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키운 금융 부실의 덫
  • 부산·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5.10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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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5월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예금 피해 보전과 영업정지 이전 부정 인출자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에서 일어난 예금 대량 인출 사태는 금융 당국의 무능력과 무책임한 감독 행정이 빚어낸 최악의 금융 사고였다. 이는 <시사저널>이 부산저축은행 집행이사와 지점장들을 개별 또는 집단적으로 인터뷰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인해 예금을 찾을 수 없게 된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을 고소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도대체 금감원과 부산저축은행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그 내막을 집중 취재했다.

지난 5월6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시위대가 행선지를 갑작스럽게 금융감독원으로 바꾸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상경 투쟁의 목표로 삼은 대상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었다.

이회창 대표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하지만 시위대의 1차 타격 목표는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이었다. 금감원 앞 시위를 끝까지 숨기다가 기습하기 위해 시위 장소를 비밀로 한 것이다.

이날 시위를 이끈 김옥주 비대위 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 부실은 관리·감독에 실패한 탓이다”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 5월2일 감독 부실 책임을 물어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부산저축은행 부실은 금융 당국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감독 행정이 빚은 최악의 금융 사고’라고 규정한다. 목돈이 묶여 있거나 자칫 날릴 수 있는 저축은행 고객들이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사저널>은 부산저축은행 집행이사와 지점장들을 개별 또는 집단 인터뷰한 결과 그 지적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금융감독원은 부산저축은행 관리·감독에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총체적 부실을 야기했다는 주장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이 결정적으로 부실로 치닫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11월이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국내 금융 시장도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불안했다. 당시 금융 감독 당국은 저축은행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전 금융권으로 위기가 파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와중에 대전저축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당국은 서둘러 KB금융지주나 일반 기업에게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할 것을 제의했다. 두 곳은 실사를 마치고 나서 인수를 포기했다. 부실 채권이 과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은 당시 자산 규모 1위 저축은행인 부산저축은행에게 인수할 것을 강권했다. 부산저축은행 소속 한 임원은 “당시 금감원이 워낙 강하게 요청하니 거절할 수 없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금감원의 요구는 하나님 지시나 다름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도 ‘저축은행 업계 전체로 위기가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판단했다.

“부실덩어리 대전저축은행 인수 권했다”

금감원이 당시 부산저축은행에 준 대전저축은행 자료는 정확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대전저축은행 순자산 부족액이 8백27억원에 불과해 1천억원만 증자하면 정상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부산저축은행은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이곳에 대한 자산 실사를 벌였다. 그 결과 대전저축은행 부실액은 눈덩이처럼 커져 5천억원까지 불어났다. 금감원 추정치보다 다섯 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은 3년 동안 2천4백50억원 증자에 참여해 대전저축은행의 부실을 메워야 했다. 그럼에도 대전저축은행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을 쏟아부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추가로 금융 자문 수수료 5백억원과 이자 수입 3천억원까지 대전저축은행에 집어넣었다.

인수 당시 대전저축은행 대출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이 차지하는 비율이 60% 수준이었다. 부산저축은행도 46%나 되었다. 저축은행 전체 대출금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30%로 낮추라는 금감원 규정을 준수할 수 없었다. 금감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비율 규정의 예외를 인정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엄청나게 불어난 대전저축은행 부실을 정상화 기간(3년) 안에 정리하기 위해서는 리스크가 높지만 수익률도 높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100만~2백만원 소액 신용 대출로는 대전저축은행 부실을 3년 안에 메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금감원, 인수 조건으로 검사 빼주겠다 약속

▲ 이명박 대통령이 5월4일 금융감독원을 예고 없이 방문해 감독 부실에 대해 질책한 후 권혁세 금감원장(가운데), 김석동 금융위원장(왼쪽)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은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부산저축은행그룹 산하 저축은행에 3년 동안 검사에서 빼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수도권 지역에 지점을 새로 열 수 있고 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파격에 가까운 특혜를 아울러 부여했다. 검사나 감독을 유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부산저축은행이 분식회계나 불법 대출을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은 금융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2008년 1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다섯 차례 대전저축은행 증자에 참여했다. 두 저축은행은 영업정지 3개월 전에도 대전저축은행에 9백41억원을 투입했다. 그 탓에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은 2010년 12월 자본이 잠식되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자 금융위는 자본 잠식을 사유로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단행했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지시를 열심히 따르다 보니 자본이 잠식되었고 영업정지까지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당시 ‘정상화 기간이 아직 남았으나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이 순자산 부족으로 인해 추가 자본 증자가 불가능하므로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라고 발표했다. 부산저축은행 임원은 “지난 2월17일 새벽 2시40분까지만 해도 대전저축은행만 영업정지하고 나머지는 살린다고 합의했으나 2월17일 아침 7시40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그룹 산하 전 은행을 동시에 영업정지한다고 발표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예금 사전 인출에도 한몫했다. 예금 사전 인출을 야기할 수 있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금감원은 영업정지 전날인 2월16일 저축은행 대주주를 금감원 서울 본사로 불러올려 ‘자발적으로 영업정지를 신청하라’라고 종용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1천1백20억원, 부산2저축은행이 8천5백억원을 보유한 터라 행정명령으로 영업정지를 시키려니 부담스러웠기 때문인지 금감원이 자발적으로 영업정지를 유도한 것이다.

