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탈모, ‘습관’ 돌아보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2.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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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파마 횟수 줄이고 상시 복용 약도 따져봐야…균형 잡힌 식사만 해도 효과 볼 수 있어

겨울철은 수북이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건조한 겨울 날씨는 두피를 건조하게 만든다. 그 결과로 생긴 비듬이 모공을 막고 두피 염증도 일으켜 머리카락이 쉽게 빠진다.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이 50~70가닥 정도라면 정상이지만, 그 이상은 탈모증을 의심해야 한다. 가족 중에 대머리인 사람이 없는데도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이 100가닥 정도 되면 평소 생활 습관을 살펴볼 일이다. 예를 들어, 잦은 염색과 파마(퍼머넌트)는 영구적인 탈모의 원인은 아니지만, 모발을 약하게 만들어 일시적인 탈모를 일으킨다. 머리카락은 단백질(케라틴)로 되어 있는데, 염색이나 파마는 단백질 결합을 변형시켜 작은 힘에도 끊어질 정도로 모발을 약하게 만든다. 염색과 파마 횟수를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유지해야 모발 손상을 줄일 수 있다.

▲ 머리가 많이 빠진 탈모 환자가 거울을 보며 빗질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신체 건강에 이상 생기면 두피 건강에 악영향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뽑거나 잡아당기는 습관도 탈모의 원인이다. 기계적 또는 화학적인 자극이 모근을 손상하기 때문이다. 머리를 뒤로 당겨 묶는 사람은 모근이 약해지고 앞과 옆의 모발이 가늘어져서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 느슨한 머리띠를 사용하고, 착용 횟수도 줄일 필요가 있다. 헤어드라이어와 샴푸를 자주 사용하는 습관도 두피를 건조하게 해 탈모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저녁에 머리를 감는 사람은 약한 바람에 머리를 완전히 말린 후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피임, 갑상선질환, 간질, 불안, 혈액 문제로 약을 상시로 복용하는 사람이 탈모가 심해진다면 의사와 상담해서 약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약도 탈모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결핵, 매독,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등과 같은 세균·바이러스 감염도 탈모와 관련이 있다.

흔히 정신적 스트레스를 탈모 원인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분만, 수술, 고열, 질병, 출혈 등 신체적 스트레스가 탈모를 조장한다. 어떤 이유로든 신체 건강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 두피 건강에도 이상이 생기므로 평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탈모를 막는 첫걸음이다.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0%인 1천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4백만명 이상은 여성이다. 이주희 연세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로 병원을 찾는 젊은 사람이 많다. 10~30대 여성도 적지 않다. 여러 검사를 해서 원인을 찾는데 특별한 원인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환자에게 꼭 물어보는 것이 다이어트 여부이다. 살을 빼기 위해 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단백질, 철분, 미네랄 등이 부족해져 빈혈, 탈모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환자는 균형 잡힌 식사만 해도 탈모 증세가 사라진다. 이처럼 일시적인 탈모로 고민한다면 자신의 생활 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일시적인 탈모는 그 원인을 찾아 없애면 대부분은 회복된다. 문제는 만성 탈모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유전이다. 부모 중 한 명이 탈모증이라면 자식도 탈모로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만성 탈모는 크게 남성형 탈모와 원형 탈모로 나눌 수 있다. 남성형 탈모는 흔히 대머리라고 부르는 탈모증이다. 두피 속에 있는 모낭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모발이 짧고 가늘어지면서 탈모가 시작된다. 초기에는 머리 앞쪽과 정수리 부위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이후에는 이마선이 뒤로 밀리면서 이마가 넓어진다. 옆머리와 뒷머리는 빠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에게도 생기는 탈모증이지만 ‘남성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남성에게 흔하게 발생하고 정도도 여성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디히드로테스테론(DHT)으로 변해 탈모를 일으킨다. 남성 호르몬에 변화를 일으키는 효소(5-알파 환원 효소)가 있다.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면 탈모를 방지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약이 효소 억제제이다.

