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정책 이끌 ‘낯익은 그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07.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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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대사에 셔먼 정무차관 합세…과거 대북 정책 등 싸고 논란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주도할 새로운 국무부 외교팀이 구축되었다. 미국의 새로운 한반도 라인에는 잘 알려진 인물들이 대거 기용되었으나 적지 않은 논란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국무부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정책을 지휘할 웬디 셔먼 정무차관 지명자는 과거 실패한 대북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가 될 성 김 대사는 한·미 양국의 차선책이었던 것으로 보도되면서 그의 역할과 영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지휘할 정무차관에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 조정관이 지난 7월1일 공식 지명되었다. 이에 앞서 주한 미국 대사에 한·미 수교 1백29년만에 최초의 한국계 대사로 성 김 대사가 기용되었다. 성 김 대사의 뒤를 이어 북핵 문제를 다룰 북핵 특사에는 클리포드 하트가 내정되었다.

이번 국무부 개편은 2인자였던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이 사임해서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국무부 최고 지휘부는 힐러리 클린턴 장관, 정무차관에서 서열 2위인 부장관으로 승진되는 빌 번즈 부장관 그리고 서열 3위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진용이 짜였다. 셔먼 정무차관 지명자는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의 대선 캠페인과 국무부 인수팀에서 외교 정책을 자문했던 측근 인물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 미국 국무부에서는 빌 번즈 차기 부장관이 중동·유럽 문제에 집중하고 셔먼 정무차관 지명자가 대북 정책을 비롯한 아시아 정책을 주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전에는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이 남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정책을 지휘하고 번스 차관이 중동·유럽 문제를 관할했다. 그러나 번스 차관이 부장관으로 올라감으로써 정무차관에 대북 정책 경험이 있는 셔먼 전 대북정책 조정관을 기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커트 캠벨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유임되면 현재처럼 그가 현장에서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이민 1.5세로서 한·미 수교 1백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된 성 김 대사가 8월 중에 인준을 받고 한국에 부임하면 새 진용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성 김 대사 지명자의 뒤를 이어 새 북핵 특사로 기용된 클리퍼드 하트 특사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무 책임을 맡게 된다. 하트 특사는 중국·타이완에서 주로 근무해온 중국 전문가로서 미국이 앞으로 북핵 문제를 다룰 때 중국의 심중을 읽고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해결하려고 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최근 기용된 성 김 주한 미국 대사. ⓒ연합뉴스
셔먼 정무차관, 힘겨운 인준 예고

미국 국무부의 서열 3위에 기용되어 한반도 정책을 지휘할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 조정관이 정무차관으로 공식 지명되자 그녀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불거져, 힘겨운 상원 인준 절차를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셔먼 지명자가 공화당 진영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호된 시험을 치르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다만, 거부되기보다는 인준될 가능성이 크다고 포린 폴리시는 예상했다.

셔먼 지명자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그녀가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실패한 대북 유화 정책을 이끈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비판론이 제기되었다. 셔먼 지명자는 1997년 7월부터 2001년 1월까지 클린턴 2기 행정부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보좌해 대북 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행에 대북 정책 조정관으로 동행했고 김정일의 특사로 워싱턴에 온 조명록 북한군 차수의 막후 협상 파트너로 일했다.

공화당 보수파들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은 수십억 달러짜리 경수로를 건설해주고 상당한 경제 지원을 해주고도 결국 북한의 핵 개발만 성공시켜준,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그런 실패의 주역이 어떻게 지금 다시 대북 정책을 지휘할 수 있느냐고 맹비난하고 있다.

둘째, 셔먼 지명자는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세운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이라는 컨설팅회사의 부회장으로 일해왔는데 외국, 특히 중국의 이익을 대변한 의혹이 있다는 논란을 사고 있다. 올브라이트 그룹이나 오바마 행정부는 “셔먼이 로비스트로 등록한 적도 없고 외국 회사를 위해 컨설팅해준 적이 전혀 없다”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측은 인준 과정에서 중국 정부나 중국 국영 회사의 이익을 대변한 적은 없는지 정밀 조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성 김 대사가 지난 6월24일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에 공식 지명되자 한국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민 1.5세인 성 김 대사가 상원 인준을 받을 경우 한·미 수교 1백29년 만에 처음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 김 대사는 미국의 차선책이었다고 <포린 폴리시>가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초 오바마 행정부가 기용하려 한 주한 미국 대사는 조 도노번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였다. 그는 커트 캠벨 차관보 아래서 한·중·일 세 나라와의 관계를 전담한 인물이었지만 부차관보로 직급은 낮은 편인 것이 문제가 되었다. 미국 정부는 주한 대사에 실무형 인사를 기용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도노번 부차관보의 주한 미국 대사 기용에 난색을 표시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국 대사가 주일 미국 대사처럼 거물급이거나 대통령, 국무장관에게 직보할 수 있는 측근이 임명되기를 강하게 희망했다고 이 잡지는 밝혔다. 또 한·미 양국이 껄끄러운 분위기를 피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성 김 대사가 낙점된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은 설명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거물급이나 대통령 측근이 아니면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인물로 대체해줄 것을 희망했다. 캐설린 스티븐스 현 대사처럼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한국민들과 매우 가깝게 지내면서 환영받을 수 있는 인물을 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 탄생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한국인들의 환영을 받을 성 김 대사를 미국이 최종 낙점했고 한국도 동의했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의 분석이다.

과거 대화파였던 웬디 셔먼 정무차관 지명자와 현재까지 북핵 대화를 주도해온 성 김 대사가 미국 국무부의 새 한반도 라인의 최일선에 서게 됨에 따라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대북 대화냐, 압박 유지냐

▲ 지난 7월1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에 공식 지명된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 조정관. ⓒ연합뉴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2년 반 동안 외면해온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서두를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북한이 변하기 전까지는 계속 기다리겠다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와 대북 압박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대북 대화·유화 정책의 대표 주자였던 셔먼 지명자가 정식으로 정무차관에 취임하면 대북 대화에 좀 더 적극성을 띨 것으로 내다보는 관측도 있으나 전략적 인내와 대북 압박을 고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더 많다. 실패한 대북 유화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는 셔먼 정무차관이 그러한 비판 때문에 조건 없는 대북 대화를 서두르도록 앞장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대북 정책의 기조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이 결정하는데, 현재로서는 바꿀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성 김 대사의 경우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라고 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성 김 대사는 미국 주류 사회로부터 그의 애국심을 테스트하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려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히려 성 김 대사가 대사급으로 파격 승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장급 인사라는 점에서 워싱턴 핵심부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게 할지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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