금감원의 이런 형태가 사전 예금 인출 사태를 불러온 원인이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업정지 조치는 사전 협의나 통고 없이 당일 전격적으로 발표되어야 한다. 미리 영업정지 정보가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2월16일 대주주를 불러 영업정지 운운하자 영업정지 조치가 임박했음을 눈치챈 일부 임직원이 친지나 고객에게 예금 인출을 권유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능성은 현실로 나타났다. 2월16일 밤 늦게까지 사전 예금 인출이 일어났다. 이날도 금감원은 굼떴다. 사전 인출이 시작된 것은 안 아무개 부산저축은행 전무가 오후 7시쯤 창구 직원에게 계약 해지 고객 이름을 담은 쪽지를 넘기면서부터다.

 8시가 넘자 창구에는 현금을 인출할 고객까지 나타났다. 고객 계좌가 해지되고 예금이 빠져나가고 나서 한참 후에야 금감원 직원이 모습을 보였다.

9시가 넘어 금감원 직원 두 명이 창구로 내려와 예금 인출을 제지하고 나섰다. 금감원 직원이 상주하는 사무실 책상에는 예금 인출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가 켜져 있다. 금감원 직원 두 명이 비정상적인 예금 인출이 일어난 2시간가량 무엇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 직원은 지난해 2월부터 부산저축은행 초량본점에 상주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을 상대로 정기 감사를 실시하고 나서 직원 3~4명을 은행에 상주시키며 수시로 자산 건전성이나 여수신 관리를 감독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대출이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했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 자문 수수료나 대출 수수료를 수입으로 인식할지에 대해 금감원 직원들에게 수시로 문의했으나 별다른 지적이 없다가 영업정지 조치가 단행되자 갑자기 ‘금융 자문 수수료나 대출 수수료는 미실현 이익이므로 수입으로 처리할 수 없다’라고 하니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은 SPC(특수 목적 회사)에게 대출하고 나서 수익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대출 수수료나 금융 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수익을 미리 빼냈다. 사업 인·허가를 받는다든지 토지 매입 작업이 끝났다든지 사업에 진척이 생기면 수수료 명목으로 현금을 가져오고 은행 수입으로 회계 처리했다.

금감원은 ‘해당 사업 프로젝트가 완료되지 않아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돈은 프로젝트 수입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건설업체나 조선업체가 시공이나 건조 작업을 수행할 때 공사 진척도나 투입 비용에 비례해 수입을 미리 잡는 것이 발생주의 회계 기준에 부합한다.

부산저축은행은 이와 비슷한 논리로 프로젝트가 완료되기 전에 수입을 먼저 인식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주장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에 건설이나 조선 업종에 쓰이는 수익 인식 기준을 적용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부산저축은행은 프로젝트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수입을 모두 챙길 수 없다. 대출 이자를 44% 이상 받을 수 없다는 이자제한법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프로젝트가 성공한 후에 수익을 한꺼번에 받게 되면 수입금 전액을 매출로 인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은 편법인 것은 알지만 수수료 명목으로 수익을 미리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부산저축은행은 이같은 회계 처리가 적절한지 금감원에 문의했다고 주장한다. 회계감사 때마다 감사법인에게도 한국 회계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지도 물었다. 금감원이나 회계 감사 법인은 아무 지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17일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자 금감원은 느닷없이 회계 처리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리 받은 수수료는 매출로 인식할 수 없으므로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재무제표는 자산이 과다 계상되고 순손실은 과소 계상되었다는 것이다. 

 

