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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영항력, 정치력 미흡, 정몽준 관여설…

느닷없는 조광래 감독 중도 하차 막후 비밀은?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1.12.12(Mon) 02: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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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된 조광래 감독이 12월9일 서울 노보텔엠베서더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중도 경질되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4년 동안 늘 경질과 사임이 반복된 역사의 소용돌이가 이번에도 재현된 것이다. ‘만화 축구’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기술과 패스 중심의 새로운 축구를 접목시키려 했던 조광래 감독의 항해는 왜 난파로 결론 나고 말았을까?

지난 12월8일 오전 대한축구협회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이미 KBS1 뉴스를 통해 조광래 감독의 전격 경질 소식이 보도된 터였다. 당초 조중연 회장이 나서기로 알려졌던 기자회견에는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김진국 전무가 등장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현 상황으로는 모든 축구팬이 염원하는 월드컵 본선으로 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섰다. 현 체제를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라며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공식화했다.

조감독은 2010년 7월 남아공월드컵 직후 허정무 감독이 물러나며 공석이 된 대표팀을 맡은 지 1년5개월 만에 지휘봉을 놓게 되었다. 경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조중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협회 수뇌부였지만, 명분과 분위기는 경질이 당연한 상황이었다. 대표팀은 8월에 있었던 한·일전에 이어 11월에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3차 예선에서 패하며 최종 예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3차 예선에서 사상 첫 패배를 당하자 팬들의 여론은 조감독이 물러나야 한다는 쪽으로 이미 기울고 있었다. 그렇다고 협회가 단순히 여론에 휘말려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협회 내외부의 정치적 쟁점, 스폰서의 영향력 그리고 조광래 감독의 대응에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직 내 정치에 실패한 조광래

   
압신 고트비. ⓒ 시사저널 이종현
발단은 8월 삿포로 참사였다. 당시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선수 선발 문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이회택 부회장을 언론을 동원해서 공격한 뒤 주도권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세르비아,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잇단 승리를 거두며 기세등등했다. 그러나 모든 성과와 과정은 한·일전 결과 한 번에 뒤집어졌다. 삿포로 원정으로 치른 한·일전에서 조광래 감독은 0-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해외파들의 총체적 부진에 조광래 감독의 모험적인 포지션 변경 등 모든 면에서 실패한 경기였다.

한·일전에서 패배한 뒤 주변 상황에 민감해진 조감독은 조중연 회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정치적 실책까지 범한다. 협회의 새로운 스폰서 조인식 행사를 거부한 것이다. 당초 협회는 지난 9월 레바논과의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을 앞두고 파주에 있는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조인식을 가지려 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팀 훈련 일정 변경을 이유로 자신과 선수들이 참석하는 것을 거부했다. 정몽준 전 회장(현 명예회장)이 떠난 뒤 개인 사재가 아닌 스폰서의 지원으로 협회를 떠받치고 있던 조중연 회장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잠재적인 정적인 이회택 부회장을 처치(?)한 것까지는 반가웠지만 이후, 조광래 감독이 보인 반골 기질이 조중연 회장의 분노와 외면을 산 셈이다. 가뜩이나 협회 홍보국·기술국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하며 혼선을 빚었던 조광래 감독은 이 시기부터 “협회 말단부터 회장까지 감독을 미워한다”라는 소문에 휩싸이게 된다.

마침 성적도 꼬이기 시작했다. 3차 예선 2차전인 쿠웨이트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정적인 5차전인 레바논 원정에서 패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조기에 확정 지었어야 할 최종 예선 진출이 마지막 경기까지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대표팀의 성적 부진과 월드컵행에 대한 불안은 연임을 꿈꾸는 조중연 회장에게는 큰 이미지 상실이었다. 2012년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열리는 해이다. 2년 전 격돌했던 조중연 현 회장과 허승표 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이 다시 맞붙는 구도이다. 협회의 대외적 이미지를 결정하는 대표팀 성적이 추락한다는 것은 곧 상대에게 가장 큰 공격의 여지를 제공하는 셈이다.

더 윗선인 정몽준 명예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루머도 파다하다. 2008년을 끝으로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정의원의 이미지 중 상당 부분이 축구, 특히 2002 한·일월드컵 성공으로 생성되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자신의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는 축구의 대외적 위상 상실은 정치 그리고 여전히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폰서의 외압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 유관 단체 중 예산을 가장 많이 쓴다. 2011년 기준으로 연간 1천31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은 후원하는 스폰서와 중계권을 가진 방송국으로부터의 수입이다. 총 3백50억원 수준으로 예산의 34%, 협회 자체 수입(약 5백80억원)의 60%를 차지한다. 사실상 협회 살림살이의 절반이 달린 셈이다. 최근 A매치 한 경기의 중계권료는 10억원을 호가한다. 대표팀의 부진은 곧 스폰서와 방송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월드컵 진출에 협회가 사활을 거는 것은 곧 대표팀의 이미지로 벌어들이는 거대한 돈 때문이다. 실제로 조광래 감독의 경질설이 최초 보도된 곳이 대표팀 경기를 가장 많이 중계해온 KBS였다.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김진국 전무 역시 기자회견에서 스폰서의 영향력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고트비는 ‘연막’…제3 후보 있다?

   
홍명보. ⓒ 시사저널 이종현
경질설을 최초 보도한 KBS는 새로 대표팀을 맡게 될 최우선 후보로 압신 고트비 전 이란 국가대표팀 감독,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지목했다. 현재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를 이끌고 있는 고트비 감독은 한·일월드컵 분석담당관을 시작으로 한국 축구와 인연을 맺었고 독일월드컵 당시에도 딕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코치로 일했다. 그러나 고트비 감독은 지명도와 영향력 면에서 국내 지도자와 선수들의 존경을 이끌어낼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도 하루 뒤에는 시미즈측이 2012년에도 고트비 감독과 함께 갈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K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최강희 감독도 고사하는 분위기이다. 최감독은 이미 2010년 여름 협회가 허정무 감독의 후임으로 염두에 둔 후보였다. 당시 최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했다. 이번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한 차례 최감독과 접촉했지만 역시 난색을 표시하며 소속팀 전북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여러 면에서 언급된 3인 중 최적의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3년간 U-20 월드컵, 아시안게임, 올림픽 예선을 치르며 지도자로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조광래 감독이 실패한 선수단 관리에서도 뛰어난 자질을 보이고 있다. 현 대표급 자원이 지난 10년간 주장 혹은 감독 홍명보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는 점도 단기간에 팀을 수습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홍감독 역시 “대표팀 감독은 맞지 않는 옷이다. 절대 가지 않겠다”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협회에서는 이미 다른 후보를 검토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협회 전무였던 시절부터 박종환, 차범근, 허정무, 움베르투 쿠엘류, 조 본프레레 등 수많은 감독의 운명을 흔들었던 ‘인사의 달인’ 조중연 회장이 대안 없이 경질이라는 카드를 꺼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협회는 경질 논의 단계에서 이미 KAM을 비롯해 협회가 그동안 신용해온 다수의 에이전트사를 통해 지명도 있는 외국인 감독을 검토했고, 현재 세 명 정도의 후보가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12월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해 내년 2월에 있을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최종전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그 자체가 이미 경질을 결정한 단계에 후임 인선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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