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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의 각성이 절실하다

한순구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ㅣ 승인 2011.10.31(Mon) 00: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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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시장 선거에서 기존의 정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가 큰 표 차이로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수도권 지역은 5년 전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을 크게 지지했던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그 지지자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런 변화에는 정치·사회·문화적 요인들도 있겠지만, 분명 경제적 요인도 있다. 후보 시절 ‘747’과 청년 실업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고 나왔던 현재의 이명박 정부가 이런 약속들을 실행하지 못함에 따른 실망감의 역풍이 불었던 측면이 분명히 있다.

또한 2008년도의 세계 금융 위기와 최근의 물가 상승을 겪으면서 서민 또는 저소득층의 삶이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에 국민과 서울 시민의 불만이 팽배한 것도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따지고 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월가의 군중 시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저축은행에 돈을 넣었다가 손해를 본 서민들이 자신들은 열심히 일해 저축했을 뿐인데, 금융감독원이나 저축은행의 잘못으로 자신들의 소중한 예금이 날아가버리고 삶이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과 동일하게 열심히 출근해 근무했는데, 세계 경제가 악화되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도 정부 또는 기업의 지도자의 잘못으로 자신의 삶이 어렵게 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 바로 이런 억울한 마음이 최근의 서울시장 선거나 미국 월가의 시위 등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다소 거창하게 해석하면 소련의 붕괴 등을 통해 공산주의적 경제에 대한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후 자유시장주의 또는 자본주의 체제가 승리에 들떠서 복지보다는 성장에 신경을 써 온 것이 20년 이상을 넘어가다 보니 빈부 격차 문제 등에 소홀해진 면이 있다. 물론 오르는 물가, 저축은행 문제, 청년 실업 등으로 좌절하고 있는 서민들이 이 모든 책임이 오로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자신들이 아니라 정부나 부유층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반드시 옳다고 보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에 돈을 넣었다가 날려버린 사람에 대해 경제학자의 의견을 물어보면 아마도 좀 더 신중하게 정보를 수집해서 저축을 했어야 하므로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보다는 예금을 한 본인에게 있다고 답을 할 것이다. 일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들에게도 경제학적 논리에 따르면 일차적인 책임은 전공을 잘못 선택했거나 부지런히 자격증 등을 획득해 취업 준비를 하지 못한 청년 본인에게 있다고 답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답변은 논리적으로 맞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아무리 본인의 책임이 맞다 하더라도 많은 국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다고 느끼면 그 또한 현실인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다양한 복지 정책을 통해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층을 도와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유층의 부의 축적이 누가 보더라도 한 점의 부끄럼이 없고 납세 의무도 한 점의 부끄럼이 없이 이행해 열심히 일한 결과라는 것을 모든 국민에게 인정받는 일일 것이다. 이른바 기득권층의 각성이 없는 한 우리 경제의 미래도 밝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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