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선진 ‘삼국지’는 계속된다
  • 이선우│충청투데이 기자 ()
  • 승인 2011.09.09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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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서는 사실상 한나라·민주 양강 다툼 예고, 대전·충남도 ‘한계론’ 불거질 경우 선진당 몰락 가능성 있어

▲ 이완구 전 충남 도지사(가운데)의 거취에 따라 대전·충남 지역 총선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연합뉴스
19대 총선이 약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한민국의 ‘중원’인 충청권 24석(대전 6, 충남 10, 충북 8)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각 정당들은 내년 4·11 총선이 사실상 내년 12월 대선의 전초전인 데다, 역대 선거 결과에서 말해주듯 충청 민심의 향방이 대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 역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 야당인 민주당 그리고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의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내년 총선의 충청권 판세에 대해서는 여야 어느 정당의 표정에서도 밝은 모습을 찾기 어렵다.

[대전·충남]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 ‘박근혜 특수’ 고대

대전·충남 지역의 경우 한나라당 간판으로 총선 준비를 하고 있는 인사들은 내년 선거 과정에서 불거져나올 것으로 보이는 ‘정권 심판론’과 ‘충청 홀대론’ 등으로 벌써 걱정이 많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세종시 수정 논란이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선 공약 파기 논란 등은 한나라당에게는 ‘원죄’에 가깝다. 이런 원죄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나 선진당 등 야당에게 한나라당을 옥죌 수 있는 최고의 소재이다. 한나라당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지만대응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고민이다.

대전·충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들은 그나마 ‘박근혜 특수’를 탈출구로 기대하는 눈치이다.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전·충남에서 비교적 인기가 높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정면에 세우면 해볼 만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출마를 준비 중인 한나라당 인사들이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뭉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 인사들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라면서도 자체적으로 이를 표심으로 연결할 ‘알파’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과학벨트 논란 등을 겪는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역할로 인해 충청권에서 만큼은 일정 부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승 분위기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충남도지사에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인물난이다. 3선인 박병석 의원(대전 서 갑)과 재선인 양승조 의원(충남 천안 갑) 등 현역을 제외하고 현재 거론되는 후보 대다수가 ‘신인’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후보들이 선진당 중심의 현역 의원들과 조직력이 강한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기 위해서는 인물 개인 역량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배경 탓에 민주당에서는 ‘야권 연대 카드’와 ‘어게인 노무현’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표심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충청도에 기반을 둔 정당인 선진당도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자유선진당이라는 이름으로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갈수록 소수당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다가 최근 비록 다시 합치기는 했지만,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으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통합되기는 했지만, 당내에서는 오히려 ‘도로 선진당’이라는 역풍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선진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선진당의 운명도 사실상 끝난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민심을 파고들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전·충남 지역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은 한나라당 소속의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이다. 이 전 지사는 재선(15, 16대) 의원 출신으로 충남도지사를 맡고 있던 지난 2009년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안에 반대하며 지사직에서 스스로 사퇴했다.

이후 물밑 행보를 해오던 이 전 지사는 올해 들어 총선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전 지사의 15, 16대 선거구는 홍성·예산이지만, 그는 출마 지역에 대해서는 “대전을 포함한 충남이다” 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여기에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역 정치 구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홍성·예산에는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가 현역 의원으로 버티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에서는 최근 당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홍문표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사실상 출마 선언을 한 상태이다. 홍 전 사장은 친이계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친박계 성향인 이 전 지사의 입장에서는 출마 이전에 공천부터 고민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지사가 대전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 전 지사가 어떤 지역에 출사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충남 전체의 선거 판도에 작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충남 총선의 또 다른 관심 지역은 공주·연기 선거구이다. 내년 7월 출범하는 ‘세종시’를 품고 있다는 정치적 상징성으로 인해 여야모두 ‘필승 카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은 현재 민선 도지사 3차례를 포함해 모두 4차례나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심대평 선진당 대표가 맹주 역할을 하며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민주당의 박수현 충남도 정책특보 등이 도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 지역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정 전 수석은 “내년 총선 때 고향에서 출마해 정권재창출에 기여하고 싶다”라며 출마 의지를 강하게 비치고 있다. 하지만 심대표와 정면 승부를 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배경 탓인지 정 전 수석이 서울 지역에서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특별자치시로 출범하는 세종시를 공주와 분리해 단독 선거구로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선거 판도가 전혀 달라질 수 도 있다.

충남 아산의 경우 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선진당 이명수 의원의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의원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천안 을 지역도 격전지 중 하나로 예상되는 선거구이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했던 선진당 박상돈 전 의원이 재도전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하면서 보궐 선거로 입성한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과의 일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30~40대 청·장년층의 민주당 지지세가 커지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 누구도 당락을 장담할 수 없다.


