덩치가 크다 보니 동그란 머리와 지느러미 모양의 발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다른 해표와 구별되는 특징이라면 입 주변에 나 있는 긴 흰색 촉모(포유동물이 가지고 있는 감각모)를 들 수 있다. 이들은 2백m까지 잠수하는 탁월한 사냥꾼으로 촉모를 이용해서 깜깜한 바닥 면에서 살아가는 게, 새우, 홍합, 바다고둥 따위를 찾아낸다. 북극해에서 대형 종으로 대접받지만 이들에게도 천적은 있다. 바로 북극의 맹주라 할 만한 북극곰과 범고래이다. 빙산 위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북극곰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물속을 헤엄쳐 다니다가는 범고래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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