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결합’으로 탄탄대로 열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0.1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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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대·철도대 통합 ‘한국 교통대’ 내년 3월 새 출발…지방과 수도권의 국립대 간 첫 자율 통합 사례

▲ 충주대학교 전경. ⓒ충주대학교 제공

전국 대학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립대는 대학 간 통합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고, 사립대는 학과 통폐합이나 폐지 등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 인구가 대폭 감소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학생 수 감소는 대학의 수익 구조를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몇 년 후에는 학생이 없어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수도 있다. 특히 지방 대학들이 그러하다. 대학들은 지금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려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학 통합의 성공 모델이 탄생했다. 충주대와 철도대가 지방과 수도권 국립대 간 첫 통합을 이룬 것이다. 두 대학은 지난 9월22일 교육과학기술부의 최종 승인이 남으로써 통합이 결정되었다. 첫 자율 통합이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내년 3월1일에는 ‘국립 한국교통대학교’라는 새 이름으로 출발한다. 대학가에서는 두 대학의 통합을 ‘환상적인 결합’이라고 보고 있다. 교통·공학 분야에 강점이 있는 충주대와 철도 분야에 강점이 있는 철도대가 만나 ‘교통 특성화 대학’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충주대는 대학 설립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변신을 거듭해왔다. 지난 1962년 충주공업초급대학으로 개교했으나 1999년 지금의 충주대학교가 되기까지 무려 여섯 번이나 학교 이름이 바뀌었다. 내년에 ‘한국 교통대’로 바뀌면 일곱 번째이다. 2006년 3월에는 국립 청주과학대학을 충주대 증평캠퍼스로 통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그동안 꾸준하게 성장해왔고, 지역의 대표 대학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전국 대학가에 불어닥친 위기 상황은 피해갈 수 없었다.

2009년 5월 장병집 총장이 취임하면서 대학의 미래 비전이 체계적으로 세워졌다. 장총장은 경쟁력 있는 대학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었다. 이를 위해 국내 대학 중 통합 대상을 물색했고, 경기도 의왕에 있는 철도대학을 최적으로 꼽았다. 철도대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문대 편제를 벗어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충주대와 통합에 성공하면 4년제로 승격될 수 있다. 통합의 명분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충주대는 ‘대학 통합 T/F팀’을 구성하고 곧바로 활동을 개시했다. 먼저 양 대학의 통합 타당성과 대학 발전 가능성에 대한 연구 검토를 밀도 있게 진행했다. 관련 기관과의 면담을 통해서도 통합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공청회와 구성원의 통합에 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해 투표율 95%, 찬성 81%로 통합 추진을 결정했다.

특성화 대학이라는 상징성을 살리고 철도대와의 통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명 변경이 필요했다. 지난해 1월 통합 대학명(한국 교통대학교) 변경을 안건으로 해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찬성 79.1%, 반대 20.5%로 교명 변경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의지는 확고했다. 더불어 통합 추진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충주대는 총동문회와 학생회 등을 대상으로 수차례 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통합과 대학명 변경에 대한 추인을 받았다. 충주 시민단체와 충주시의회도 방문해 통합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통합에 이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복병이 나타났다. 충남대, 카이스트, 공주대, 서울산업대 등이 철도대학을 통합 대상으로 추진하면서 이들 대학과의 경쟁이 불가피했다. 충주대 통합 실무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공을 낙관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통합 대상 1순위’가 되면서 통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가 있었다. 장병집 총장은 “우리 학교가 우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의 산물이다”라고 강조했다. 걸림돌은 또 있었다. 통합 협상 막바지에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지역 사회의 반대 움직임이 거셌다. 그러나 통합의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특성화 대학으로서 경쟁력 커질 듯

▲ 한국철도대학 전경. ⓒ한국철도대학 제공

국내 최초의 교통대학인 ‘한국 교통대’는 어떤 대학으로 발돋움할까. 한국 교통대는 크게 육상 교통, 항공 교통, 철도 교통으로 특화한다. 여기에다 물류, 국제 관계 등을 포함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학 본관이 있는 충주캠퍼스는 교통과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의 신성장 동력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증평캠퍼스는 보관·의료·생명 분야, 의왕캠퍼스는 철도 분야를 특성화한다. 정원은 기존 충주대 입학 정원(2천1백1명)과 철도대학 입학 정원(2백24명) 중 1백35명(5.8%)을 감축한 2천1백90명이다. 학과는 두 대학의 유사 중복 학과 네 개를 통폐합해 51개 학과(학부)로 운영된다. 초대 총장은 장병집 충주대 총장이 잔여 임기인 2013년 4월까지 맡는다.

장병집 총장은 “2020년 이후 교통 산업 인력 수요는 20만명 이상에 이르며, 교통 신기술 분야의 시장 규모는 향후 20년간 15조~2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우리 대학이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대학은 전략적인 추진 계획에 따라 교통 분야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산학협동으로 지역 인재를 위한 실용 교육기관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학의 경쟁력도 크게 향상된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올해 7백50만원에서 통합 첫해인 내년에는 9백3만원으로 약 20% 상승한다. 교사와 교지 확보율도 큰 폭으로 상승한다. 캠퍼스별 특성화에 따른 입학 경쟁률도 향상된다. 남중웅 홍보실장은 “미래 성장 동력 분야인 교통 산업 분야의 고급 인재 양성에 따라 경쟁률이 급상승할 것이다. 2011년도 수시 경쟁률 7.19 대 1에서 2012년은 10.42 대 1로 증가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교통 분야 특성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센터, 자동차부품연구원 충주센터 등을 유치했다. 향후 교통환경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등 교통 분야 대표 연구 기관 및 기업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충주대 재학생들과 동문들도 교통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엄병식 충주대 총동문회장은 “대학 통합은 잘된 일이다. 대학의 생존권 차원에서 통합을 추진했지만 특성화 대학으로 새 출발한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 앞으로 국내 교통 중심 대학으로, 그리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 대학 구조 개혁 추진 계획에 따라 지금까지 18개 국립 대학을 9개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입학정원을 7천3백44명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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