대전 지역에서는 중구에서 펼쳐질 강창희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과 권선택 선진당 의원의 한판 승부가 가장 주목된다. 이들의 맞대결은 단순한 국회의원 선거 차원을 넘어 ‘한나라당·선진당’의 자존심 대결이기 때문이다. 권의원은 선진당 원내대표를 두 번이나 역임한 선진당의 대표 주자 격이며, 강 전 최고위원은 대전 지역 한나라당 좌장 격인 데다, 박근혜 지지 세력인 국민희망포럼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결국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둘 중 한 명은 치명상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유성은 여야 모두 후보 난립으로 공천 잡음이 우려되는 지역이다. 이미 10여 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리고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특히 한나라당 후보군들은 친이계와 친박계로 갈려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고, 민주당 후보 역시 계파 간 힘 겨루기가 팽팽하다. 여기에 현역 국회의원인 선진당 이상민 의원의 민주당 이적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충청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중견 언론인은 “대전·충남 총선은 일단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당의 팽팽한 3강 구도로 예상해 볼 수있다. 대선 정국으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정치 분위기의 영향도 받겠지만, 지역적 특성상 거물급 인물들의 행보가 판세에 크고 작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칫 유력 대선 후보를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결 틈바구니 속에 선진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충북] 인물 교체와 공천 후유증 여부가 판도 좌우할 듯

 충북 지역은 내륙에 있다 보니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뚜렷했다. 하지만 최근 충북의 변화는 놀랍다. 현재 충북 지역 의석분포가 한나라당 2석(충주, 제천·단양), 민주당 5석(청주 상당, 흥덕갑·을, 청원, 증평·진천·괴산·음성), 선진당 1석(보은·옥천·영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보아도 바뀐 충북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내년 4·11 총선 역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강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점쳐진다.

먼저 제천·단양 선거구에서는 3선의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과 민주당 서재관 전 의원의 대결이 성사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18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정계를 떠났던 서 전 의원은 내년 총선을 계기로 정계 복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송의원을 2백50표 차로 제압한 바 있었던 서 전 의원의귀환은 송의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정치 1번가인 청주 상당구에서는 3선 관록의 민주당 홍재형 의원의 수성이냐, 50대 젊은 기수론을 앞세운 한나라당 정우택 전 충북도지사의 진입이냐가 최대 관심사이다. 특히 청주 상당구의 경우 흥덕 갑·을과 함께 ‘청주권’으로 민심이 한데 묶여 있다. 청주 흥덕 갑과 흥덕 을 역시 오제세·노영민 의원 등 민주당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이들 지역에 어떤 인물을 공천하느냐에 따라 청주권의 대결 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청원군도 민주당의 변재일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내년 선거에서 ‘안착’을 장담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등 대형 국책 사업의 최대 수혜 지역처럼 보이지만, 세종시 부용면 8개리 편입과 과학벨트 ‘충북 실리론’ 외면, 과학벨트 ‘빈껍데기론’ 등의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어 이와 관련된 화살이 현역 의원으로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청주·청원 통합과 관련해 청원 지역 출마 예상자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지도 내년 총선 정국의 주요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증평·진천·괴산·음성 중부 4군 선거구의 경우 12명의 지망생이 몰려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전통적인 여당 성향 지역임에도 김종률·정범구로 이어지는 민주당 후보의 손을 연이어 들어주었던 지역이지만, 최근 들어 ‘변한 것이 없다’는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이를 노리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느냐에 따라 판세가 급변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보은·옥천·영동 남부 3군은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 지역 5선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불릴 정도로 지역구를 지켜온 선진당 이용희 의원이 지난 8월 말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의원이 불출마를 결심한 것은 8월26일 민주당의 보은·옥천·영동지역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된 3남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기 위해서다. 우리 정치사에서 부자간에 지역구를 이어받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이재한 위원장의 민주당 입당에 따라 사실상 이용희 의원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셈인 선진당이 이곳에서 어떤 인물을 표적 공천할지도 큰 관심사이다. 자칫 선진당이 이곳마저 내주게 된다면 사실상 선진당은 충청당이 아닌 반쪽짜리 대전·충남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결국 충북의 내년 총선은 인물 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와 공천 과정에서의 후유증이 선거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역 의원 다섯 명이 포진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최근의 지역 유권자들의 물갈이 욕구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나라당은 기존 인물 교체에 따른 참신성과 치열한 공천 과정에서 발생할 후유증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승패를 가늠할 수있다. 충북 지역 중견 언론인은 “내년 총선에서 충북 지역 여덟 명의 현역(보은·옥천·영동은 이의원 대신 아들인 이재한 위원장)이 그대로 출마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성’보다는 ‘추격’이 더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대 선거에서 보여준 ‘독주 불허’의 충북 정서가 이번에는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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