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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예술이 되어 집으로 되돌아오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4백30여 점 선보이는 전시 열려 100여 년간 변화 꿰뚫는 영국디자인박물관 출품작 ‘주목’

김진령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1.09.20(Tue) 12: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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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실리 체어
● 74×79×70cm
● 1925년 작

르네상스 시대가 막을 내린 16세기까지도 의자는 존엄과 위엄을 과시하는 수단이자 권력을 대체하는 보조재였다. 오늘날 회장을 체어맨(Chairman)이라 부르고 중국에서도 최고 권력자를 주석(主席)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의자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한 것은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이다. 정준모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총감독은 “오늘날의 일상적인 생활용품인 의자가 출현한 것은 수공예 운동을 시작한 윌리엄 모리스가 1870년대 자신의 별장을 위해 만들었던 의자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찰스 레니 맥킨토시(1868~1928)가 등장하고 그의 의자와 건축, 디자인 등이 빈의 분리파와 프랑스의 아르누보에 영향을 주면서 급속 발전했다. 이들의 의자는 기능보다 장식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후 독일의 바우하우스 운동, 네덜란드의 데스틸 운동 등과 결합하면서 장식을 제거하고 본질에 충실하자는 이념과 결합해 모더니즘 미학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형태로 변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용지물’ 주제로 생활 속의 예술·삶 속의 공예 펼쳐 보여

   
● 개미 의자
● 77×41×49.5cm
● 1952년 작

오늘날 대다수 도시 생활자는 하루 8시간 이상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인간과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의자는 예술가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이다. 살바도르 달리나 도널드 저드 같은 작가가 의자나 가구를 만들었고, 미스 반 데어 로에나 르 코르뷔지에 같은 건축가가 의자를 만들었다.

이들이 만든 작품 겸 제품은 산업과 예술 사이에 위치한다. 작가가 한정판 번호를 부여한 채로 시장에서 팔린다. 국내에서도 의자 애호가가 늘어가고 있다. 벽에 걸어놓고 감상해야 하는 오리지널 회화 작품보다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에서 관심도,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 예술성이 강조된 메인 전시에 출품된 윌리엄 모리스의 작품.

이런 상황에서 의자 붐의 신호탄이 될 만한 ‘쇼’가 열려 주목된다. 오는 9월21일부터 열리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영국디자인박물관에서 출품한 60종 79점의 작품 등 4백30여 점의 의자가 선보인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유용지물(有用之物·not just new, but necessary)’이라는 주제 아래 생활 속의 예술, 삶 속의 공예를 선보인다. 노동의 도구이자 감상의 대상(인테리어)이기도 한 의자는 이번 전시의 맞춤 소재인 셈이다. 정감독은 “의자는 늘 권력이나 절대자를 상징했다. 19세기 이후 모더니즘이 세상을 풍미하던 기능적 시대에 들어와서야 의자는 상대적인 가치와 개인의 취미와 취향을 드러내는 개인적인 것으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 지그재그 의자
● 74×38×42cm
● 1932~1934년 작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스 반 데어 로에(1886 ~1969)는 ‘바르셀로나 의자’를 만들었고, 덴마크 가구 디자인의 명장 아르네 야콥센(1902~71)이 ‘개미 의자’를 만든 것이 그런 사례이다.

과학의 발달은 소재의 발달을 불렀다. 굽힘이 자유로워지고 강도가 세진 소재는 의자의 형태를 더욱 자유롭게 만들었다. 20세기 전반에 철강재가 의자 재료로 도입되었고, 20세기 중반에는 강철관과 섬유유리, 플라스틱이 도입되어 의자에 엄청난 혁신을 불렀다. 특히 유연하면서도 강도가 뛰어난 강철은 의자 다리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섬유유리와 플라스틱의 등장은 금형을 통해 한 번에 사출·성형됨으로써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단가가 낮아지면서 다양한 디자인의 등장을 부추겼다.

브랜드·디자인에 소홀했던 국내 의자 산업에 신선한 충격

   
● 판톤 체어
● 83×50×62cm
● 1959~1960년 작

‘찰스와 레이 임스’(Charles and Ray Eames)의 <라 셰즈>(La Chaise)는 섬유유리로 제작되었는데, 마치 한 점의 추상 조각 같은 느낌을 준다. 찰스와 레이임스의 ‘LCW 의자 시리즈’는 얇은 목재를 여러 겹 붙인 합판을 사용해서 곡선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새로운 목재 가공법이 등장함으로써 현실화될 수 있었던 디자인인 것이다. 마르셀 브로이어(1902~81)의 ‘바실리 체어’는 처음으로 강철판을 사용한 의자로 요즘에도 인기가 높다. ‘몬드리안 의자’로 유명한 리트벨트(1888~1964)의 <지그재그 의자>는 의자의 기능을 생각하기 전에 형태의 짜임새를 확실하게 하고자 면과 면, 선과 선을 엇갈리게 하지 않고, 명확하게 분할한 것으로 유명하다.

   
● High Backed Chair
● 115×47×42cm
● 1902년 작

이후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필립 스탁(Philippe Patrick Starck, 1949~), 론 아라드(Ron Arad, 1951~),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1959~) 같은 이들도 새로운 소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의자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베르너 판톤(1926~98)의 ‘1959년작 판톤 체어’도 당시로서는 신소재였던  플라스틱을 통째로 구부려 곡선을 살린 것으로, 단순한 디자인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이들 유명 작가의 작품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다. 을지로 가구거리에 이들이 디자인한 제품과 같은 모양의 의자가 즐비하다. 브랜드 마케팅 일을 오래한 황의건씨는 “외국인들이 을지로에 와보면 놀란다. 문제는 이런 제품 대다수가 국내에서 발주해 중국에서 만든 카피본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필립 스탁이나 비트라 같은 ‘공예품’도 정식으로 수입되어 팔리고 있기는 하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1백50만~3백만원 정도로 명품 백이나 시계에 비해 결코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짝퉁이 넘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씨는 “백이나 시계처럼 들고 다니면서 과시할 수 없다는 점, 의자라는 공예품은 전체 거실 디자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소득 수준이 높아져야 관심이 폭발할 만한 아이템이다”라고 덧붙였다.

   
● 바르셀로나 의자
● 73×75×75cm
● 1929~1930년 작

연간 6천5백억원 규모의 국내 의자 시장 중 2천5백억원은 수입 제품 시장이다. 국산 가운데서도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은 많지 않다. 브랜드를 내세운 제품도 기능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디자인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의자업체 시디즈는 레드닷이나 IF디자인상을 받기도 했고, 이탈리아 디자이너 클라우디오 벨리니와 협업해 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시디즈의 이태희 팀장은 “국내 의자 산업에서는 지금까지 브랜드나 디자인 개념이 없었다. 책상을 사면 덤으로 끼워주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시디즈 전체 매출 중 시디즈 브랜드 매출이 2백억원일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내 중산층 소비자들의 쇼핑 리스트에 의자가 일상의 예술로, 고급 쇼핑 상품으로 추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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