효소 억제제에는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이 있다. 바르는 약(미녹시딜제)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 약은 강력한 혈관 확장제이다. 본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장기 복용한 고혈압 환자에게 다모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에 대해 연구한 끝에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탈모 치료제로 세상에 나왔다. 매일 2회씩 최소 4개월 동안 머리에 바르면 색상이 옅고 가늘지만 뚜렷하게 모발이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투여를 중지하면 6개월 이내에 치료 시작 시점으로 돌아가며, 다시 탈모가 진행된다. 꾸준히 발라도 효과가 없으면 사용을 중지하고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한다.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18세 미만의 소아나 55세 이상 환자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모제 고를 땐 반드시 진단부터 받아야

▲ 한방에서는 두피에 영양분을 주입하는 약침으로 탈모를 치료하기도 한다. ⓒ청정선한의원 제공

먹는 약(피나스테라이드제)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수개월 동안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된다. 여성에게는 효과가 없다. 또,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복용을 중단하면 12개월 이내에 치료 효과가 사라진다. 복용 중에 남성이라도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커지는 현상, 통증,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등의 이상 반응이 생기면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발기부전과 성욕 감퇴가 발생할 수 있고, 사정량이 감소할 수 있으나 성 기능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약은 간에서 대사가 진행되므로 간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이 정도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정한 발모제이다. 식약청 인증 없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탈모 방지제, 발모제, 탈모 억제제, 양모제 등은 발모 효과가 없다. 효과는커녕 자칫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발모제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진단을 받아 자신의 두피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염증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염증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미용실 등지에서 두피 마사지를 받거나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넣어 갈퀴질을 하면 탈모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켜 머리카락이 더 심하게 빠질 수 있다.

아예 모낭이 없어진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모발제도 소용이 없다. 최후의 보루는 이식 수술이다.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 뒤와 옆머리의 피부를 모낭이 손상되지 않도록 잘라낸 후 모낭이 없는 부위에 옮겨 심는 방법이다. 모든 사람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의사와 충분히 상담할 필요가 있다.

남성형 탈모 다음으로 많은 탈모증이 원형 탈모이다. 원형 탈모는 여성과 소아에게도 흔히 생긴다. 원형 탈모 초기에는 동전 크기의 탈모 부위가 생긴다. 탈모 부위는 점차 커지거나 여러 개가 동시에 발생해 합쳐지면서 모든 머리카락이 빠지는 전두탈모증으로 진행한다.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면역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자신의 모낭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모근이나 모발이 더 나빠지기 전에 치료하면 대부분 1년 내에 회복할 수 있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 부위가 적으면 치료도 쉽고,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탈모 부위가 적을 때는 스테로이드제나 미녹시딜제를 사용한다. 탈모 부위가 넓으면 면역요법, 스테로이드제 전신 투여, 자외선 요법 등으로 치료한다”라고 말했다.


몸에 기운 빠져도 탈모 진행

뒤와 옆의 머리를 남기고 앞과 정수리 모발이 빠지는 것이 남성 탈모라면, 여성 탈모는 앞머리는 유지되고 정수리 부위 모발이 가늘어지고 숱도 적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탈모 정도가 남성보다 약해서 남성처럼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지루성 피부염, 여드름, 생리 불순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여성 탈모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여성의 사회 진출로 말미암은 과로와 스트레스, 출산, 호르몬의 불균형, 무리한 다이어트 등이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여성 탈모도 많다. 그만큼 여성 탈모에는 뾰족한 치료법도 없다. 그래서 한방으로 치료하려는 여성이 많다.

임태정 청정선한의원 원장은 “두피에 약침을 맞으면 혈액 순환이 개선되어 발모 효과가 난다.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탈모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런 환자는 한약으로 영양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몸에 기운이 빠져도 탈모가 진행되는데, 매운 음식이 폐와 어깨의 기운을 빼는 작용을 하므로 이를 피하는 것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최후의 수단’ 가발은 어떻게 고를까

탈모 치료가 쉽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발이 대안이다. 특히 사회 활동이 잦은 사람에게 가발은 자신감 회복, 인간관계 유지 등에 도움을 준다. 과거의 가발은 거추장스러웠다. 땀 배출이 되지 않아 염증이 생기고, 무엇보다 ‘가발 티’가 났다. 그러나 요즘 가발은 실제 머리카락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착용감도 좋다. 피부색의 나노 스킨, 기억 형상 소재, 항균 처리, 3D 스캔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었다. 가발 착용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가상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한 가발 업체도 있다.

가발을 선택할 때는 가격보다 탈모 부위, 탈모 정도, 생활 습관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활동량이 적고 외출할 때만 착용하려는 사람은 탈·부착이 자유로운 가발이 편리하다. 운동을 즐기고 쓰고 벗는 것이 번거롭다면 고정식 가발이 좋다.

가발은 인모와 인조모를 사용하는데, 각기 장단점이 있다. 인모 가발은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것이므로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다. 그러나 수명이 짧고 탈색될 우려가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모에 코팅 처리를 하기도 한다. 파마나 염색은 물론 수영, 운동, 사우나도 가능하다. 인조모를 사용한 가발은 인모보다 가볍고 머리 모양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인모와 인조모를 적절하게 배합해서 만든 가발도 시중에 나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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