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인연 담아 즉흥시로 펼쳐낸 ‘프라하의 봄’
  • 김세원│편집위원 ()
  • 승인 2011.04.0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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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과 올샤 주한 체코 대사

 

ⓒ김세원 제공

3월31일 밤, 서울 홍익대 근처 캐슬프라하 3층 체코정보문화원에서 체코 대표 작가들이 프라하를 무대로 쓴 작품을 모은 <프라하-작가들이 사랑한 도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야로슬라브 올샤 주니어 주한 체코 대사를 비롯해 라르스 바리외 주한 스웨덴 대사, 이상화 중앙대 교수(고은 시인 부인) 등 문화계 인사와 외교 사절 7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눈길을 끈 초대 손님은 고은 시인(사진 왼쪽)이었다. 9년 전 작가 축제 참석차 프라하를 방문하고 5월 체코에서 두 번째 번역 시선집을 발간하는 등 프라하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는 고은 시인은 이날 이바나 보즈데호바 카렐대 교수(한국외대 체코슬로바키아어과 교환교수)의 요청으로 프라하를 주제로 쓴 즉흥시 <나의 프라하>를 낭독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여기에 온다는 것은/한 번 이상 온다는 것/여기에 머문다는 것은/일 년 더 머문다는 것

세상의 도시들은 날마다 부풀어간다/여기는 그럴 수 없는 곳/오래오래/저 스스로 피어나는/지상의 꽃/미움이 미움 이전으로 돌아가는 곳/나의 프라하’ (고은의 <나의 프라하> 전문)

그는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문화원 건물 ‘캐슬프라하’를 보니 비행기도 타지 않고 입국 심사도 없이 프라하에 도착한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니 진짜 프라하는 여기에 있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올샤 대사(사진 오른쪽)가 체코 전통대로 이날 나온 책에 샴페인을 부어 축하하는 순간,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잡지 편집장을 지낸 소설가 출신으로 한국과 체코 간 문화 교류에 앞장서온 올샤 대사는 “2008년 한국에 부임해 첫 공식 행사로 고은 시인의 체코어 번역시를 낭송했던 일이 기억난다. 이번에는 체코의 문학 작품들을 한국어로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은 시인은 “체코 작가 중 살아서는 저널리스트였으며 묘지에 묻힌 뒤 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얀 네루다를 참 좋아한다. 그를 비롯한 여러 체코 작가들의 작품을 실은 <프라하…>는 프라하의 정신이 담긴 책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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