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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빨기’의 고통을 아시나요”

북한 전거리교화소 복역 탈북자 김광일씨 인터뷰 / “톱날 잠 자고 비둘기 자세로 고문당해…”

한수연 인턴기자 ㅣ 승인 2011.06.28(Tue) 17: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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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임준선

북한인권법 처리 문제가 여전히 정치권에 뜨거운 쟁점으로 남게 되었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에는 오히려 북한 주민의 인권을 더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라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대신 민주당은 그 대안으로 ‘북한 민생인권법’을 별도로 제출했다. 결국 두 법안 모두 여야 정쟁의 대상으로만 거론된 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북한에서 실제 끔찍한 인권 유린을 당했던 탈북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탈북한 김광일씨(43)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북한 ‘전거리교화소’에서 2년5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하면서 참상을 온몸으로 겪었다. 김씨는 지난 5월 전거리교화소 출신 북한 이탈 주민 30여 명과 ‘북한 인권 침해 피해자 모임’을 결성했다. 지난 6월21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에 인권 유린이 벌어지는 북한 교화소의 실태를 알리고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22일 김씨를 만나 체험담을 직접 들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김광일씨는 태어난지 11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입양되었다. 가정 형편상 어려움이 많았지만 꿋꿋하게 학업에 정진한 그는 소학교 4년, 고등중학교 6년을 거쳐 대학에서 기계 설비를 공부했다. 이후 인민군대에 입대한 김씨는 1994년 제대했다. 김일성이 사망한 직후였다. 김씨는 “그때부터 함경도에 식량난이 시작되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탄광 일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탄광에도 ‘하루 8시간 노동’ 규칙은 있었다. 하지만 김씨를 포함한 탄광 노동자들은 추가 수당 없이 늘 밤 9시까지 일했다. 한 달에 네 번 ‘휴식일’이 있었지만, 늘 한 달 30일을 꽉 채워 일했다. 그런데도 월급은 하루 8시간, 한 달 26일(휴일 제외) 노동으로 계산되어 나왔다. 모두 국가에 ‘사회적 노동’을 바친다는 명목 아래 합리화되었다. 그는 “모든 회사는 일을 많이 해야 충성을 한 것이 된다. 당국은 일을 못하는 회사를 능력이 없다고 여겨 바로 밥줄을 끊는다”라고 말했다. “회사 일은 장군님과 조국에 충성하는 정치 사업이니 휴일에도 일을 더하자”라는 얘기가 작업장에서 나오는 이유였다.

“먹을 것 받으려 부모까지 고발하는 지경”

김씨의 출근기록부에 출석·결석·지각 이외에도 ‘식결’이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은 1996년 경제 상황이 극도로 어려워지면서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 굶다가 병약해진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보니 노동자들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먹을 것이 없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해 지금의 ‘바닥 경제’에 이르렀다.”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김씨는 북한 당국의 승인 없이 중국 국경을 건너는 ‘비법월경(非法越境)’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 회령시에 있는 김씨의 집이 국경 바로 옆인 데다가 당시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으려는 이들이 많아서였다. 그는 중국 공안의 위치를 알려주거나 이른바 ‘안 걸리고 넘는 법’ 등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했다. 김씨나 국경을 건너려는 이들이나 모두 ‘생존을 위해’ 움직인 일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결국 체포되어 교화소에 수감되었다. 

전거리교화소에서 복역한 2년5개월 동안 김씨는 매일 밤 ‘톱날’ 잠을 잤다. 교화소의 공간이 부족해 각 수감자들 모두 머리 쪽에 발이 가게 누워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거리교화소의 수감 정원은 8백명이었지만 실제 수감 인원은 2천4백명에 달했다. 김씨는 “당국이 (교화소) 증설할 돈은 없는 데 반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거리교화소의 밤은 환한 조명 아래 펼쳐진다. 야간에도 불을 끄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전력 사정이 열악하지만 소등을 하면 악만 남은 수감자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교화소 안에서 숱한 ‘고백’을 목격했다. 이른바 여죄·연루죄 고백이다. ‘손톱만큼의 교화소 밥’으로는 당장 살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수감자들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하나라도 더 실토해야 했다. 여덟 명을 살해한 자가 여죄 고백으로 처벌을 피하는가 하면, 권총을 소지한 부모를 보안과에 고발해 먹을 것을 받는 등 교화소에서 고백이 가진 힘은 커 보였다. 김씨는 “연루죄의 강도가 센 것일수록 유리하다. 살인, 인신 매매 모두 용서된다. 잘만 하면 ‘탁자리’(잡부로서 관리자의 심부름을 하고 식량을 더 받는 일)도 얻을 수 있는데 다들 먹을 것에 굶주려 있기 때문에 선망받는 자리였다. 고백 제도의 목적이 인간 개조가 아니라 체제 전복의 싹을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인권 유린의 실상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

전거리교화소는 악명 높은 고문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수감자 스스로 살창을 들이받게 하는 ‘창벌’부터, 앉았다 섰다를 반복시키는 ‘뽐쁘’, 다리를 구부리고 두 손을 앞으로 든 자세로 있는 ‘오토바이’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한 번은 발뒤꿈치를 들고 기마 자세로 서 있는 비둘기 고문을 받다가 죽을 뻔했다”라고 힘겹게 털어놓았다.

정신적 고문도 있다. 산나물이나 맹물을 끓여서 만든 ‘가루탕’을 수감자들에게 돌리면서 유독 한 사람에게는 먹을 그릇만 넘겨주고 구경하게 하는 이른바 ‘눈 빨기’이다. 굶주린 수감자에게는 눈으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게 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고문인 것이다.

2007년 2월7일, 김씨는 만 2년5개월의 수감 생활 끝에 출소할 수 있었다. 1백75cm키에 체중 72kg의 건장한 체격이던 김씨의 출소 당시 몸무게는 45kg, 영양실조 상태였다. 얼마 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김씨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비법월경, 탈북을 결심했다. 

“수감자들은 죄인이 아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식량을 훔치고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김씨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의 바람은 “북한 인권 유린의 실상이 세상 널리 알려져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정신적 고문도 있다. 산나물이나 맹물을 끓여서 만든 ‘가루탕’을 수감자들에게 돌리면서 유독 한 사람에게는 먹을 그릇만 넘겨주고 구경하게 하는 이른바 ‘눈 빨기’이다. 굶주린 수감자에게는 눈으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게 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고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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