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화려한 캐스팅도 드물다. 김혜수와 김윤석만으로도 스크린이 꽉 차는데 이정재와 전지현까지 힘을 보탠다. 5월 크랭크인할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가제)은 출연 배우 면면만으로도 눈길을 모으기 충분하다.
출연 배우만 화제를 뿌리지는 않을 듯하다. 최감독의 아내인 안수현 프로듀서(영화 프로듀서는 방송국 프로듀서와 달리 제작을 관리한다)가 영화 제작에 대한 온갖 살림을 책임지며 돕고 있기 때문이다. 안PD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 이현승 감독의 신작 <푸른 소금> 등의 제작을 담당했다. <도둑들>은 안PD가 최근 설립한 케이퍼필름이 제작한다.
최감독-안PD 부부 이외에도 충무로에는 가족의 끈으로 연결된 영화인들이 적지 않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아이폰 영화 <파란만장>으로 대상인 황금곰상 수상을 합작해낸 박찬욱·박찬경 감독 형제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영화계 패밀리 비즈니스의 대표 주자로는 감독과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류승완·류승범 형제를 먼저 꼽을 수 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나란히 감독과 배우로 데뷔식을 치른 이들 형제는 지난해 <부당거래>를 함께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부당거래>의 제작사 외유내강의 대표는 류감독의 아내 강혜정씨이다.
감독·배우·제작자 등 역할 분담해 ‘끌고 밀고’
형 이창동 감독과 동생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는 지난해 <시>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이준동 대표는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물고기> 제작에 참여하며 혈연을 넘은 영화적 인연을 맺어왔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감독은 동생 민진수 수필름 대표와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를 합작했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수필름은 민규동 감독의 아내 홍지영 감독의 <키친>을 제작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 못지않은 패밀리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제작자로는 심재명·심보경 자매가 대표적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부터 <공동경비구역 JSA>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을 만들며 충무로의 간판 여성 영화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대표의 남편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연출한 이은 명필름 공동대표이다. 심보경 보경사 대표는 1990년대 PC통신이 만들어낸 풍속도를 담은 <접속>을 기획했고, 최근에는 <고고 70>을 제작했다. 심재명·심보경·이은 대표는 2005년 강제규 감독의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의 합병으로 탄생한 MK픽쳐스에서 함께 활동하며 <그때 그 사람들> <사생결단> 등의 화제작을 선보였다.
충무로를 쥐락펴락하는 굴지의 투자배급사 CJ E&M 영화사업 부문의 김정아 대표는 김정상 전 시네마서비스 대표의 동생이다. 두 남매는 <만추>와 <고래사냥>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김지헌씨의 자녀이기도 하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은 처남 매제 사이이다. 곽감독의 여동생이자 정감독의 아내인 곽신애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도 충무로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곽본부장은 정감독의 <모던 보이> 프로듀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에게도 혼인으로 맺어진 영화인 가족이 있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 <아저씨>의 제작사 오퍼스픽쳐스의 이태헌 대표는 박감독의 매제이다.
독립영화계에서는 김곡·김선 형제를 대표적인 가족 영화인으로 들 수 있다. <고갈>과 <방독피> 등으로 독립영화계의 별로 떠오른 이들 형제는 스릴러 <화이트>로 상업영화 데뷔를 앞두고 있다. 2007년 데뷔작 <기담>으로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정가형제’의 정범식·정식 감독은 사촌지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