자산 가치 저평가로 예금자만 피해 입어

금감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갔다. 부산저축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부동산이나 담보 자산을 공시 지가나 장부 가격으로 평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자본 잠식에 빠진 부산저축은행 자산을) 사업 중단으로 가정하고 시세가 아닌 공시 지가나 감정가로 계산한 것은 감독 규정에 따른 적법한 조처였다’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부산저축은행은 평소 사용하던 연체 회차나 계량 평가 방식으로 자산을 평가했다. 이 차이가 2조원가량이다. 금감원은 최종적으로 부채가 자산을 2조5천4백70억원 초과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로 인해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은 대손 충당금 1조7천억원, 부산2저축은행은 8천5백56억원을 추가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벌이고 있는 신도시 건설(캠코시티)과 시엠립공항 사업(캠코에어포트)은 시가 9천억원이 넘는다. 금감원은 이 사업을 고작 9백60억원으로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자산 가치가 저평가될수록 피해는 예금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산 부채 이전 방식(P&A)으로 제3자에게 넘어가더라도 제값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예금자 상환에 사용될 자금이 줄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뒷북 행정 탓에 예금자가 감수해야 할 피해가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측 주장, “대전저축은행 인수 강권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부산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 2008년 초 자발적으로 감독 당국에 영업정지 대상이던 대전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먼저 표명했다. 금감원은 대전저축은행 인수를 부산저축은행 관계자에게 강권한 적이 없다. 또 지난 2월16일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를 불러 유동성 확보와 경영 정상화 대책을 논의하던 중 영업정지를 신청하는 방안을 언급한 적은 있으나 강권하지는 않았다.

부산저축은행 상주 감독관은 2월16일 영업 시간 이후 고객들이 있는 상황에서 예금 지급 업무를 중단할 수 없었다. 고객이 돌아간 후 부산저축은행 창구직원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예금을 인출하는 것을 목격하고 원상 회복시켰다.

또 부산저축은행 관계자의 주장과 달리 부산저축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관련 특정 수수료의 회계 처리와 관련해 그 적정성 여부를 금감원에게 질의한 사실이 없다. 금감원은 지난 2010년 초 검사 과정에서 금융 자문 수수료가 분식회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금지시킨 적이 있다.

  

 “은행 살리기보다 고객 피해 최소화가 더 급하다”
정태호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지난 4월13일 경영진 10명이 구속 기소되고 11명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부산저축은행 수뇌부는 붕괴되었다. 간신히 구속을 면한 집행 임원 네 명도 날마다 검찰 조사에 끌려다니다 보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점장 여덟 명을 위시해 상당수 직원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정태호 부산저축은행 센터지점장이 비대위 위원장으로 선임되었다. 지난 5월4일 부산 센텀지점에서 정태호 지점장을 만났다.

왜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나?

비대위 명칭이 고객 피해 최소화 비상대책위원회이다. 부산저축은행 살리기보다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 임직원들의 생각이다. 부산저축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고객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와중에 임직원이 나선다고 무슨 뽀족한 방법이 있겠는가?

금융감독원이 은행 자산 가치를 형편없이 평가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자산은 궁극적으로 고객 예금 상환에 사용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형편없이 저평가되어 제3자에게 팔리면 매입자만 좋다. 그만큼 고객에게 돌아갈 돈이 줄어들게 된다. 담보 부동산을 장부 가격이나 기준 시가로 산정하지 말고 시가로 반영해 제대로 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9천억원이 넘는 사업인데 금감원은 1천억원 이하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자산 부채 이전 방식(P&A)으로 제3자에게 넘어가더라도 제값을 받고 넘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부산저축은행이 금융 복마전으로 지탄받는 데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크게 작용했다. 

창구 직원 일부가 사전 인출에 가담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다시 고객들에게 사죄드린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도 억울한 것이 많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최대 피해자가 직원들이다. 직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5천만원에서 2억2천만원에 이르기까지 부산저축은행 후순위 채권을 매입하거나 증자에 참여했다. 직장 생활로 차곡차곡 모은 목돈을 한꺼번에 날리게 생겼다. 이 와중에 경영진 잘못에 대한 비난까지 감수하고 있다.

경영진이 지시한 불법 대출이나 분식회계를 수행한 것은 임직원 아닌가?

특수 목적 회사(SPC)에 대출한 것이 불법인 줄 몰랐다. 은행 입장에서는 사업성만 보고 거액을 대출해야 하는데 시행사를 믿지 못하므로 SPC를 새로 만들어 시행사 리스크를 피하고자 했다. 그렇다 보니 시행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임직원 친·인척에게 준 것도 사실이다. 통장과 인장은 모두 은행이 관리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해 수익이 발생하면 경영진이 임명한 친·인척이 이득을 보지 않겠냐는 지적은 기우이다. 그 전에 대출수수료나 금융자문수수료 명목으로 은행에서 빼앗아가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수익이 난 적이 없다. 대출 수수료나 금융 자문 수수료를 선취해 매출로 인식한 것도 금감원에 수시로 의견을 물어 금감원으로부터 허락받은 회계 처리 방식이다. 영업정지가 되자마자 갑자기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 비대위는 무엇을 하는가?

회사 살리기보다 임직원 명예 회복이 우선이다. 얼마 전 장모마저 ‘자네 정말 (영업정지 처분을) 미리 알지 못했나’라고 묻더라. 부산저축은행 직원 84명은 잘못된 언론 보도와 선입견 탓에 하루하루가 힘들다.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이 잘못한 것이 있다. 다만 잘못한 만큼만 혼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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