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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괴롭혔던 희귀병의 정체는?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으로 시작해 암으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으로 시작해 암으로 발전…국내에서는 10년간 약 3백명 발병로 발전…국내에서는 10년간 약 3백명 발병

노진섭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1.10.10(Mon) 22: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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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6일의 스티브 잡스 모습.
ⓒAP연합

2000년 애플 CEO에 정식 취임한 스티브 잡스는 4년 후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당시 그가 앓았던 병은 췌장암이 아니라 암과 유사한 종양(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이었다. 췌장의 신경계와 내분비계 조직이 서로 엉키고 뭉치면서 종양이 생긴 것이다. 암은 크기가 커지고,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하지만, 신경내분비 종양은 커지더라도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이 종양을 발견해도 크기가 너무 크지 않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로 떼어내지 않고 관찰하면서 차도를 보기도 한다.

암이라는 말 대신 종양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이다. 또 이 종양은 10만명당 1명에게 발병할 정도로 희귀종이며, 한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약 3백명이 이 종양에 걸린 것으로 통계에 잡혀 있다. 최근 건강검진을 자주 받으면서 이 종양이 많이 발견되고 있으므로 사실상 이 종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이 종양에 걸려도 생존율은 97%로 높다. 그러나 드물지만, 이 종양이 암처럼 다른 장기로 이동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불행하게도 스티브 잡스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 종양 세포가 간으로 이동해서 간암으로 발전했고, 2009년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우상명 국립암센터 간암센터 췌담도 전문의는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수술을 받고도 7년 정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췌장암이 아니라 신경내분비 종양이었기 때문이다. 이 종양은 그만큼 얌전한 편이지만, 어느 순간 성격이 돌변해서 암처럼 다른 장기로 옮겨가면 무서워진다. 간은 췌장과 가까이에 있어서 종양 세포가 간으로 잘 옮아간다”라고 설명했다.

항암제 신약에도 호전되지 않아

이 종양은 초기에 천천히 자라고 증상도 모호해서 진단까지 평균 5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래야 얼굴이 화끈거리고(안면 홍조) 설사·복통 같은 정도여서 단순 소화기 장애 정도로 여길 수 있다. 따라서 스티브 잡스는 2003년 10월께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초음파나 CT(컴퓨터 단층 촬영)로 이 종양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수술을 피하기 위해 식이요법을 받았다.

그러나 호전되지 않자 최선의 방법으로 수술을 선택했고, 2004년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는 그때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았던 것 같다. 지난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유언 비슷한 말을 남겼다. 그는 “천국을 믿는 사람들조차 그곳에 가기 위해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 역시 죽음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종착지이다. 아무도 그것을 피해 갈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이 종양은 천천히 진행되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실제로 잡스는 그동안 수술-업무 복귀-병가-복귀를 반복했다. 수술 직후 그는 현업으로 복귀했고, 2007년에는 휴대전화 아이폰(iphone) 출시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건강은 회복되는 듯이 보였다. 그렇지만 2009년 1월, 그는 또 병가를 냈다. 종양이 간으로 전이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 미국 현지에서는 간뿐만 아니라 폐와 골수에까지 종양 세포가 번져 위독한 상태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애플 본사 사옥 근처의 벤치에 스티브 잡스의 영정과 그를 추모하는 꽃다발이 올려져 있다.
ⓒ연합뉴스

스티브 잡스는 최선의 방법으로 간 이식 수술을 선택했다. 그는 스위스의 바젤 대학병원에서 생체 간 이식(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받는 것)을 받고 6개월 뒤 복귀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간을 이식받을 정도라면 대개 완치는 어렵고 생명을 연장하는 목적이라는 사실을 의사에게서 들었던 것 같다. 그는 당시 애플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나는 더는 애플의 CEO로서 책무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날이 올 것이라고 항상 말해왔다. 불행히도 그날이 왔다”라며 자신의 건강 상태가 매우 위중함을 처음으로 밝혔다.

스티브 잡스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항암제 치료, 동위원소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의사들은 스티브 잡스의 운명을 길어야 1~2년으로 내다보았다. 이런 예상을 깨려는 듯 스티브 잡스는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현업에 복귀했고 2010년 아이폰4와 아이패드를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당시 스티브 잡스는 예전보다 핼쑥해진 모습을 보였다. 강한 항암제와 간 이식 후 복용한 면역억제제 등의 부작용 때문이다.

송시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췌장암 전공)는 “의사로서 아이폰4를 발표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신경내분비 종양에 비교적 독성이 없는 약들을 사용하면서 조절했지만 그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던 것 같다고 여겼다. 마르고 체중이 빠진 모습을 보고 독성이 더 강한 항암제를 사용했음을 짐작했다. 항암제가 강할수록 환자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이 급격히 빠지는 부작용을 경험한다. 그 당시에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시험에도 참여했겠지만, 그의 종양은 신약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또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받기 위해 유럽을 방문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그는 다시 병가를 냈고, 지난 8월에는 애플 CEO직을 공식 사임했다. 더는 가망이 없음을 직감하고 주변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 후 3개월 만인 10월5일 56세의 일기로 그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췌장암, 이렇게 예방하라 

불행히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췌장암과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 예방법은 없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무엇보다 담배는 췌장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므로 금연해야 한다. 당뇨는 췌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당뇨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일은 췌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성 췌장염이 췌장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므로 췌장염을 철저히 치료해야 한다. 음주는 췌장암의 직접적 요인은 아니다. 그러나 알코올은 당뇨와 만성 췌장염을 유발해 췌장암 위험률을 높인다. 음주는 하루 2잔 이내로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

국내 췌장암·신경내분비 종양 환자, 얼마나 늘어났나 (단위: 명)

연도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췌장암

2604

2695

2782

3055

3207

3396

3743

3789

4056

4320

신경내분비 종양

20

16

16

19

20

28

39

35

42

45

(자료: 국립암센터,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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