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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끄는 ‘30대 트로이카’

강형철·나홍진·장훈 감독, <써니> <황해> <고지전> 등으로 입지 단단히 굳혀

라제기│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ㅣ 승인 2011.07.26(Tue) 13: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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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전>


데뷔작부터 눈길을 끌었다. 신인이라면 예술성이나 상업성 어느 하나에 짓눌릴 텐데 호기롭기만 하다. 상업성을 내세우면서도 남다른 완성도를 추구한다. 우연찮게도 2008년 충무로에 이름을 알렸고, 30대 후반의 나이도 비슷하다. 강형철(37)·나홍진(37)·장훈(36) 감독은 앞으로 충무로를 이끌어갈 한국 영화계의 신흥 엔진이라 할 만하다.  

   
▲ (위)<써니>, (아래)<고지전>.

데뷔작부터 스타 감독으로 대우받는 ‘능력’ 갖춰 

시작은 나홍진 감독이 빨랐다. 2008년 초 개봉한 <추격자>로 5백5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영화계에 스릴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유영철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시사성과 꼼꼼한 만듦새로 관객을 유혹했다. 그의 두 번째 작품 <황해>는 몸집을 크게 불렸다. 제작비 100억원이 넘는 이 영화로 그는 한국 영화의 새 실세임을 알렸다. 정글 같은 삶 속에 내던져진 조선족의 모습을 스릴러 형식으로 표현한 이 영화는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5월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되며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나감독은 2008년 <추격자>로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었다. 신진 감독에 대한 칸의 예우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이 나왔다.  

2008년 나감독의 성공기는 장훈 감독이 이어 썼다. 6억5천만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1백30만명을 모았다. 축배를 채 다 마시기도 전에 나온 두 번째 영화 <의형제>로 그는 주류 감독으로 우뚝 섰다. 5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감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지난 7월20일 개봉한 <고지전>은 장감독의 충무로 입지를 방증한다. 제작비 100억원의 여름 대작으로 데뷔 3년 만에 이룬 성취이다. 영화를 만들수록 장감독의 연출력이 눈에 띄게 성장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셋 중 가장 늦게 데뷔한 강형철 감독은 적어도 흥행 면에서 가장 행복하다. 첫 연출작 <과속 스캔들>로 8백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더니, 지난 5월 개봉한 <써니>로 최근 7백만명 고지를 돌파했다. 야구로 치면 연타석 만루 홈런을 친 격이다. 강감독은 충무로 역사상 가장 화려한 흥행 성적을 남긴 신진 감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과속 스캔들>에 이어 두 번 연속 슬리퍼 히트(Sleeper Hit: 예상 밖 흥행)를 내놓은 점도 이채롭다.

나감독의 장점은 촬영 현장에서 “독하다”라는 평이 나올 만큼 완벽성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스태프 폭행설 등 구설에 휘말릴 정도이다. 고속으로 달리던 트레일러가 도로 위를 미끄러지며 엎어지는 아찔한 장면을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고 찍어냈다(<황해>).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한 <황해>로 조금 주춤한 형국이지만, 많은 영화인은 그를 충무로 차세대 대표 주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칸 영화제에서 만난 나 감독은 “데뷔하기 전까지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래서 더욱 내 명을 팔아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계에 새 활력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

장감독은 유연성을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그는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 <고지전>을 다른 작가의 시나리오를 밑바탕 삼아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직접 써야 직성이 풀리는, 감독의 자의식이 유난히 강한 충무로에서는 이례적인 인물이다. 촬영감독과 미술감독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스태프의 의견을 자기 식으로 소화하는 것도 장감독의 강점이다. 유연한 사고 덕분에 그는 상업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메시지도 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막대한 물량을 쏟은 <고지전>의 흥행 여부에 따라 행보가 달라지겠지만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된다는 세평이 따른다.

강감독은 편집 능력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속 스캔들>을 만들기 전 다른 영화 장면을 차용해 가짜 <과속 스캔들>을 만들어 투자를 받았을 정도로 편집 감각이 뛰어나다. 대중의 정서를 갈파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도 강점이다.

세 감독은 상업성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앞세워 충무로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욱·봉준호·김지운 감독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충무로에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영화계 안팎의 기대가 더욱 크다.

   


포르노 배우가 되고 싶은 여교수의 일탈 그린 드라마
중년 초입 여성의 고민 잘 담아내

이 주일의 리뷰 <심장이 뛰네>

 
▲ <심장이 뛰네>
서른일곱, 모든 것이 무료해지기 시작할 나이. 영문과 교수인 주리(유동숙)에게는 자고 싶다는 남자도 없고 재미있는 일도 없다. 심드렁한 일상의 빈틈을 ‘야동’을 보는 것으로 때우던 주리는 우연히 가면을 쓴 중년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야동’을 보고, 포르노 제작자인 친구를 찾아가 자신을 출연시켜달라고 조른다. 결국 주리는 곡절 끝에 포르노 배우로서 첫 촬영에 나서게 되고, 가슴에 흉터가 있는 파트너인 별을 보며 설레고 있음을 깨닫는다.

허은희 감독의 데뷔작 <심장이 뛰네>는 사는 것이 지루해 포르노 배우가 되고 싶은 교수의 일탈을 담은 영화이다. 그야말로 흔한 ‘야동’의 소재가 되기에 적합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감독은 과감한 일탈을 감행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심리를 차분히 그리는 것으로 흔하디 흔한 에로영화가 되는 길을 피해간다. 영화를 채운 것은 섹스 장면보다 중년의 초입을 지나는 여주인공의 고민이다.

남의 심장을 뜯어먹는 상상을 할 정도로 생기 없는 일상을 보내던 그녀가 포르노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활력을 되찾는 과정은 웃음을 자아낸다. “네가 찍으면 포르노가 아니라 호러!”라는 친구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절박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지나는 남자들을 보며 엉뚱한 상상을 하는 주리의 모습은 진지해서 더욱 우스꽝스럽다. 이 우스꽝스러운 서사들이 쌓인 덕분에 마침내 자신의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마침내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자기혐오에 이르는 주리의 얼굴은 설득력을 얻는다.

당연히, 그 순간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지난해 고인이 된 배우 유동숙의 덤덤한 연기이다. 이야기를 이끌고 관객을 끌어들이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영화 <심장이 뛰네>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들은 다소 피상적이지만 워낙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라 감상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지난해 로마 국제영화제, 로스앤젤레스 국제영화제 등에 출품해, 연이은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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